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폐경기

얼마 전 나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식구들과 저녁식사 겸 패밀리레스토랑을 찾았다. 대충 메뉴를 고르고 한참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이 보통 가족 회식과 다를 바 없었는데, 우리 옆 테이블에 케이크를 사이에 둔 젊은 남녀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생일파티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를 씁쓸한 기분에 내 나이를 손꼽아보게 된다.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이 뿌듯한 사람도 있겠지만 어느새 마흔을 훌쩍 넘기고 쉰을 바라보는 필자의 나이쯤 되면 이제 중년도 지나고 노년이 되어가는구나 하는 허전함에 인생무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예전의 우리 어머니 세대를 보면 마흔을 훌쩍 넘겨 쉰이 가까운 나이에 손주와 함께 늦둥이를 보는 일도 적지 않았다. 물론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요즘에는 환경적인 영향, 정신적인 스트레스, 여성 질환의 증가, 중년비만의 증가 등의 이유로 딸의 월경이 시작되면 자신의 폐경을 준비한다고 할 정도로 폐경이 일찍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여성은 ‘폐경기’라는 인생의 전환점을 겪게 되면서 갱년기 장애 등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데, 이로 인해 부부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어 부부간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여성이 생리를 시작할 무렵 양측 난소에는 30만∼40만개의 난자가 저장된다. 난자는 월경 주기마다 배란이 되기 때문에 소멸되고 또 자연 소멸 등으로 45세~50세를 전후하여 거의 없어지게 된다. 이러한 난소 내의 난자 소멸은 여성을 여성답게 하는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감소를 가져와 갱년기가 시작되고 월경이 없어지는 폐경기를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여성의 폐경은 임신의 불가능성을 얘기하는 것 일뿐 ‘성생활의 끝’, 더 나아가 ‘여성으로서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월경 량이 부쩍 많아져서 산부인과를 찾는 중년 여성의 경우 ‘폐경기’라는 진단을 받게 되면 눈물을 머금으면서 ‘여자로서는 이제 끝났다’고 하소연 하거나, ‘앞으로 성생활이 어렵겠죠!’ 라고 물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호르몬의 영향으로 분비물의 양이 부족해서이지 성생활은 가능하다. 40·50대 이후 여성들의 상당수는 갱년기 증상과 관련된 ‘성기능 장애’ 때문에 성을 멀리한다. 폐경기에 성기능이 저하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성생활 때 오는 통증 때문이다. 여성 호르몬이 감소하면서 질의 위축, 건조감 등으로 ‘성교통’이 생기는 것이다. 이럴 경우엔 성행위 전에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거나 국소적인 윤활유를 사용하는 게 좋다. 또한 상담을 하다 보면 호르몬의 영향, 신진대사의 변화, 심리적인 영향으로 인한 폭식과 과식의 원인으로 복부비만 등 신체적으로 여성적인 매력을 잃게 되면서 자신감 상실로 인하여 부부관계를 피하게 되는 경우가 실제로는 더 많다. 이러한 경우 꾸준한 운동과 비만 치료 등 철저한 자기관리로 자신감의 회복함으로써 부부관계 또한 개선될 수 있다.


어떠한 면에서는 임신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생활적인 여유가 생기게 되면서 폐경기 이후의 섹스는 오히려 부부사이에 진정한 꽃을 피울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만족스러운 성생활은 인간을 보다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게 한다. 오르가슴은 긴장을 풀게 하고 기분을 좋게 하면서 면역체계를 항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중년기의 좋은 부부관계는 건강을 유지하고 노화를 예방할 수 있는 최고의 보약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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