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협약상 공급량 못 채우면 의무구매" / 사실상 발전의무할당제(RPS) 도입 시사

정부와 신재생에너지공급협약(RPA)을 맺고 있는 발전회사 등이 협약상 약정했던 공급량를 채우지 못하면 이들 공기업에 국내 탄소시장에서 발생한 감축실적을 강매하는 방안이 추진돼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정부는 이들 공기업이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의 83%를 차지하고 있어 의무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한전을 비롯한 6개 발전사와 수자원공사 등은 매년 1조원 이상을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RPA계약을 수행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산업자원부의 달라진 모습은 고무적이지만 아직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탄소시장에 수요를 창출한다며 애꿎은 에너지공기업을 동원하는 것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산자부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 탄소시장의 형성과 배출권 시장규모 확대를 위해 올해 안에 CDM 등의 감축사업에 투자하는 2000억원 규모의 탄소펀드를 출시하고, 금융감독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배출권거래 전문투자회사도 만들 예정이다.

 

아울러 탄소시장에서 감축실적을 구매하는 실수요자를 만들기 위해 RPA협약을 맺고 있는 공기업들에 감축실적을 의무적으로 판매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국제 시장에 수출하고 남는 감축실적은 정부가 톤당 5000원선에 구매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재훈 산자부 차관은 "2012년까지 형성될 국내 배출권 시장규모가 4487억원으로 전망되고 있고, 현재 잠재 배출권 시장규모도 전 세계 8.8%에 해당하는1498억원으로 추산된다"면서 "이와 같은 시장메커니즘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제는 이같은 대책의 재정적 부담을 결국 에너지공기업이 전적으로 지게 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이미 수십년간 화석에너지로 굳어진 체질을 신재생에너지로 개선하는 RPA협약으로 인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RPA공급량을 충족하지 못하면 감축실적 구매를 의무화한다는 정부방침은 사실상 RPS(발전의무할당제)의 도입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해당 공기업들이 정부안에 반발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모 공기업의 신재생에너지 담당자는 "궁극적인 방향은 RPS가 맞지만 도입시기에 대해선 아직 시기상조 논란이 많다"면서 "감축실적 수요자를 창출하기 위해 공기업을 동원하는 것은 당장 정책추진을 위한 정부 편의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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