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석유자원으로 급부상/높은 수소전환효율ㆍ안전성 탁월/연료 적용 가능 여부가 관건

고유가가 장기화되면서 석유 대체자원의 확보가 각 국가 및 기업의 중대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탈석유시대를 주도할 과도기 에너지를 발굴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양한 화학제품의 원료로 사용돼 온 메탄올이 석유를 대체할 차기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포스트 석유 자원의 총아로 주목받고 있는 메탄올의 잠재력과 향후 발전전망을 조명해 봤다.


퀴즈 하나. 다음은 무엇을 설명하는 내용일까?

 

1661년 로버트 보일이라는 화학자에 의해 최초로 발견됐다. 무색투명하며 물에 녹고 옅은 알콜향이 나는 액체다.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나무로부터 추출했기 때문에 나무알콜(wood alcohol)로 불리기도 했다. 

 

올해 세계 수요는 약 4000만톤에 이르며 연평균 3∼4%의 완만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포름알데히드, 초산, 수지(resin), 접착제, 페인트, 의약품 등 다양한 화학제품의 원료로 사용되며 주로 천연가스나 석탄으로부터 원료를 추출한다.

 

최근 석유를 대체할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메탄올(Methanol)에 대한 설명이다. 수백년전 발견돼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화학제품이 최근 들어 석유를 대체할 자원으로 일반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메탄올은 경주용 자동차의 연료로 사용됐다. 미국에서는 친환경 자동차 연료로 실증 실험이 진행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가솔린이나 디젤유를 대신해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데 기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홍정기 LG경제연구원 박사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메탄올은 자동차 연료채택 여부나 확산 속도에 따라 과거 저성장 구조에서 고성장 산업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연료로서의 메탄올=산업계의 가장 큰 관심은 메탄올이 연료로서 사용될 수 있으며 실제 석유를 대체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기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지만 관건은 경제성이라고 주장한다.

 

메탄올은 1970년대 석유 파동시 한때 자동차 연료로 사용이 검토됐지만 유가 하락과 가솔린 및 디젤 엔진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경제성을 상실했다. 상용화를 위한 개발 작업은 이후 거의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

 

최근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교토의정서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부시 대통령은 올해 연두교서에서 "향후 10년간 미국의 가솔린 소비를 20% 감축하는 대신 대체 연료의 공급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또 중국은 지난해 말 메탄올을 자동차용 대체 연료로 선정하고 관련 규정정비 등 구체적인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메탄올을 직접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메탄올을 가솔린에 혼합해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혼합 비율, 적용 범위, 메탄올 생산능력 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러한 계획에 따른 메탄올 추가 수요는 최저 1000만톤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바이오디젤 생산에 소요되는 메탄올 사용 확대도 예상되고 있다. 바이오디젤은 대두유, 유채유 등 식물성 기름이나 폐식용유 등을 메탄올과 반응시켜 만드는데 대체연료로서의 이용이 늘면서 최근 생산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메탄올 생산 기업인 메타넥스(Methanex)는 "현재는 바이오디젤에 사용되는 메탄올이 100만톤 미만에 그치고 있지만 2011년에는 약 300만 톤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메탄올을 사용하는 두번째 방법은 간접적 방식인 DME(Dimethyl Ether)를 들 수 있다. DME는 메탄올의 탈수소화 반응을 통해 만들어진다. 지금까지는 주로 스프레이 제품의 분사추진제로 이용돼 왔으나 최근 들어 연료로서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DME는 메탄올에 비해 열량이 높아 디젤엔진에 보다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품 특성은 액화석유가스와 유사하며 별도의 인프라 구축이 필요 없다는 장점도 있다


◆ 수소에너지 공급원으로서의 메탄올=석유가 지닌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최적의 대안으로 수소에너지를 꼽는 사람이 많다. 수소는 그 자체로 무한한 에너지 자원인데다 사용 과정에 환경오염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수소는 그러나 석유,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나 물 등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생산비용이 높고 저장 및 수송이 어렵다는 문제를 지닌다.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연료전지가 주목받는 이유다.

