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할 만큼 하고 있다

단전으로 고통과 위험에 내몰린 사람들이 숨죽여 울고 있다.

 

17만3546가구.
1가구 당 3인으로 환산하면 50여 만명.
주대상은 독거 어르신, 저소득 가정, 소년소년가정,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는 수급자 등.
2005년 한국전력(사장 한준호)이 전기를 끊어 버려 암흑속으로 내몰린 사람들(가구) 통계다.

 

#1
단전으로 이산가족이 된 김씨네
서울시 동작구 신대방동에 사는 김모(여. 43)씨 가구는 모자가정이다. 가정에 대한 경제적 책임의식 없이 폭력을 일삼던 남편이 어느날 가출했다. 남편의 가출 후 두 아이 양육과 생업을 위한 경제활동을 동시에 해야만 했던 김씨. 몸이 아파 하루 쉬면 하루 만큼 빚이 늘어났다.

 

건강악화로 한겨울 동안 쉬어야 했던 김씨에게 밀려드는 생활 빚 속에서도 두아이의 학비와 식생활비는 우선이 될 수밖에 없었다. 뻔히 단전 될 것을 알았지만 식구들 먹고 살 일이 우선이었던 김씨. 김씨 집을 찾아 상담을 했던 아름다운 재단 배현주 간사는 "단전조치 후 한 달 만에 큰아이(19)는 친구집으로 작은 아이(15)와 어머니 김씨는 인근 지인의 집으로 몸을 맞겨 식구가 이산가족이 되었다" 며 "집에 들어서 상담 내내 달려드는 모기떼와 곰팡이 냄새, 습기등으로 숨이 막혔다"고 말한다.

 

#2
해지기 전에 자야죠!
경기도 김포에 사는 최모(39)씨 가구는 이혼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단전으로 두 자녀와 함께 암흑속으로 던져졌다.

이혼 전후의 복잡한 가정생활을 정리 하던 중 생계에 매달려 석달 째 전기 요금을 내지 못한 것이 최씨네 가족을 암흑천지로 몰아 넣었다. 단전조치 후 소전류제한장치로 생활해야 했던 최씨는 "어둠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때문에 밤 세도록 불을 켜 놓아야 했어요.

 

그러자니 전기가 부족해 냉장고를 하룻밤 켜지 못했죠. 아주 더운 날씨였는데 음식들은 금세 상했고 그래서 아침을 먹이지 못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서 한참을 울었어요. 상한 음식들을 버린 후 습관처럼 켜게 되는 스위치를 막아 놓았어요, 아이들이 오면 일찌감치 해지기 전에 재우려고요..."

 

소전류 제한기:

형광등 2개와 14인치 TV를 시청할 수 있을 정도의 전기인 110W를 제공하기 위해 산자부와 한전이 단전가구를 위한 대책으로 내놓은 것. 

#3
더 이상 갈 곳이 없죠!
경기도 군포에 사는 박씨(41. 지체3급, 청각3급 장애 부부)부부는 두부 도매일로 생계를 꾸려 가고 있다. 무더위에 두부는 쉽게 상하고 판매는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 하루 2~3판을 넘기지 못한게 몇 달, 게다가 계량기 한대를 여러 주택이 함께 사용 하는 집에서 살고 있는 박씨네 가구는, 미납요금만 남기고 자취를 감춘 옆집의 요금까지 책임져야 했다.

재개발지구를 가까스로 벗어난 박씨네 집의 낮은 천장은 단전 후 켜기 시작한 촛불로 인해 그을려 있다. 촛불로 밤을 밝히는 모습이 너무도 위험스러워 보인다. 근처의 재개발로 외딴집이 되어버린 박씨네. 이곳에 화재 사고라도 난다면 장애인 부부인 이들이 도움을 요청하기는 너무도 어려워 보인다. 불편한 몸으로 박씨가 하는 한마디 "여기 말고 더 이상 갈 곳이 없죠"라는 말이 듣는 이로 하여금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다.

