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자주공급 역량 총결집"

지난 2월 9일. 자타가 공인하는 정통 산업정책 전문가 이재훈 산업자원부 차관이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취임사를 위해 단상에 오르자마자 대뜸 "공부하고 고민하자"는 화두를 산자부 직원들에게 꺼내 놨다.

이 차관의 부연설명을 통해 '공부'는 "비공식적 정보뿐만 아니라 항상 깨어있는 정신을 의미한다"고 했고, ‘고민’은 "공부의 방향성과 목적성을 준다"고 말했다. 25일 취임 2개월여 만에 본지와 만난 이 차관은 여전히 '공부하고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구조적인 고유가,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 국가에너지위원회 가동, 신규에너지 공급기반 확충등 산적한 차관 산하의 현안이 이제 그의 앞에 놓여져 있다. 본지는 올해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지향점과 계획을 이재훈 차관에게 들어봤다.

 

 

이재훈 차관은 "에너지차관으로 취임한 이후 짧은 기간이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일해 왔고 최선의 대책수립을 통해 에너지 자주공급 역량 확충 등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취임 일성을 전했다.

 

그가 취임 이후의 주요성과로 꼽은 것은 경주 방폐장 유치지역지원계획 확정, 국가에너지委 전문위 운영과 해외자원개발 전략 수립, 미얀마 신규광구 확보와 광물펀드 출시 등 에너지 공급기반 확충, 기후변화협약 대응과 국제공조 강화 등이다.

 

이 차관은 "자원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국제에너지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세계 에너지 질서변화에 적절히 대응해 에너지안보를 공고히 하겠다"면서 "올해는 국가에너지위원회를 통해 정책 결정의 내실을 다지는 한편 취약한 에너지구조를 극복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자원개발 인력 양성 주력

이 차관은 '안정적 에너지 수급'을 에너지부처의 가장 큰 과제로 봤다.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해외자원개발은 안정적 에너지 수급을 위한 필수 과제란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참여정부 이후 에너지개발을 국가적 아젠더로 채택해 대통령님이 직접 자원정상외교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왔다"며 "올해는 그간의 성과를 마무리하고 유망지역을 지속적으로 개척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원부국과의 전략적 자원외교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자원개발과 에너지인프라가 동반진출하는 '패키지형 자원개발'을 통해 에너지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게 그의 전략이다. 이와 함께 "자원개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자금, 인력, 기술 등의 지원역량을 확대해 나가고 인력양성 마스터플랜을 추진, 필요인력이 제 때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에너지 수입으로 잃은 국부는 전력산업 수출을 통해 회복시키겠다고도 했다. 전력수요의 둔화로 성장한계에 봉착한 전력산업을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통해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전력산업수출산업화 사업을 추진, 공모를 거쳐 채택된 5개 세부사업에 6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진출 대상국과의 외교와 국내 전력기술 성과가 뒷받침되면 2015년까지 발전용량 1000만kW, 연간 1조4000억원의 해외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 에너지 저소비형 사회 유도
하지만 이같은 계획에 앞서 취약한 국내 에너지소비 구조부터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부가 각종 에너지 절약시책을 추진, 에너지 저소비형 사회로 전환을 유도하고 있지만 에너지소비증가율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2005년 기준 지난 5년간의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미국이 0.2%, 일본.영국이 0.4%에 그치는 반면 우리나라는 3.3%에 달하고 있다.

 

이 차관은 "에너지원단위 개선 3개년 계획을 수립해 98개 에너지 절약과제를 적극 추진중에 있다"면서 "올해말까지 계획이 정상적으로 이행되면 3년간 총 5조원 이상의 에너지절약 효과를 거두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연간 2000TOE 이상을 사용하는 에너지소비 사업장을 대상으로 의무적 에너지진단을 실시, 민간의 자발적 에너지절약을 촉진할 방침이며 대기전력 1W이하 달성, 에너지고효율기기(LED) 보급 확대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미래에너지원 성장 촉진
이 차관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보급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변함없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2011년 5%' 목표달성을 위해 기술개발과 인프라 지원, 보급사업을 통한 시장창출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에 투입하는 예산은 2003년 1193억원에서 올해 435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그는 "신고유가와 국제적 환경규제에 대응하려면 신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지속가능한 미래에너지원을 성장시키기 위해 에특, 전력기금을 적극 활용하는 등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또 "정부의 지원정책이 신재생에너지원별 보급물량의 급격한 신장과 산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주요 기술을 국산화하고 신재생에너지산업이 수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돕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대규모 에너지공급사와의 신재생에너지 이용 자발적 협약, 신재생에너지 발전부문의 해외투자 유치 등 민간투자 유도를 통해 보급목표 달성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원전 연장운전 공론화
에너지계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원전 연장운전 문제는 국가에너지위원회 차원에서 공론화를 통해 향후 정책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원자력은 주종 에너지원으로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기여해 왔지만 논란과 갈등으로 적지않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 것도 사실"이라면서 "국가에너지委 산하 갈등관리전문위원회를 통해 원전의 비중과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문제를 숙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고리 원전 1호기 계속운전 여부와 관련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정책, 지역지원효과, 경제성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를 달았다.

 

그는 "국가에너지위원회의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활성화해 에너지정책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와 검토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며 "시민단체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뉴거버넌스 체제가 도입됨에 따라 원자력과 같은 사회적 관심사도 집행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획기적으로 제고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 밖에 또다른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 석탄합리사업과 관련 "기존 정책의 근간을 훼손시킬 수는 없다"고 밝히면서 "수급불균형과 같은 문제는 단기적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대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에기평 6월 설립 완료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에너지기술기획평가원 문제는 산자부의 기존안이 강행될 계획임을 밝혔다.

 

이 차관은 "해외 선진국은 에너지 R&D와 관련해 여러기관이 나누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에기평을 총괄 중심기관으로 설정, 큰 틀에서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한국전력 등의 기존 역할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20여명의 최소인원으로 6월까지 평가원 설립을 완료할 예정"이라며 "나눠먹기식 R&D는 지양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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