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은 휘발유출하가에서 원유도입가 뺀 것에 불과

정부와 업계, 소비자 간에 기름 값을 둘러싼 공방이 극에 치닫고 있는 가운데 정유업계가 재경부 발표에 반발하고 나섰다.

재경부는 최근 기름 값이 올라간 것은 기름을 직접 파는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정유 업계에 전가시키는 듯한 발표를 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5개월간 원유 도입가격은 10.5% 증가했지만, 정유사 정제 마진은 59%나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유류세는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결국 올들어 휘발유 가격이 급등한 주요 원인은 정유사 마진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것이다.

재경부는 최근 소비자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유류세가 휘발유 소비자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제한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정유 업계는 발뺌작전으로 일관하고 있는 재경부가 야속하기만 하다.

최근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기름값에 대한 소비자 여론이 악화되면서 고율의 유류세 문제가 불거지자 여론의 초점을 정유사의‘폭리’에 맞추려는 국면 전환을 시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의 눈초리까지 보낼 정도다.

정유 업계는 재경부의 이 같은 주장에 재경부가 발표한 정유사 정제마진은 휘발유 유통마진이 아니라, 정유사 휘발유출하가에서 원유도입가를 단순히 뺀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즉각 해명에 나섰다.

정유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 세전 공장도가격에는 관세, 석유수입부과금, 운임, 품질보정비, 국내 유통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보통 정제마진은 국제 석유제품가격과 원유가격의 차이를 말하는 것으로, (원유를 정제해서 나오는) 모든 유종을 평균해 산출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휘발유의 경우 정제마진이 플러스로 나타나지만 생산비중이 30% 가량이나 되는 중유의 경우 역마진(마이너스)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정제마진 산출에는 휘발유 한 제품 뿐 아니라 경유ㆍ등유ㆍ중유ㆍ벙커C유 등도 모두 고려돼야 하는데 정부가 역마진이 발하는 중유 등은 빼고 휘발유만으로 정제마진을 산출했다는 것이다.

이는 높은 유류세가 기름값 폭등의 근본 원인이며 정유사들의 폭리를 국내 휘발유 가격 급등의 모든 원인인 것처럼 잘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다루는 핵심부처에서 이런 기초적인 사실관계마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사실 왜곡을 정부가 나서서 하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기름값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판에 재정경제부와 정유회사가 국내 기름값 상승 원인을 두고 소모적인 논쟁만 일삼고 있어 한심하다”면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 하지 말고 유류세와 정유사의 유통구조 문제의 투명성을 확보해 서민의 주름살을 펴게 하는데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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