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기자, 다단계 에너지 사기극 현장 잠입 취재

 

 에너지 신기술을 빙자한 사기성 피라밋 조직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신종사기는 주로 60~70대 퇴직남성을 대상으로 하며,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을 설명하고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방법을 쓰고 있다. 본지 기자가 이 조직의 홍보현장에 잠입취재를 시도했다.

 

지난 11일 서울대입구 인근 사무실. 15명 남짓의 중년남성이 한창 설명을 듣고 있다. 대부분 60~70대다.  이 회사는 지하철에 광고전단을 뿌려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세계 최초 무연료자가발전기 '하이브리드형 고효율 발전장치'"라는 문구로 유인하는 있다.

 

기자가 사무실로 들어서자 제품 설명을 자처한 신모씨(60대초반)는 지구온난화와 고유가 현상에 대해 오랜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꽤 체계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00 박사님이 미국 대기업과 계약을 맺었다"거나 "특허청에서 제품 특허를 받아 다음달부터 양산이 시작된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장황한 설명을 듣고 있으면 웬만한 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기 십상이다.

 

신 씨에 따르면 이모 박사가 개발한 하이브리드 발전기는 전력 공급없이 자석을 이용한 '역기전력 현상'을 이용한 발전 방법이다. 업체에 의하면 역기전력이란 석유 등 1차 투입 에너지가 전기로 환산되는 과정에 자연 소실되는 70%가량의 에너지로, 이를 전량 재활용해 무연료 자가발전을 가능케 한다.

 

업체가 소개한 발전기는 역기전력을 순전력으로 바꿔 이를 에너지원으로 다시 공급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자동차가 달리면서 발생한 에너지를 다시 동력으로 사용한다는 '무한에너지'논리다. 본지 확인 결과 이들이 소개한 기술은 특허를 받은 것은 맞지만 제품 성능이나 논리가 규명된 것은 아니었다.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 연구실에 문의 해본 결과 "도면에 에너지 흐름이 명확하게 명시되지 않았고 기본적인 물리법칙을 위배하고 있다"며 "배터리에서 발생한 에너지로 발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는 답변을 얻었다. 도면을 살펴본 연구원은 "논문이나 검증기관의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자신을 원자력연구소 출신으로 강조한 박모 사장은 "고려대, 카이스트 교수들도 다녀갔지만 이 발전 원리를 설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제품을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직후 세상사람을 이해시키지 못한 아인슈타인의 일화에 빗댔다.

 

신 씨의 장황한 회사소개는 계속됐다. 그는 개발자인 이 박사와 함께 미국 국적의 국제 금융서비스업체와 이 회사를 합자 설립, 지난해 10월 사업을 전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금융회사와 각각 50%씩 이익지분을 가진다고 했다. 

 

회사 직제는 수석대표, 이사, 총괄이사, 본부장, 지점장 순으로 꾸려지며, 직분에 따라 적절한 지분을 나눈다는 것이다.

 

이 제품은 대당 700만원을 호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씨는 "일단 회원으로 등록만 하면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위단계 회원을 추가로 모집할 경우 발전기 판매금을 수당으로 챙겨주는 전형적인 다단계 마케팅이다.

 

게다가 회사 전체 매출액에 비례한 수익까지 챙겨주겠다며 신규 회원을 끌어들이고 있다. 신 씨는 "다단계 판매는 빨리 시작할 수록 유리하다"며 서둘러 회원에 가입할 것을 권유했다.  

 

결국 그의 설명 끝에 나온 얘기는 '회원비 30만원'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회원으로 등록돼야 제품을 우선 구매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고 한다. 대신 30만원 명목으로 물건을 건네 주겠다고 했다.

 

합법과 불법 사이를 교묘히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물 거래란 명목을 이용해 교묘히 법망을 피하다보니 아직 경찰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규 회원을 가장한 기자가 개발자를 만나보고 싶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신씨는 "이 발전기는 에너지가 필요 없어 석유를 팔아 먹고 사는 산유국인 중동지역에서 테러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 중앙정보국(CIA)이 이 박사의 신변을 보호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사무실을 나서며 만난 60대 중반의 또다른 남성이 솔깃한 얘기를 건넸다. 구로동의 또다른 에너지 개발 기업을 방문하려던 참이었는데 일반 철사를 구리로 만드는 특별 설명회가 있다고 했다. 순진한 서민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기술로 속이는 사기극판을 치고 있지만 감독기관의 단속은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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