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고온에 냉방부하 급증 전망 / 전력거래소 "수급 비상상황 배제 못해"

이상고온 현상으로 냉방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 여름 유례없는 '에너지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에너지(전력) 공급량을 매년 늘려가고 있지만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냉방부하를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7일 경남 밀양, 합천 일대의 낮기온은 올 들어 가장 높은 33도를 기록했다. 또 같은날 경남 부산 일대의 낮 최고기온이 27도를 육박하는 등 전국이 때 이른 찜통더위로 신열을 앓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대구, 광주 등의 같은달 평년 최고기온은 21도~ 24도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30도를 넘나드는 최근의 이상고온은 기상계 쪽에서도 불길한 전조로 해석되고 있다.

 

윤원태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이달 중ㆍ하순 기온도 평년보다 높게 전망된다"며 "특히 기압골의 영향을 받는 6월 상순의 기온 변동폭은 평년보다 클 것"이라고 예보했다.

 

이같은 전망은 대표적 냉방기기인 에어컨의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무더위 예보로 소비자들의 주문이 폭증하면서 가전사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삼성, LG전자 등 국내 주요가전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대비 3배 가량 증가했다. 이에 가전사들은 평년 성수기(7~8월)보다 2개월여 앞당겨 생산라인 풀가동 시기를 잡는 한편, 애초 판매 목표량을 40%이상 늘려잡고 있다.

 

이들은 또 당초 예상치보다 20만대를 늘린 총 220만대의 내수판매를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에어컨 보급량이 냉방부하의 증가로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산업자원부가 공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 보급된 전체 에어컨 누계는 1414만 7000대에 달한다.

 

이는 2001년 867만 4000대, 2003년 1088만 6000대, 2005년 1285만대에 비해 매년 100만대 이상 증가한 수치다. 가전업계 전망처럼 올해 200만대 가량이 추가로 보급될 경우, 전체 보급대수는 1600만대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에어컨 누적대수 증가는 곧 냉방부하량 증가를 의미한다.

 

2001년 859만kW에 그쳤던 냉방부하는 2004년 1025만kW, 지난해 1300만kW까지 늘어났다. 정부가 공급했던 최대 전력량도 2001년 4312만5000kW, 2005년 5463만1000kW, 지난해 5899만4000kW로 매년 늘어났다.

 

하지만 전체 공급량 증대에도 불구하고 냉방부하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3년 19%에서 지난해 22%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올해 에어컨 판매량 전망에 비춰보면 냉방부하의 급격한 상승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력거래소 수급조정팀 관계자는 "올해 최대공급 가능량이 6754만kW 수준으로 대폭 향상됐지만 이상 고온이 계속된다면 수급비상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며 "내달 초 기상전망과 전력피크 공급량 등을 종합해 대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전력사가 말하는 '수급비상' 상황은 100만kW급 대규모 원자력발전소 3개가 최대로 가동될 때 만들어 낼 수 있는 600만kW의 여유분을 뜻한다.

 

이버들 에너지시민연대 정책팀 차장은 "에너지 대란을 예방하려면 피크타임으로 알려진 오전 8~9시, 오전11시~오후 1시에 가급적 전력사용을 줄이는 방법이 최선"이라면서 "이 시간때 전력소모가 많은 가전제품 사용을 자제하고 에어컨 구입때 효율이 높은 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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