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영 국회 환경포럼 정책실장

유엔 산하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2월 2일 프랑스 파리에서 ‘기후변화 2007’과 관련한 1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지구 기온은 6.4도 높아지고, 해수면은 59cm 상승한다. 이어서 IPCC는 4월 6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1차 보고서에 근거해 과학적인 기후변화 예측 모델을 이용, 인간과 동식물에 구체적으로 미칠 충격적인 2차 보고서를 내놓았다.

 

2차 보고서는 2050년까지 평균 기온이 1.5~2.5도 상승해 동식물의 20~30%가 멸종될 위기를 맞을 것이다. 2080년까지 3도 이상 상승, 대부분의 생물이 멸종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또 1억2000만 명이 기아에, 32억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해안의 30% 이상이 물에 쓸려 사라지며, 전세계 인구 20% 이상이 홍수 위협에 노출될 것임을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IPCC의 이번 보고서는 ‘선진국 책임론’을 직접 거론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일부 국가의 정치인들이 과학적인 결과를 수정할 것을 요구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한 사실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뉴욕타임즈는 “열대지역에 가까운 나라들은 지구온난화에는 거의 책임이 없는데도, 그로 인해 더 고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번 보고서 내용에 불만을 품고 내용을 완화할 것을 요구하는 추태를 보임으로써 발표 시간이 지연됐고, 일부 내용이 수정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 대규모 기후난민 월경, 기후안보 문제 대두
   
이런 경고가 현실화되면 인류의 미래와 국제평화는 초유의 암울한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기후변화를 둘러싸고 각국은 환경주권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온난화 가스 대량 배출 국가들은 온난화가스 감축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거의 없으면서도 이로 인한 가장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국가들은 생존을 위해, 국제사회의 충돌은 갈수록 격화될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악화로 인한 기아와 질병 그리고 사막화 등의 가속화로 삶의 터전을 잃은 ‘기후난민’이 대량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이들은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바다와 육지에서 국경을 넘는 사투를 벌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과연 ‘기후안보’로부터 자유로울까. 절대 그렇지 못하다. 필자가 이미 에너지일보(2월 6일 특별기고)에서 지적했듯이, 한반도의 평균기온이 같은 기간 세계 평균 기온보다 약 2배 이상 상승했고, 지금처럼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서울시 면적의 3.7배가 바닷물에 침수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4월 6일 ‘기후변화에 의한 한반도 영향 예측’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와 부산 등 남부지방은 물론 대구ㆍ전주ㆍ광주 같은 대도시도 이미 아열대 기후대로 접어들었다. IPCC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한반도에 적용ㆍ분석한 결과, 2080년도엔 국내 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섭씨 5도 이상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것은 세계 최악의 지역 가운데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말라리아 같은 아열대성 전염병 환자가 급증하고 침엽수림이 사라지는 등 돌이킬 수 없는 생태계 파괴를 가져올 것이다. 기온 상승은 해수 온도의 상승으로 이어져 바다의 생태계 파괴는 물론 비브리오균과 같은 병원성 미생물이 증가해 해산물 섭취로 인한 질병이 지금보다 훨씬 많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해안가 침수로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가져올 것이다.  

 

기상 이변에 의한 자연재해 피해 증가 규모는 한반도에서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 자료에 따르면 1960~1969년 전세계 피해규모는 87조5000억원, 1996~2005년에는 575조 5000억원(557% 증가)이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1조670억원에서 18조1814억원(1603% 증가)으로 급증했다. 전세계 평균 증가율보다 약 3배에 이른다.
    
◆ 강력한 통합대응 시스템 구축을 위한 입법 절실

 

우리나라는 ‘기후안보’와 관련 내우외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기후난민’의 월경은 물론,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충격적인 온난화의 재앙에 직면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직도 ‘기후안보’에 대응할 통합시스템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련 부처는 아직도 각개약식 처방에 주력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력의 효율성과 대응책의 유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제라도 기후변화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관련법을 제정해서라도 강력한 통합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국회와 정부의 책무가 시급하고도 막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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