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절기요금 냉방용 수준으로 인하" 요청에 산자부 "이중혜택 검토돼야"

열병합발전소에 공급되는 도시가스요금을 두고 정부가 고민에 휩싸였다.

 

한 여름에도 열원과 전력을 생산해야 하는 집단에너지사업자 측이 현행 '하절기' 천연가스 도매요금을 보다 저렴한 '냉방용' 요금으로 적용해 달라는 건의를 냈기 때문이다.

 

이에 산업자원부는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부처 내부에서도 집단에너지에 대한 이중 혜택이 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는 등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최종 수용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자 측은 "천연가스라는 국가 주요자원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선 하절기 자원낭비를 초래하는 현재의 요금제부터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대형빌딩의 이상한(?) 설비개선=서울 서부지역에 열원과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에 따르면 최근 목동 일대에 건설되고 있는 신축건물과 기존 집단에너지 수용고객(빌딩 등)은 가스공사로부터 직접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가스보일러식 냉방설비'를 앞다퉈 교체ㆍ신설하고 있다.

 

집단에너지사업법에 따라 이들 고객은 지역난방사업자가 제공하는 열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냉방에 대한 강제규정은 따로 없어 사업자 측의 냉방용열보다 일반 개별냉방기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기준 하절기 집단에너지사업자에 판매되는 도시가스 도매요금은 입방미터당 428원. 그러나 수용가가 냉방용으로 직접 가스를 공급받게 되면 이보다 저렴한 입방미터당 328원의 요금을 적용받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축빌딩은 물론 내구연한이 다 돼 설비교체를 검토하고 있는 수용가까지 기존 냉방용 요금을 적용받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 SH공사 "요금제가 자원낭비 불러"=이 때문에 사업자측은 지난 25일 집단에너지 하절기 요금을 일반 냉방용 요금 수준으로 인하해 줄 것을 골자로 하는 '천연가스 종별요금 개선에 대한 정책 건의'를 산자부에 정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환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장은 "전력사업법에 의해 하절기에도 항상 발전을 운용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사실상 폐열을 그대로 버려온 셈"이라면서 "흡수식 냉방기(집단에너지 공급 열원을 사용해 냉방하는 설비)만 달면 해결되는데 국가 자원이 이중으로 투자되고 있다"고 정부의 요금제 개선을 촉구했다.

 

박 단장은 "매년 여름 전력이 부족하고 열은 남아도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사업자가 냉방요금을 원가이하로 내줄 수는 없는 형편"이라며 "추가로 보일러를 들이고 배관에 투자해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요금개선을 통해 정부가 해결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업단의 주장에 따르면 이같은 요금구조는 건물 방재차원과 환경오염 측면에서 또 다른 문제점을 낳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존 열원을 사용할 경우 흡수식 냉방기와 열계량기만 추가하면 되지만 건물주가 별도의 흡수식 냉방보일러와 저장탱크까지 설치하면 방재측면에서 위험도가 크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열병합발전은 배출가스에 대한 저감시설이 확실히 구축돼 있어 NOx, CO2 등의 오염물질을 개별 보일러의 30%수준으로 줄일 수 있지만, 개별냉방 증가는 환경오염 저감에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 산자부 내부서도 이견=이 같은 집단에너지사업자의 건의을 접수한 산자부는 에너지자원정책팀ㆍ에너지관리팀ㆍ가스산업팀 등의 관련부서와 함께 요금제 개선에 대한 타당성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가스공급을 관장하고 있는 부서(가스산업팀)가 사업자에 대한 이중혜택 될 수 있다며 이의를 제기, 협의과정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자부 에너지관리팀의 한 관계자는 "일단 사업단 측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에너지가격정책 전반에 대한 각 부서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협의까지는 상당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가스산업팀의 관계자는 "집단에너지에 공급되는 가스요금은 일반 요금보다 싸게 들어가는 '정책적 보조'를 받고 있어, 하절기 요금인하는 이중보조가 되는 격"이라며 "요금인하는 다른 수용가나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우려가 있다"고 사실상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민원을 제기한 사업단 측은 "올 여름에도 자원을 낭비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서둘러 요금정책을 개선해 줬으면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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