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보증ㆍ수익률 요구…순수 프로젝트 파이낸싱 '全無'

태양광발전사업 등에 지원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이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이 과도한 보증이나 수익률을 요구하면서 프로젝트 자체를 담보로 신재생에너지 저변을 확대한다는 PF의 당초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본지가 각 은행이 올초부터 새로운 수익원 발굴차원에서 조성한 펀드 등의 자금 지원 형태를 분석한 결과, 보증 없이 순수한 형태로 PF가 집행된 사업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 관계자들은 "자금을 빌려주면서 일정수준의 자격요건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금융권이 리스크를 이유로 너무 높은 금리를 요구하거나 수수료만 챙기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 문턱 높은 '태양광 PF'= 6일 시중은행들에 따르면 올들어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크게 확대되면서 덩달아 금융권에 펀드형태로 몰린 자금은 1조원을 육박하고 있다.

 

지난 5월 SC제일은행은 동양건설산업이 신안군에 짓는 20MW급 태양광발전소에 약 700억원 가량을 PF방식으로 지원했고, 같은달 KB자산운용은 3300억원 규모의 태양광발전 펀드를 설립해 지난 3일 LG CNS의 고창 태양광발전소 구축사업에 첫 자금을 투입했다.

 

특히 산업은행은 지난 6월 1조원 규모의 사회책임펀드를 조성해 이를 신재생에너지 생산기업이나 환경친화기업에 우대금리로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평소 자금이 부족해 사업추진을 망설였던 업계를 한참 달뜨게 했다.

 

하지만 설레임과 기대도 잠시, 서둘러 은행을 뛰어간 대부분의 업체가 실망만 안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는게 업체들의 전언이다. 자체 보증이 가능한 대기업을 제외한 모든 업체가 한꺼번에 '자격미달'업체로 분류됐다는 얘기다.

 

본지가 실제 자금지원이 확정된 이들 사업의 집행 조건을 해당 은행에 전수 문의한 결과, 보증조건이 따라붙지 않은 사업은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태양광발전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10MW 이하는 취급하지 않는다는 말만 듣고 그대로 돌아왔다"면서 "설령 규모가 되더라도 모기업(母企業)의 보증이 있어야 하는 등 PF로 보기에는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의하면 사업구상을 전해들은 은행측 관계자는 이 업체에 전체 사업자금의 20%에 해당하는 자기자본비율을 요구했다. 게다가 국제수준이 120%(1.2)인 부채상환계수(DSCR.매출을 비용으로 나눈값)를 130%까지 제시하고, 심지어 모기업이 전면에 나서 사업에 대한 보증인이 돼 줄것을 요구했다.

 

든든한 모기업을 배경으로 사업에 뛰어든 업체가 이 정도라면 아무리 훌륭한 프로젝트를 갖춘 업체라도 소규모 기업은 사실상 PF자금을 지원받는 게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는 "은행은 각종 수수료까지 다 업체몫으로 떠 넘기면서 쏠쏠히 수익을 올리고, 업체에게는 박리의 원가경쟁과 저가공사를 하도록 조장하고 있다"면서 "명분 좋은 PF지만 사실상 발전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분통을 떠뜨렸다.

 

◆ 금융권 '어쩔 수 없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금융권은 "수익률이 낮고 장기적으로 가야 하는 태양광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며 업계의 원성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한 시중은행의 PF담당자는 "태양광의 경우 발전차액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기간이 15~20년으로 길어 은행 입장에선 DSCR을 떠나 사업주체가 가장 중요하다"며 "기본적으로 프로젝트가 건실해야 하지만, 사업자의 신용도와 스폰서(모기업)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현재 금융권이 판단하고 있는 태양광의 수익률은 발전차액 보장기간인 15년간 5% 수준이다. MW당 최소 건설비용은 80억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으로 정한 7% 수익률은 현 시점의 기준일 뿐 언제든 수익률은 변동할 수 있으며, 각종 타당성 검토 등에 비용이 발생하는 PF의 특성상 10MW이하의 사업을 제안받아도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관계자는 현행 기준이 부실 사업을 가려내는 데 적절한 수준임을 강조했다.

 

그는 "사업자가 바라보는 사업전망과 은행이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것은 시각 자체가 다르다"며 "4시간 이상 일광시간(발전시간)이 불가능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5시간 이상을 산정해 사업을 하겠다는 업체를 받아주는 것은 정당하냐"고 되물었다.

 

다만 그는 "엄밀한 의미로 보자면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PF실적이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기술향상과 경쟁으로 최근 실질적 수익성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어 조만간 괜찮은 성공모델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수익이냐, 공익이냐= 이같은 금융권과 사업자간의 공방을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은행들이 내세우는 요건이 부실사업을 걸러내는 최소 기준이 되고 있다는 주장과, 일부 완화될 필요도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산자부의 핵심관계자는 "은행권의 펀드 조성은 수익을 위한 것이지 공익을 위한 것은 아니다. 민간 주도의 것을 산자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형편이 못 된다"고 말했다. 또 한 태양광전문가는 "쉽게 사업을 허용하는 게 더 문제다. 당연하면서 적절한 조치다"며 금융권 주장에 동의했다.

 

그러나 이미 대규모 태양광사업을 벌이고 있는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사업에 입성했지만 금융권 조건이 정도 이상으로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라며 "수익도 좋지만 금융권도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공익에 기여한다는 대의를 감안해 일부 요건은 완화를 검토할 필요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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