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시대가 지속됨에 따라 정유사간의 경쟁을 통한 가격경쟁이 절실히 요구되는 가운데, ‘복수폴사인제도’가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1년 9월 도입된 복수폴사인제도는 그동안 정유사들의 횡포(주유업계 주장)와 주유소의 시설미비(정유업계 주장)라는 갖가지 이유들로 인해 있으나마나한 제도로 전락한 지 오래다.


주유업계측은 복수폴제도를 시행할 경우 할인혜택이나 보너스카드 사용을 중지시키고, 폴사인을 가져가며, 심지어는 기름을 공급할 수 없다는 식의 횡포로 인해 제도가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상표표시제와 관련된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2001-2호에 의해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정유사들이 경쟁체제를 상실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폐지해 제품의 차별화와 가격인하 효과를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유업계는 복수폴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브랜드별로 유류를 담을 수 있는 별도의 저장탱크시설 등의 추가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일 뿐, 횡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주장을 들어보면 서로 일리가 있는 얘기인 건 확실하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어느 정도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가시적인 변명 이면에 ‘돈’이라는 거대한 지배권력에 의한 불가항력의 계약이 수시로 일어나기 때문에, 법과 이론상으로는 가능한 제도일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 말에 따르면, 100% 개인 자본으로 주유소를 설립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주유소들이 설립당시 부지만 확보한 상태에서 특정 정유사와의 계약을 통해 설비 등의 여타적인 부분을 지원받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정유사 입장에서는 설비비 등 초기 투자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담보로 계약시 몇 년 동안은 자사 제품만을 전량 취급하도록 하는 계약조항, 이른바 '일방계약'을 넣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쩐의 전쟁’에서 주인공인 박신양씨가 “법보다는 주먹이, 주먹보다는 쩐이 앞서는 세상”이라는 대사를 한 적이 있다. 새삼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던진 말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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