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기자는 독자에게 느닷없는 한통의 메일을 받고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안녕하세요, 독자입니다…"로 시작하는 이 메일의 내용은 이랬다.

 

이 독자는 몇 달 전 기자가 모 신재생에너지 관련기업에 관해 쓴 기사를 읽고 신재생에너지 관련사업의  

전망이 밝다는 나름의 판단 아래 이 회사의 주식에 과감히 투자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기업의 주가는 최근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내며 반토막이 났다. 

 

물론 이 즈음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악재에 곤두박질하지 않은 주식이 어디 있겠냐만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이 독자는 이 회사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주식을 더 매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사실확인이 어렵지만 표현대로라면 "전 재산뿐 아니라 부모님 재산까지 날리게 생겼다"고 했다.

 

결론은 해당기업을 출입하면서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는 기자가 "이 회사 주식을 더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이쯤에서 팔아야 하는지 (조언으로) 꼭 도와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주식투자로 재미를 보든지, 손해를 입든지 어디까지나 개인의 판단에 따른 것이고 결과도 온전히 그 자신에게 있다. 하지만 기자의 기사가 투자의 촉발점이 되었다고 하는 그의 하소연은 은연중에 도의적인(?) 책임을 묻는 듯 했다. 


그렇다고 '그 기업은 어떻다더라~" 하면서 공시 외적인 정보나 확인 안된 풍문을 동원해 애널리스트를 자임하는 것도 분명 현명한 처신은 아니었다. 한 동안 이 독자에게 보낼 답장을 이래저래 궁리해야 하는 것이 짬 날 순간마다의 고민이 됐다.

 

다행히 그런 고민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한국 증권가의 귀재'로 익히 알려진 박현주 미래에셋 증권 사장이 최근 펴낸 책에서 뜻하지 않게 가슴에 와닿는 글귀를 발견했고, 이를 전하는 것으로 답장을 갈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최근 발간한 그의 저서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서 "사업 파트너를 고르는 심정으로 우량

자산에 장기 투자하는 길만이 리스크를 최소화해 주식투자에 성공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일생을 건 사업을 함께 할 '동업자를 고르는 심정'으로 투자하라는 그의 짧지만 강렬한 조언에 기자도 전적인 동의를 표하면서, 투자 지속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독자의 결정기준으로 '그 기업이 동업자라면?' 하고 반문해 보기를 권한다. 

 

금고열쇠를 언제나 믿고 맡기면서 하루, 한달, 일년의 매상을 거짓없이 자신과 공유하고, 내년 매출은 어떻게 더 신장시킬지, 어떤 전략으로 사업을 번창시켜 나갈지 진중하게 고민하는 동업자인지 검증해야 한다는 얘기다.

 

믿을 만한 동업자라면 손님들에게 거짓약속(허위공시)을 할 리 없다. 믿을 만한 동업자라면 애초 가능성 없는 장사를 함께 해보겠다고 뛰어들지도 않을 것이다. 막연한 잣대지만 어느 투자건 그런 사소한 기준으로도 판단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나름의 직관이 있다고 자신하는 기자는 새로 알게된 기업의 경영자들과 일면식을 갖게 될 때, 우선 차를 대접하는 비서나 직원의 표정과 사무실 천정조명에 비친 직원들의 눈매를 유심히 살피는 버릇이 있다.

 

낯선 손님을 맞는 직원들의 자세와 눈빛이 때론 그럴싸한 공시정보보다 기업의 비전을 더 정확하게 꿰맞출 때가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짧은 시간에 홍수처럼 밀려드는 뜬 소문에 일희일비하는 것보다 기회가 된다면 투자 대상기업을 '동업자를 고르는 심정'으로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하고 싶은 이유다.

 

기자를 비롯한 이투뉴스 모든 기자들이 보다 객관적인 뉴스를 전하는 데 노력하겠다는 약속으로 독자의 답장메일을 마무리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증권가와 기업을 수시로 들락거리는 기자들조차 제맘대로 등락을 거듭하는 알량한 그래프 곡선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일이 잦다는 점을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

 

신재생에너지의 미래를 보고 투자했다는 독자께서 현명한 판단으로 '대박'을 떠뜨리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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