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로 인한 곡물의 수율 증가가 바이오연료 생산자에게 기회다."

 

제프 스티어 미 에너지부(DOE) 국제협력 담당관이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연료 상용보급을 위한 국제회의'에서 바이오연료로 인한 식량 부족 현상에 대해 이같이 반박했다.  

 

전 세계적으로 경유값이 급증하면서 매연이 없는 바이오연료의 생산량이 늘고 있다. 하지만 옥수수나 대두 등 식량이 연료로 쓰이면서 식량값이 상승해 결국 바이오연료용 원료 가격도 높아졌다. 4월 현재 국내 바이오디젤 가격의 70%는 원료가격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바이오연료 사용 보급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에너지 관ㆍ학 관계자를 초청, 그들의 경험과 향후 계획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세계 최대 에탄올 생산국 미국= 스티어 담당관은 농지의 수율을 높여 바이오연료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이날 주장했다. 수율은 한정된 땅에서 수확량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50년 전보다 에이커당 옥수수 수확량이 160부쉘로 약 4배 증가한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는 "미국의 에너지부와 농림부는 10억달러를 투자해 농지 수율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며 "유전과학의 적용을 체계적으로 할 경우 농지를 덜 쓰면서 수확하는 데 비용을 줄이고 수확량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확량을 높이면 식량 공급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바이오연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유전자 변경 기술이 수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어 담당관은 "작물의 원료 구조를 바꿔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고 추운 날씨에 발아를 가능하게 하거나, 다년생 식물을 개발할 수 있다"라며 "미국은 정부 보조금으로 2020년까지 스위치그래스 수율을 2배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해 식량 작물에서 벗어나 다양한 원료 확보에 대한 노력도 시사했다.

 

◆브라질의 사탕수수가 타작물보다 고수율= "사탕수수는 보통 곡류식물보다 키가 커 수율이 높다"며 바이오연료로 적격이라고 알렉산더 스트라패손 브라질 농림부 담당관이 발표했다.  

 

그는 "보통 자트로파나 타식물이 평균 ㏊당 1000ℓ를 생산하지만 사탕수수는 6000ℓ를 생산한다"며 "브라질은 방대한 토지와 저렴한 원자재가격으로 바이오연료 상용화의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라패손 담당관은 "브라질은 과거 포르투갈의 식민지로 사탕수수 재배지로 사용됐다"며 "하지만 현재 사탕수수는 국내 전체 면적의 1%만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림과 목초지를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농토로 이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임을 시사했다.

 

스트라패손 담당관은 "브라질 정부는 바이오연료를 우리만 생산하고 소비하는 국가가 되길 원치 않는다"며 "다른 나라와의 협력을 기다리고 있고 외국인 투자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브라질은 30여년 전부터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했다. 1975년 1차 석유파동이 터진 직후, 100% 에탄올만을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를 상용화했다.

 

◆아르헨티나, 최대 바이오연료 생산국 부상 예견= 아르헨티나의 곡물생산량은 한해 총 9500만톤이다. 대두, 옥수수, 밀의 생산량을 합한 수치다.

 

크리스티안 폴가 연료부 차관은 "2010년이 되면 아르헨티나의 바이오디젤 소비는 1250만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며 "이 중 5%의 바이오디젤을 의무적으로 혼합해야 할 경우, 62만톤의 바이오디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아르헨티나에서 생산되는 식물성 기름의 8%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또 2010년까지 350만톤의 휘발유를 소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중 5%의 바이오에탄올을 혼합한다고 가정하면 17만5000톤의 바이오에탄올이 필요하다. 이는 옥수수 생산량의 2%만을 차지한다.

 

바이오연료가 될 원료가 이 나라에서는 남아도는 셈이다. 그는 "잉여분은 수출하거나 더 의무혼합비율을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폴가 차관은 "아르헨티나는 바이오연료의 원료 확보에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해외 투자자의 협력을 요청했다.

 

◆중남미, 카리브 지역이 원료확보를 위한 기회의 땅= 콜롬비아는 마약생산 대체 차원에서 바이오연료 보급 사업을 시작했다. 콜롬비아는 세계 7위의 사탕수수 생산국, 세계 4위의 팜유 수출국이다.

 

추종연 남미자원협력센터 소장은 '중남미 바이오연료 보급동향과 기업 진출 가능성'이란 주제발표에서 "콜롬비아의 작물은 미국산에 비해 30% 저렴해 우리나라와의 FTA가 발효되면 저렴한 바이오연료의 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연료 확보를 위해 우리나라는 해외 진출이 불가피하다"며 "중남미 국가들이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한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추 소장은 FTA 교섭을 추진 중인 멕시코도 이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진출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멕시코는 사탕수수 생산 세계 2위국으로 이를 이용한 대체에너지 개발 계획을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우리 기업이 국토의 대부분이 미개발 상태인 칠레를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칠레는 현재 바이오연료 관련법도, 생산도 부진한 편이다"며 "그러나 조직화된 산업구조를 감안할 때 바이오연료도 급속히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주장했다. 

 

아울러 기업이 해외로 진출시 부딪칠 장애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고 추 소장은 말했다. 그는 "중남미 국가들이 자국내 아젠다 해결에 급해 내수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또 국내 기업들이 중남미 시장에 대한 경험 부족도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소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파일럿 프로젝트 차원에서 소규모 사업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해외 플랜테이션을 위한 농지를 구입해 작물을 재배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시장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현지 바이오연료에 대한 생산 기술이라든지 노하우를 확보하면서 농지 구입을 통해 부동산 투자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아르헨티나의 가장 비옥한 콩농장은 ㏊당 9000달러로 ㎡당 1달러 정도 된다"고 정보도 제시했다.

 

추 소장은 "바이오연료 분야로 진출할지 고민하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본다"며 국내 기업의 참여를 독려했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