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낙찰구조에 시공사 설계변경 횡포도 심각/당국 "부품 기준 엄격 적용…문제없다"방관

…공공기관이 정부의 의무화 조치에 따라 앞다퉈 추진중인 태양광발전사업이 저가낙찰 구조 속에 부실시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신재생에너지의 꽃'으로 불리는 태양광사업의 신뢰성이 훼손되면 파장은 전 에너지부문에 미칠것으로 우려된다.

 

태양광부품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의무화사업에 따라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설치중인 태양광발전 설비의 핵심부품이 최근 들어 저효율ㆍ저가품 위주로 공급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모듈을 비롯한 이들 핵심부품은 설치공사 이후 효율에 따라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부속품이다.

 

한 공급업체의 관계자는 "모 공사가 실시한 입찰에서 중국산 저가 모듈이 최종 채택돼 업계에서도 불만이 많다"면서 "무조건 싼 제품이 낙찰되는 현 시장구조가 지속되면 태양광산업 전체가 부실공사로 낙인찍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성능이 검증된 메이저 공급사들은 최근 실시된 입찰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사업을 수주한 공급사의 제품이 시장가를 밑도는 응찰가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정작 문제는 이들 제품의 효율.

 

'성능 좋고 값싼' 제품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시장에서조차 성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제품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입찰에 성공하고도 제때 제품을 공급하지 못해 포기물량을 내놓는 업체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

 

또 다른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 10만호 보급사업 때부터 저가경쟁이 심각했는데 이젠 아예 시공사들이 저가품을 원하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며 "업계 스스로 벌인 출혈경쟁의 결과가 고스란히 업계로 되돌아 오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은 표면적으론 업계간의 과당경쟁에 기인하지만 궁극적으론 저가입찰을 유인하는 현 입찰제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사에 앞선 설계과정에서 소위 '스펙작업(특정 제품을 사용토록 명시하는 행위)'을 걸어놔도 단위공사당 보다 큰 이문을 남기려는 시공사가 설계변경 과정에 저가품으로 교체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급사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의 낙찰률이란 게 정상가의 85%선에 그치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금은 저가구조 속에 그나마 원가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근래 시공에 들어간 대부분의 사업은 이 같은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모듈의 경우 15년간 제 성능을 보장해야 하고, 공급사가 그동안 존속하며 사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관건"이라며 "고효율 제품이 뒤로 밀리고 저가품만 선호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업계 전반의 우려에 대해 신재생에너지사업을 관리ㆍ감독해야 할 정부측은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팔짱만 끼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의 한 관계자는 "모든 공공기관의 입찰이란 게 낙찰률이 적용돼 저가의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가 유리한 것은 마찬가지"라면서 "공단쪽에서 설치한 이후 부품, 기준 등을 꼼꼼히 검사하기 때문에 엉망인(효율이 낮은) 제품은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공사의 설계변경 문제점에 대해서도 "부득이 (설계를) 변경할 사유가 발생하면 충분한 이유를 우리 측에 설명토록 하고 있다"며 "부품이 변경되더라도 에너지기술연구원등에서 합격된 제품만 사용토록 하고 있어 값의 높고 낮음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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