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효율 차이 '미미' … 가스설비에 영향 없어

루베(N㎥)당 1만500kcal로 공급되고 있는 현행 천연가스의 표준열량(최저 공급열량)을 100kcal 낮춰도 열효율에 차이가 없으며, 가스레인지나 자동차, 산업체, 발전설비 등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표준열량은 가스공사가 소비자에 공급하는 천연가스가 일정수준 이상의 열량을 충족하도록 하는 공급규정으로, 공사사규에 포함돼 있어 산업자원부 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조정이 가능하다.

 

공사는 카타르산 등 저열량 천연가스 도입이 증가함에 따라 현행 표준열량을 1만400kcal로 100kcal 낮추는 하향개정을 지난 4월부터 추진해 왔다.      

 

19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천연가스 표준열량 개정 공청회'에서 허재윤 가스공사 연구개발원 박사는 "기준가스로 튜닝(설정)된 가정ㆍ업소용 연소기 등에 저열량 가스를 주입해 열효율이나 일산화탄소, 공정상의 문제를 살펴본 결과, 기준가스와 사실상 동일한 결과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표준열량을 1만400kcal로 내리는 법개정을 위해 지난 3년간 진행된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예멘산 가스는 표준열량이 1만500kcal인 표준가스와 사실상 동일한 연소상태와 화염 안정성을 나타냈다.

 

특히 열량의 잣대인 열효율은 업소용의 경우 저열량과 기준가스가 루베당 불과 0.42MJ의 차이를 나타내는데 그쳤다. 허 박사는 "모든 연소기기에서 효율변화는 미미했다. 이는 무시할 정도의 수준이다"고 말했다.

 

가스안전과 배출가스 측면에서도 특이한 변화가 없었다. 효율과 배출물질 농도는 반비례하므로 오히려 열량 하향화가 안전 등에서 긍정적이라는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번 연구에서 기준가스는 연소시 루베당 470ppm의 일산화탄소가 발생했으나 열량을 낮춘 예멘산 가스는 440ppm으로 100ppm 이상 낮은 결과를 나타냈다. 또 환경오염 물질인 NOX(녹스)는 예멘산이 표준가스보다 약 0.5ppm정도 적게 배출됐다.

 

허 박사는 "자동차의 경우도 출력과 토크의 변화가 미미했고, 철강ㆍ요업 등에 사용될 때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면서 "결과적으로 열효율은 그대로면서 배출가스 등이 감소해 바람직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가스공사가 표준화하려는 1만400kcal 기준은 기존가스와 '화력' 차이도 나지 않으며 안전ㆍ환경 측면에서는 오히려 저열량 가스가 비교우위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수긍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 동상근 에너지기술연구원 공업기술연구센터 박사는 "약 1% 정도 열량이 적은 것은 힘 0.7%, 공기량 1%, 효율은 0.1% 미만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100kcal 하향 조정은 전혀 문제가 안된다"고 말했다.

 

박세종 가스석유기기협회 팀장도 "이 수준은 가스기기에 설계변경이 필요할 정도가 아니라는 게 설비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희용 도시가스협회 팀장은 "소비자들과 서비스 접점에 있는 도시가스사들 입장에서는 홍보가 충분히 된 이후에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1%의 열량차는 체적거래상 1억8000㎥, 1000억원에 달해 품질차가 없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품질에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차이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나광식 소비자원 책임연구원은 "가스기기들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에너지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 아니냐"면서 "에너지는 소비자가 선택권이 없는 만큼 보다 낮은가격에 가스를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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