산자부 "정관 합리적 개정 필요" VS 전등조합 "국책연구소 전환 속셈"

국내 유일의 조명분야 전문연구소인 (재)한국조명기술연구소(이하 조명연구소)의 운영 주도권을 놓고 산업자원부와 전등기구공업협동조합(이하 전등조합)이 수개월째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자부는 정부가 발주하는 R&D용역을 추가로 지원하고, 궁극적으로 연구소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등조합 이사장이 연구소 이사장을 겸직하도록 한 업계 중심의 현재 재단정관을 합리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조합측은 정부가 민간에서 출발시킨 연구소를 정관 개정을 통해 '국책기관화'하려 한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하면서, 산자부의 궁극적 의도가 '연구소와 조합측의 절연(絶緣)'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측은 최근 사안에 대한 접점을 찾기 위해 업계원로와 정부관계자가 참여하는 비공식 간담회를 가졌지만, 워낙 양측 주장의 팽팽히 맞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발족한 조명연구소는 산자부가 37억원, 전등조합이 20억원을 출연해 설립했으며 조명과 관련된 국내의 각종 인증 시험검사와 연구개발 업무를 사실상 전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산자부와 전등조합은 조명연구소의 운영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헤게모니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양측은 이번 사안이 자칫 주관부처와 업계간의 불협화음으로 비화되거나 공론화 될 것을 우려해 입단속에 나서는 분위기다.

 

조명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몇달 전부터 이 문제가 조합내부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조합은 산자부 눈치를, 산자부는 조합눈치를, 연구소는 양쪽의 눈치만 보느라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던 것일 뿐"이라며 "결국 양쪽이 (전등조합)이사회를 앞두고 정관개정 문제에서 정면충돌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산자부는 정부 연구용역 발주를 통해 연구소를 전폭적인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를 주도권 획책으로 간주한 조합측이 '이러다가 연구소를 뺏기는 것이 아니냐'면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

 

정부는 전등조합 이사장이 연구소 비상근 이사장을 겸직토록 한 재단규정과 임원선임에 입김을 작용할 수 있는 현재의 정관을 합리적으로 개정해야 연구용역 발주 확대 명분이 선다는 입장이고, 조합은 이를 국책연구소 전환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결론내렸다는 것이다.

 

그는 "조명산업이 발전하려면 연구개발 쪽에서 뒷받침이 돼야 하고, 이는 연구소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산자부가 조합을 설득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워낙 조합의 반발이 거세 연구소 임원의 임기가 만료되고 새 이사장(김종학씨)이 선출되고도 이사회를 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조명연구소 정기이사회를 앞두고 전등조합 이사장이 얘기를 나눠보자고 제의해서 '조명산업발전간담회'라는 타이틀로 만남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논의된 내용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함구했다.

 

반면 전등조합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길 꺼리는 가운데 정부가 정관을 통해 연구소의 형태변경을 유도하려는 것에 조합원들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며 정부의 태도에 간접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전등조합의 한 핵심관계자는 "애당초 민간에서 시작한 연구소를 비중과 규모가 커지니까 정부가 이제와서 우리측과 절연시키려고 하는게 아니겠느냐"면서 "결코 (조명연구소가)국책연구소로 만들어진게 아니다"고 설립 배경을 주지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건으로 연구소의 지배구조에 대한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170여개 회원사 전체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업계 원로들은 한두 달 사이에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흑자구조로의 전환에 성공한 조명연구소는 지난해 11월 부천시가 9억원을 장기저리로 임대해 주는 조건으로 기존 마포구 사옥을 부천대우테크노단지의 1500평 규모 신사옥으로 이전했으며, 각종 시험장비와 기기를 새로 갖춘 채 '2010년 세계 10대 조명연구소'를 목표로 내걸고 재도약하고 있다.    

 

지난 2005년 기준 국내 조명시장은 2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으며, 매년 시장규모가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무역역조와 영세성을 면치못해 국내업계의 고충은 더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명기기가 전체 에너지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3.3%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