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원순 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

급변하는 석유시장 여건에 따라 세계 각국이 무한경쟁을 하고 있다. 연초에 촉발된 유럽과 러시아간의 파이프라인을 둘러싼 갈등은 러시아가 파이프라인 통과 국들에게 연간 42억 달러의 통과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여기에 고유가와 자원민족주의는 ‘가스OPEC’ 이라는 신조어 까지 등장 시켰다.
 뿐만 아니라 오일샌드, 오일쉘, 오리멀젼 등과 같은 비전통적 석유로부터 CBM(coal bed methane) 과 가스하이드레이트 라는 비재래형 가스에 까지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게다가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바이오디젤에서부터 수소전지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새로운 에너지유형들에 까지 우리의 관심이 미치고 있다.


나아가 한국형 자원개발 모델을 논의되고, 자원개발 펀드가 출현하였고 오일허브, 정유센터 등을 비롯한 많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전력분야의 기술 발전까지 더하면 가히 ‘빛의 속도의 변화’에 견주던 IT분야에 필적할 정도로 에너지 분야의 발전이 태동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동북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이 시점에서 북핵사태로 형성된 한반도 상황과 이를 해결하고자 성사된 6자회담을 생각해 봐야 한다. 역시 6자회담의 근원은 북핵이고 북핵문제의 촉발과 해결은 모두 에너지였다. 에너지 문제는 남북한 모두에게 생존의 문제이다.


2.13합의는 6개국간의 에너지지원 실무그룹을 설치하고 핵심 합의사항을 실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실무그룹은 향후 대북 에너지 지원을 주요 현안으로 다루겠지만 어차피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면 북핵 문제와 동북아 에너지협력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적 목표가 필요하다. 이 두 개의 목표는 가까운 장래에 논의될 범아시아 에너지시스템(Trans Asia Energy System)의 이니셔티브를 우리에게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아시아를 포함한 아시아적 차원의 에너지 협력의 기틀로서 TAES는 동북아를 넘어서는 넓은 틀의 에너지 협력의 구도를 제공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위기와 기회가 항상 공존하듯 6자회담에 역내의 가장 영향력 있는 공급자 러시아가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대 에너지 수요국들인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까지 있다. 게다가 아시아적 에너지 협력의 강력한 기반이 될 수 있는 미국까지 참여하고 있다. 


당면한 북핵문제에 해결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점은 분명하지만 TAES라는 큰 틀을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이 에너지지원 실무그룹차원에서 나와 주길 희망한다. 그래야 오일샌드에서 가스하이드레이트까지, 오일허브에서 동북아 정유센터까지 우리가 추진하는 에너지 분야의 아이디어들이 IT가 그러했듯이 우리나라 차원을 넘어서, 한국적 에너지시스템으로 아시아전체로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범아시아 에너지시스템의 이니셔티브는 우리에게 에너지 분야를 IT분야에 버금가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는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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