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백지화 아니다" 주민협상 여지 남겨


에쓰오일이 충남 서산에 건설키로 한 ‘제2정유공장’ 투자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으나 철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충남 서산 지역주민들의 과도한 보상 요구로 마찰을 빚고 있으나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것”이며 “철수까지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17일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현재 주민들과의 보상 협상이 중단된 상태에서 제2공장 착공이 올해엔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에쓰오일은 세계 석유시장의 수급상황에 맞춰 2010년 완공을 목표로 제2공장을 올 7월에 착공할 계획이었다.

이 공장은 하루 정제능력 48만 배럴 규모의 원유정제설비(CDU)를 비롯해 15만 배럴의 벙커C유 분해센터, 10만7000배럴의 탈황시설 등을 갖출 방침이었다.

에쓰오일은 당초 제2정유공장 투자비로 3조6000억원을 책정했지만 주민들에 대한 보상금 증가로 인해 투자비용이 수조원 가량 늘어나야 하는 상태여서 공장 건설에 차질이 생겼다.

주민들이 에쓰오일측에 가구당 150평 이상의 이주택지 공급, 이주 정착금 1억원, 건축비 지원금 1억원, 고향상실에 따른 정신적 피해보상 1억원 등을 요구했는데 이를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게 회사측의 판단이다.

에쓰오일은 주민들의 보상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사업비가 6조~7조원대로 늘어나게 되며 이는 당초의 3조6000억원보다 2배가량 증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지역의 사례에 비해서도 5~6배나 되는 과도한 요구라는 것이 회사측 입장이다.

이에 대해 충남 서산 주민들은 에쓰오일이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고 일축했다.

주민들은 에쓰오일의 무책임한 발언에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조직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위원회는 “주민 요구안은 실제 비용을 따져 적절히 평가한 것이며 협상 테이블에 나타나려고 하지도 않는 에쓰오일 측이 무슨 할 말이 있느냐”며 “이는 에쓰오일측이 아예 협상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서산시도 뾰족한 대책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ㆍ허가에 앞서 200여가구의 지역 주민들이 제기한 민원 해결 및 검증을 요구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보상 요구안이 토지보상법 범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보상을 둘러싼 양측의 대립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시도 양측의 입장에 절충안을 마련하지 못한 가운데 세계 시황에 맞춰놓은 수급 계획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여전히 해결의 물꼬는 트이지 않고, 심지어 일부 주민들은 최근 토지 등의 감정평가 작업을 방해하는 일까지 발생하는 등 사태는 더욱 꼬여만 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에쓰오일은 지속적으로 지역주민과의 협상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에쓰오일은 투자 계획을 전면 철수하거나 일부 타 지역으로의 대안을 모색하는 등의 일부 언론보도는 너무 앞서갔다고 지적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현재 상태에서 투자를 전면 재검토하는 것은 불가피하게 됐으나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장치산업 특성상 적절한 시점에 투자를 하는 게 중요한 만큼 공장완공이 늦어진다면 막대한 유무형의 손실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시 관계자도 “국가적인 에너지 사업이 주민들의 보상 민원에 밀려 좌초될까 우려된다"며 “회사측과 주민측이 대의적인 목표를 갖고 서로 이해하고 포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에쓰오일 이사회가 오는 29일 예정돼 있어 이사회가 열리기 전에 시 관계자가 방문해 의사타진을 할 것”이라며 “회사ㆍ주민 측 모두 어느 한쪽에 치우칠 수 없어 답답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이번 상황이 주민들의 집단이기주의가 빚어낸 것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 예전부터 개발이익에 따른 차익을 노리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 그런 소리가 나도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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