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전도나 압력조정기 부착시 '무용지물' … 과류차단형 밸브는 가능

이달부터 차단기능형 LPG용기용 밸브사용이 전면 의무화 된 가운데 현재 개발된 차단기능형 밸브는 가스안전사고에 대한 궁극적 예방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향후 1400만개 용기에 부착될 차단기능형 밸브가 일정 조건하에서만 작동하는 '반쪽기술'이란 지적이다.

 

산업자원부와 밸브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1일부터 LPG20Kg용 일반형 기존 밸브의 제조를 법으로 금지시키고 있다. 대신 정부는 제조업체가 생산해 놓은 기존 물량이 완전 소진될 때까지 판매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기존밸브에 대한 생산은 엄격히 제한하되 신ㆍ구밸브가 함께 사용되는 이른바 '혼용기간'은 인정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 주력 생산업체는 차단기능형 밸브에 대한 신규 생산라인을 갖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업체별로 최소 3개월에서 최대 반년까지 공급이 가능한 기존밸브 물량을 생산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정부가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을 개정하고 한 차례 유예기간까지 적용하면서 보급을 결정한 차단기능형 밸브가 가스안전 사고에 대한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모 밸브 제조업체가 차단기능형 밸브에 대한 현장시험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개발된 제품은 용기가 넘어지면 가스 누출을 막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압력조정기를 결합한 상태에서 호스가 절단된 때에도 차단기능이 동작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고가 화재로 인해 호스가 불에 타거나 고의 절단사고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스누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차단기능형 밸브를 보급하게 됐다"는 당국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차단기능형 밸브는 밸브속에 장착된 스프링의 탄성에 의해 작동한다. 고의로 밸브를 개방해 일정량 이상의 가스가 일시에 배출될 때 원형의 출구를 봉쇄하는 원리다. 이같은 작동원리로 인해 밸브소켓에 압력조정기가 결합되면 압박된 원형 스프링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새로 개발된 밸브가 정상 작동하는 경우는 압력조정기를 인위적으로 떼어놓고 밸브를 개방해 놓았을 때 뿐이다.

 

더욱이 차단기능형 밸브는 LPG용기 밸브를 교체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소요시켜 충전업계로부터 반발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밀시험을 위해 고압 공기를 주입한 후 이를 제거하려면 별도로 개발한 공기방출기구를 장착, 최소 2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차단기능형 밸브의 한계와 문제점을 정책 당국인 산자부가 모를리 없다. 다만 산자부는 밸브를 인위적으로 개방시키는 고의사고를 막는 것만으로 과류차단형 밸브는 충분한 효용성이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손병호 산자부 에너지안전팀 사무관은 "(압력)조정기를 풀어서 고의사고를 조장할 때, 시위 등에 용기를 화염방사기용으로 사용하는 경우, 용기교체 때 실수로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며 "기타 상황에도 가스가 차단되는 완벽한 과류차단형 밸브가 개발된다면 그보다 이상적 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차단기능형 밸브의 한계와 과류차단형 밸브의 비교 우위 기술을 인정한 셈이다.

 

손사무관은 "일부 업체가 과류차단형 밸브를 개발했다고 하나 기계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라며 "해당 제품은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상적 제품'으로 꼽은 과류차단형 밸브는 지난해 국내의 한 제조업체에 의해 이미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밸브 전문제조업체인 광동금속은 용기가 전도됐을 때나 저압호스가 훼손됐을 때에도 동작하는 과류차단형 밸브를 출시한 바 있다.

 

광동금속의 이 제품은 밸브내부에 구슬형태의 차단볼을 삽입, 일정압력 이상의 가스가 일시에 배출될 경우 출구를 자동으로 봉쇄토록 고안돼 있다.

 

따라서 압력조정기가 파손되거나 인위적으로 제거됐을 때, 저압 호스가 절단된 때, 연결부위가 이탈된 경우에도 차단기능을 발휘된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광동금속의 이 제품은 정부가 "압력조정기를 부착한 상태에서 12미터 길이의 호스를 연결한 때에도 동작해야 한다"는 현장 적용시험 조건을 달면서 사실상 시판이 불가능한 상태에 놓여 있다. 현재 광동금속은 정부가 근거가 없는 특례를 주장하고 있다며 관계자를 직권남용으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가스안전공사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LPG를 사용하면서 발생한 가스사고는 총 436건에 달하며, 이중 밸브 오작동이나 개방으로 인한 사망자는 30명에 이르고 있다. 근본적인 가스사고 예방을 위한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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