 

◆정부, 한전 아직도 사태 심각성 못 느껴
광주 여중생 촛불 화재 사고 이후 사회적 주목을 끌었던 빈곤층 단전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에너지 소외계층을 양산하고 있다.

 

단전 위험성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자 한전은 혹서기(7~8월), 혹한기(12~2월)동안 단전유예조치, 소전류제한기(형광등 2개, 14인치 TV시청 가능전력)부착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한 현실이다.

 

현재 한전은 전기요금을 2개월 동안 내지 못한 가구에 대해 해지 예정일 7일 전 최고장을 보낸 후 미납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단전조치를 하고 있다. 이런 한전의 조치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에너지공급의 절실함을 감안한 제도 보완이 이루어 졌다지만 저소득 가구에 대한 근본적인 에너지관련 대책이 될 수 없다" 며 "오히려 빈곤가정에 생계형 빚만 가중시킨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대해 김혜림 한전 홍보팀 과장은 "한전은 기업이기 때문에 정부처럼 일을 할 수는 없다" 며 "대신 아름다운재단과 함께하는 '빛한줄기희망기금' 모금 같은 자발적인 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과장은 "저소득층을 위해 요금 할인이나 지원도 하고 있다" 며 "저소득층의 단전문제는 범위가 너무 넓어 기업차원에서 해결하기엔 힘들다"고 한전의 의사를 밝혔다.

 

더 이상 단전 세대를 위한 지원은 힘들다는 반응이다. 이를 바라보는 정부 또한 적극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어용석 산자부 전기소비자보호팀 주무관은 "현재 저소득층에게 제공되고 있는 전력보다 용량을 좀 더 늘리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고 말하고, 언제쯤 결과물이 나올 것 같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건 아직 정해 지지 않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을 위해 현재 한전이 지원하고 있는 제도는, 월 1~70kWh 사용자는 전기요금의 35%, 월 71~100kWh 사용자는 15%를 깎아줄 뿐이어서, 저소득층은 세대 평균인 월 200kWh 정도를 쓰더라도 혜택을 받지 못한다. 또 1~3급 장애인 등에게는 요금을 20% 깎아주고 있지만, 많은 장애인 세대가 나머지 요금 80%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혹한기와 혹서기의 단전 유예조치 기간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7~8월과 12~2월 다섯 달 간으로 제한돼 있다.

 

이에대해 류정순 빈곤문제연구소 소장은 "현행 체계에 기초생활보장기금, 지방자치단체기금, 전력산업발전기금 등을 활용한 안전망을 강화하면, 단전으로 인권마저 침해당하는 비참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막을 수 있다" 라며 "활용 가능한 기금을 사용하는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단전절차:
한국전력공사의 전기공급약관 제15조 제1항 "한국전력은 고객이 요금 납기일로부터 2개월이 되는 날까지 납부하지 않을 경우에는 전기사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해지예정일 7일전까지 고객에게 요금납부를 최고합니다. 다만 주거용인 주택용전력 고객에 대하여는 혹서기, 혹한기등 부득이한 경우 전기사용계약의 해지를 유예할 수 있습니다"라고 규정한다.


◆올 해 산자부가 추진중인 저소득층 에너지 복지 지원책을 보면,
1)전기설비 개선사업:

전기설비가 낙후되 취약한 저소득취약계층 및 사회복지시설, 오지지역을 중심으로 불량전기설비 개 보수 지원.
예산: 2억2250만원
2만2250호 지원계획

 

2)국민기초생활수급자 LP가스시설 개선사업: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의 낡은 LP가스시설에 대한 개선지원사업
예산: 37억9000만원(공사2억7000만원, 지자체 35억2000만원)

 

3)서민 영구임대아파트 태양광보급사업:

서민용 영구임대아파트에 태양광 설치를 지원해 생활 안정(월 전기료 4000원 절감)을 기하기 위해.
예산: 64억원
25평 이하 1600세대 태양광 보급
세대당 설치비 400만원 지원

 

4)신재생에너지 복지사업:
정신지체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콩나물, 느타리버섯, 수경재배, 하우스채소재재 등)의 사용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 
예산: 14억8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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