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에너지파시즘'에 밀려 8년째 '표류'

러시아 이르쿠츠크 천연가스 도입사업이 표류상태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러시아의 동아시아 자원정책 노선이 불분명해지고 있고, 현재 진행 중인 자원국유화 작업도 상당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최초로 추진된 이르쿠츠크 PNG(Pipeline Natural Gas)사업은 러시아 가스전에서 중국을 경유해 우리나라까지 파이프라인을 연결, 2012년부터 국내 가스소비량의 3분의 1을 현지 천연가스로 충당한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그러나 실제 이르쿠츠크 PNG사업은 사업구상이 발표된 이후 8년이 흐른 지금까지 구체안이 나오지 않은 채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5년뒤가 아니라 10년이 지나도 사업 성사가 불투명할 것이란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LNG관련업계와 가스공사에 따르면 이르쿠츠크 가스전의 확인 매장량은 약 10억톤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스전은 러시아의 국영기업이자 세계 최대 가스회사인 가즈프롬과 영국 BP사의 소유였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는 BP의 합작기업 TNK-BP에 개발권 취소 압력을 넣어 가즈프롬이 이르쿠츠크 인근의 최대 가스전인 코빅타 천연가스전을 헐값에 살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옐친 정부가 팔아버린 에너지자원을 푸틴이 강권을 통해 거둬들이고 있는 셈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산업자원부와 러시아 에너지산업자원부는 '한-러 가스사업 협력 협정'을 체결하면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가 우리나라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관련 인프라를 조기에 건설한다는 애초 계획을 재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가 보여주고 있는 '에너지파시즘'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천연가스 공급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러시아가 갑자기 말을 바꾸면 공급시기가 상당기간 늦춰지거나 백지화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가스공사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가 동시베리아와 사할린 등의 극동에서 위세를 강화하고 있다"며 "우리로서는 러시아의 정책계획(자원국유화)이 실현될 때까지 그대로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가즈프롬과 도입시기와 방안을 협상중이지만 일단은 지체되고 있는 상태"라면서 "일본, 중국 등의 소비시장이 경쟁에 뛰어들고 있어 정부간 협력을 통해 중장기 관점에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자원협정을 맺은 이후 양국 당국자간의 관계는 눈에 띄게 소원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 일부 인원이 가즈프롬에서 교육을 받고, 러시아 대사관에 우리측 상무관 1명이 파견돼 있는 정도란 것이다.


러시아는 세계 천연가스 수요의 26.7%, 유럽시장의 34%를 장악하고 있는 나라다. 천연가스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우리나라가 수입다변화를 꾀하지 못하면 머지 않아 '가스대란'을 맞게 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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