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만 무상교체" 가스사업자 일방통보에 수용가 불만 고조

지은 지 5년 된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모씨. 요즘 그는 사무실을 방문하는 주민대표들의 심기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다.

 

관할 도시가스사(서울도시가스)가 5년을 사용한 단지 내 가스계량기를 무상으로 교체해 주겠다고 통보해 왔다. 그러나 통보 때와는 달리 설치를 앞두고 정작 계량기 값은 주민이 부담해야 할 상황이 발생했다. 문제의 발단은 계량기 교체에 따른 기종 변경.

 

김씨가 관리하는 아파트는 입주 때부터 지시형 원격검침 계량기가 설치돼 현재까지 사용해 왔다. 지시형 계량기는 통신선로를 이용해 소비자가 사용한 가스량을 체크할 수 있어 검침원 방문에 따른 사생활 공개 등의 문제가 해소된다.

 

하지만 도시가스 측은 “일반형 계량기(미터기식)가 아니면 무상교체가 불가능하다”며 "계속 지시형을 쓰려면 소비자가 계량기 값을 따로 부담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답해 왔다. 

 

김씨는 “편리한 제품을 써 왔던 주민들이 5년 뒤 더 낙후된 제품으로 교체해야 한다면 누가 수긍하겠느냐"면서 “입주민과 상의해 지시형을 계속 쓰기로 하고 조만간 안내 공고를 내붙일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2000년대 이후 신축한 많은 아파트가 우리처럼 지시형 계량기를 쓰고 있는데 일반형만 무상교체 대상이라는 도시가스쪽 주장은 현실에 안 맞는다"며 “나만 주민들에게 '무능한 소장'이라는 항의를 들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김씨와 같은 고민에 빠진 설비담당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계량기 업계에 따르면 7년전부터 신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시범 보급되기 시작한 지시형 계량기는 현재 전국적으로 십여만대가 설치돼 있다. 가스계량기는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라 오차율이나 내구연한을 고려해 5년마다 의무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그러나 사업자들은 교체대상 계량기 품목을 기존 계량기로 한정해 놓은 상태다. 교체주기마다 무상교체를 받으려면 김씨의 경우처럼 새로운 설비를 시범 도입한 수용가는 편리한 새 제품을 포기하고 수동계량기를 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서울도시가스 관계자는 "일반형과 달리 지시형을 사용해 혜택을 보는 측은 소비자 측이므로 추가 비용에 대해 수용가가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산자부 가스산업팀의 한 관계자는 "가스요금에 이미 계량기 교체비용이 포함돼 있으므로 엄밀히 따져  '무상교체'란 표현자체가 맞지 않는다"면서도 "계량기에 관한 사항은 사업 허가권자인 각 시도의 도시가스 공급규정을 따르고 있어 정부차원에서 언급할 문제는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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