 

현재 연료전지는 휴대폰, 노트북에서 자동차, 발전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발전용은 이미 실용화가 이루어진 상태며 다른 분야도 빠른 속도로 실용화가 진전되고 있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화학적인 반응에 의해 전기와 열로 바꾸는 장치다. 즉 수소를 확보하는 것이 연료전지의 핵심인데 문제는 방식이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풍력이나 태양광 등 완전한 무공해 에너지로 수소를 얻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메탄올, 가솔린, 천연가스 등의 개질(改質)을 통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수소를 얻는 방법이 일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중 메탄올은 높은 수소전환효율, 안전성, 저온 운전 특성 등의 장점을 지녀 노트북 등의 소형 연료전지나 자동차용 연료전지 등 주로 이동용 연료전지에 수소를 공급하는 연료로 사용이 검토되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주로 직접 수소 충전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나 차량에 개질기(reformer)를 탑재하는 방식의 경우 메탄올이 유일한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밖에 수소 대량 생산 설비에 메탄올을 이용하는 방안도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미쓰비시가스화학은 가와사키에서 MTH(Methanol to Hydrogen) 설비를 장착한 자동차 전용충전소를 시험 운영하고 있다. 

 

홍정기 박사는 "연료전지가 당장 메탄올 수요 확대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료전지가 확산된다고 보면 미래형 에너지원으로서 메탄올의 전망은 매우 밝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연료 적용여부가 성장속도 결정=현재 대체 에너지의 경쟁구도를 평가해보면 단연 바이오에탄올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급속하게 확대되고 바이오에탄올도 궁극적으로는 재배 면적의 한계로 그 양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또 다른 후보로 꼽히는 메탄올은 석탄과 천연가스로부터 생산되기 때문에 생산비가 싸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대신 제조과정에 온실가스가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이동이 어려운 석탄과 천연가스를 반드시 메탄올로 전환할 필요는 없으므로 석탄액화 오일이나 LNG(액화천연가스)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체 에너지 간의 경쟁이 결국은 자동차 분야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송용 연료는 시장규모도 크지만 일단 한번 사용되기 시작하면 인프라 구축 비용 때문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홍 박사는 "이렇게 볼 때 메탄올의 향후 성장은 메탄올 및 DME의 자동차 연료 채택 여부나 확산 속도에 따라 결정될 공산이 크다"면서 "연료로서의 메탄올 사용이 확대될 경우 메탄올 산업은 과거의 저성장에서 일순간에 고성장 산업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탄올의 연료 적용 확대 효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연료용 메탄올 수요가 확대되면 메탄올 생산규모가 대형화되고 이에 따라 전반적인 원가 절감이 가능해져 화학제품 원료로서의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메탄올 시장전망이 밝아지면서 기업들은 이미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 메탄올 산업은 메타넥스나 미쓰비시가스화학과 같은 전문기업이 성장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중국이 풍부한 석탄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시장을 주도하는 양상이다.

 

중국은 현재 내몽고 지역에 단위 생산능력이 100만 톤이 넘는 6개의 대형 메탄올 설비를 건설 중이며 향후 2010년까지 추가로 수십 개의 메탄올 설비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메탄올 생산능력은 2004년 780만톤에서 매년 20~30%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이대로라면 2010년 최소 2000만톤 이상의 생산능력을 보유할 전망이다.


◆ '메탄올 경제' 도래하나=홍정기 박사는 "상당기간 석유의 영향력은 유지되겠지만 석유 자원의 한계가 서서히 노출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메탄올이 석유 자원의 전체 또는 부분을 대체할 후보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는 메탄올을 화석연료로부터 얻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여 메탄올을 생산하는 방안이 개발될 경우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문제도 어느 정도는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전망이다.  

        

홍 박사는 "현 시점은 석유경제에서 포스트 석유경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해당된며 당분간 기존 자원 및 다양한 신규 자원이 공존하면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라며 "메탄올은 그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전체 관점에서 자원이용 흐름을 주시하고 이에 대응하는 노력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