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설비개선 안전성에 최고의 자신감/주요설비 '보수중' 아닌 운전 '대기중'

주제어실 계기판 정지 속 관리요원 눈빛은 생동감

노후배관 우려는 '기우' 2~3중 대책 안전관리 만전

일부 주민 반대여론 협의체 구성 갈등해소에 최선

 

<발문>우리나라 원자력발전 시대의 막을 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본부장 강호원) 원전 1호기가 30년의 설계수명기간이 지난 6월 만료됨에 따라 가동을 중지하고 전면 보수공사에 들어갔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의 가압경수로형으로 58만7000kW의 설비용량의 고리 1호기는 지난 30년간 총 1147억kWh의 전력을 생산,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전기를 공급함으로써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한편 에너지 자립의 초석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수행해 왔다.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의 산 역사인 고리원전 1호기를 직접 찾아가 계속운전의 준비상황을 알아봤다.

 

 

지난달 28일 오후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한국수력원자력(사장 김종신) 고리원자력본부.

원전 입구부터 겹겹이 바리케이드가 쳐진 채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고 있었다. 사전신고를 한 뒤 출입증을 받은 다음 3중의 검문을 통해 비로소 발전소에 들어섰다.

 

고리 원전 1호기의 '신경중추' 역할을 수행하는 중앙제어실(MCR).

평상시 같으면 이곳은 안전설비, 원자로, 터빈, 방사선 감시, 발ㆍ송전 등 5개의 주요 시스템이 빽빽하게 들어 차 발전소의 이상 유무를 알려주는 수천개의 디지털 계기판이 깜빡거리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지금은 관리요원 10여명만 분주히 움직일 뿐 대부분 계기판은 불만 켜진 채 정지 상태다.

특히 핵연료 저장ㆍ가동 상태를 알리는 계기판은 완전히 불이 꺼진 채 '연료없음'을 알리고 있었다.

 

다만 시스템 중앙에 걸려 있는 '세 번 검토, 두 번 확인, 한 번 조작'이라는 표어가 원전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듯 클로즈 업된다.

 

그래도 발전기를 비롯한 발전소 곳곳은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관리요원들의 눈빛만큼 생동감이 넘쳤다.

 

"그동안 증기발생기 등 중요부품 약 300여건을 개선하고, 또 교체해 왔습니다. 원전의 가장 핵심 내용은 '안전성'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들 시스템은 신규 발전소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주백 고리 1호기 계속운전 추진실장은 "고리 1호기의 안전성은 이미 입증을 받은 상태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안전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원전의 효시인 고리원전 1호기는 현재 설비개선 작업이 한창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8월 과학기술부에 안전성평가보고서를 제출한 데 이어 지난 6월 가동을 끝내고 10년 연장가동(계속운전)을 목표로 주요 설비를 '보수중'이다.

사실 보수 중이라기보다 계속운전을 '대기중'이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는 게 한 직원의 귀띔이다.

 

"모든 배관은 찍어놓은 점마다 두께 측정을 합니다. 30년간 사용으로 노후돼 어느 배관이 터질지 모른다는 주장은 이른바 '기우'일 뿐입니다. 원자력 발전소는 항상 세밀한 부분까지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이중, 삼중의 대책을 가지고 관리됩니다."

 

이 실장은 꾸준한 관리 및 개선, 기술개발로 고리 1호기의 안전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강조한다.

고리 원전 1호기의 고장정지 건수는 한국의 발전소 운영기술 습득과정인 지난 90년까지 연평균 6.6건에 달했다. 그러나 90년대 1.9건, 2000년대 0.3건으로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이에 따라 연평균 이용률도 90.6%에 달해 세계평균 79.5%보다 훨씬 높다. 지난 10년 동안에는 7번이나 무고장 안전운전(OCTF)을 달성하며 국내 최고의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사실 고리 1호기는 설계 당시 미국 기술진에 의해 40년 운전으로 건설됐다. 그러나 당시 일본의 원전 관리제도나 법규를 도입함으로써 수명연한을 30년으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고리 1호기의 운전정지는 국가적 낭비라는 말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현재 기후변화와 맞물려 원전이 최선의 현실적인 에너지원이라는 것을 인정한 미ㆍ영ㆍ일 등 원전 선진국도 설계 당시 예상했던 수명이 만료된 원전에 대해 안전성을 평가, 계속운전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현재 고리 1호기 원자로형과 유사한 기네이 원전 등 48기에 대해 계속운전을 승인, 설계수명 40년을 넘어 최대 60년까지 가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12기), 영국(10기), 캐나다(2기)도 30년 이상 운전중인 원전을 보유하고 있으며,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가 계속운전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지역주민의 정서는 사뭇 다르다. 고리 1호기 수명연장반대대책위는 "안전성과 경제성 논리로 수명연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전이 들어선 뒤 지역개발이 가로막히는 등 피해가 컸다며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 지역지원금 확대와 집단이주를 요구하는 등 목소리도 다양하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신모(51)씨는 "고리 1호기 계속운전 문제는 안전성보다는 지역개발이나 주민 실제 경제이익, 그리고 환경문제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주민 생활터전의 대가로 얻은 수익은 주민 소득이나 지역개발에 우선 투입돼야 하고, 더 나아가 국가 에너지 확보 차원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수원은 주민들의 이같은 요구를 수렴, 주민과의 협의체를 구성해 갈등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수원은 우선 500여억원을 투입, 지난 5월 주민편익을 꾀하는 시설 '에너지 팜(Energy Farm)'을 완공해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이 시설은 체육시설, 휴식공간, 주민 결혼식 등 각종 행사를 치르는 공연장, 회의실 및 홍보관으로 꾸며져 있다. 주민들에게 연중 개방함으로써 원자력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한편 주민에 대한 '밀착봉사'를 추진하는 것이다.

 

잠시 고리원전에서 눈을 돌려 낮은 구릉을 올라 신고리 원전 1,2호기 건설현장에 올랐다. 전망대에 오르자 건설현장이 까마득히 내려다보였다. 바삐 오가는 각종 공사차량들은 마치 일개미가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준공 예정일에 차질이 없도록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김명진 신고리 제1건설소장은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에 건설 중인 신고리원전1,2,호기는 한국표준형 원전으로 앞으로 4년여의 공사기간 동안 토목, 기전 공사를 시행하고 시운전을 거쳐 2010년 말에 1호기를, 2011년말에 2호기를 준공해 2010년대 초반의 전력공급을 담당할 계획이다"며 "앞으로 영남지역의 전력수급안정은 물론 지역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지역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하는 시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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