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탄 수급위기 타개책으로 유필우의원ㆍ석탄공사 제의 / 산자부 "합리화 정책 졍면배치 곤란" 반대 입장

'석탄산업은 기사회생 할 수 있을까?'

 

폐광 유도정책에 떠밀려 문을 닫은 탄광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석탄산업의 명맥을 잇고 있는 장성탄광 등과 함께 한때 '노다지광(鑛)'으로 불리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함태탄광을 재개발하자는 논의다.  

 

날이 갈수록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정부비축탄 물량도 확보하고,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는 광업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면서 석탄공사의 경영정상화도 도모해 보자는 게 이같은 논의의 골자다.

 

그러나 석탄산업합리화 기조를 유지해 온 정부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다 석탄공사마저 산자부의 눈치만 보고 있어, 본격적인 재개발 논의는 차기 정권으로 미뤄지거나 아예 소멸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석탄공사(이하 석공), 관련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필우 중도개혁통합신당 의원은 최근 '석탄산업법을 개정해 경제성 높은 폐광을 되살리자'는 내용의 의원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 2002년부터 약 1년간 석공 사장을 지냈으며, 이번 재개발 논의와 관련 김원창 현 사장과 사전 교감을 나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 의원은 "유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연탄수요가 크게 늘어 심각한 무연탄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2년 후면 이마저 소진돼 서민연료 공급에 문제가 초래될 수 있는 만큼 경제성이 높은 함태탄광을 장성탄광과 함께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또 "함태탄광은 가채매장량이 많고, 장성광업소와 달리 심부화(深部化)되지 않아 개발여건이 양호하다"면서 "석탄산업 존립기반 유지는 물론 국내광업개발 기술력 유지, 폐광지역 경제활성화, 석공의 경영정상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왜 함태탄광인가=본지가 석탄협회에 의뢰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 태백시 소도동에 위치한 함태탄광은 석탄사업자라면 누구라도 탐낼 만한 '부광(富鑛)'으로 판단되고 있다.

 

무연탄의 가치척도인 탄질(발열량)이 6217kcal로 우수하며 탄폭(매장층의 넓이)이 2.9미터에 달해 넓은편에 속한다. 또 추정매장량은 649만톤이며 1993년 폐광때까지 271만톤을 생산한 바 있다.

 

석공이 운영중인 장성탄광이 앞으로 659만톤을 더 캐낼 수 있다(잠재가채광량)고 한다면 함태탄광은 이보다 많은 748만톤까지 생산이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더욱이 "조금만 들어가면 탄이 쏟아졌다"는 업계의 증언이 있을 만큼, 작업여건과 경제성 측면에서 현행 가행탄광보다 비교우위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하 1000미터까지 내려가 34도에 이르는 고온 환경에서 채굴하는 현행 탄광과 비교된다. 

 

하중락 석탄협회 과장은 "함태탄광은 1988년 한 해 66만2089톤의 무연탄을 생산해 장성, 도계, 동원탄광에 이어 '6대 광산'으로 꼽혔던 우수 광산이었다. 다시 개발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산자부는 '반대' 석공은 '눈치'=이처럼 석탄업계가 함태탄광 재개발에 큰 관심을 쏟고 있지만 정작 산자부는 석탄합리화 정책에 배치되는 점과 민영 탄광업계의 추가 증산요구가 이어질 것을 우려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정대 산자부 석탄산업팀 사무관은 "(함태탄광 재개발은)정부의 합리화정책과 반대로 가는 내용이다. 정책을 바꾸겠다는 내용을 검토한 적이 없다"면서 "석공에서 열어달라는 요구지만 이를 허용하면 민영탄광도 추가로 요구할 수 있어 형평성 측면에서 곤란하다"고 말했다.

 

무연탄 수급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도 정책기조를 뒤엎는 '재개발 허용'은 무리수일 뿐이란 산자부의 판단이다. 산자부의 부정적 견해를 감지한 석공도 주무부처의 눈치를 보며 한발 물러설 모양새다.

 

석공의 한 관계자는 "가행탄광 생산원가의 70%에 불과한 함태탄광은 되살리는 게 맞다"며 재개발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도 "야당측에서 반대가 심해 이번 임시국회 상정은 일단 보류시키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재개발 논의에 불을 지핀 유필우 의원은 "지난 14일 산업자원위원회와 논의했지만 정부측에서 완강히 반대해 소위차원에서 재논의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설득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함태탄광은 폐광시까지 김세영 전 신민당 의원(김정휘 정휘개발 대표 부친)이 경영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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