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시큰둥한 반응에 산자부만 '머쓱'

한 광역자치단체가 설치한 풍력발전기가 제 몫을 못해 결국 헐값에 매물로 나왔다. 8년전 경상북도가 국ㆍ도비 13억원을 들여 울릉도에 설치한 울릉풍력 얘기다.

 

문제는 이 '애물단지'를 매입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없는데다, 도가 적임자로 점찍은 한국전력조차 매입을 꺼려 중개자로 나선 산업자원부 입장만 난처해졌다는 점이다.

 

충분한 사전조사가 뒷받침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 플랜트는 결국 실패하고 만다는 교훈을 전해주는 사례다.

 

30일 산자부와 경북도, 한전 등에 따르면 경북도는 1999년 울릉군 북면 현포리 일대에 600kW급 풍력발전기를 세웠다. 경북도 발주하고 H사가 시공에 나서 착공 8개월만에 높이 67미터, 날개 회전자직경 44미터 발전기를 준공했다.

 

그러나 이 풍력발전기는 시험운행 기간부터 문제를 일으켰다. 바람의 세기가 일정하지 않아 날개가 자주 멈추는 등 안정적 전력생산이 불가능했던 것. 입지선정이 잘못됐던 것이다.

 

게다가 한국전력 울릉지점은 울릉풍력의 불안한 전력주파수가 전력계통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계통연계까지 불허했다. 청정에너지를 보급하겠다는 경북도의 의욕은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울릉풍력은 지난 8년간 전기 한번 생산하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돼 왔다.

 

특히 2004년 6월에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발전기가 벼락을 맞는 사고로 주요부품을 교체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근 도는 산자부와 한전에 유지관리 능력이 충분한 한전이 울릉풍력을 매입해 달라는 건의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 과학기술진흥팀의 한 관계자는 "울릉 풍력은 발전기 고장이 아니라 부하변동률(발전량)이 심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라며 "최근 한전KPS와 기술검토를 끝낸 결과, 200kW로 감속해서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판명났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측에서 계속 끌고 가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 들어 공기업인 한전이 맡아주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라며 "매각금액 감정가는 1억원 정도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전 측은 도의 제안이 달갑지 않은 듯했다. 한전 도서전력팀 관계자는 "정비방안만 서로 얘기가 오간 상태여서 '사겠다, 말겠다' 결정할 상황은 못된다"면서 "정식으로 요청이 오면 그때 검토해 볼 문제다"고 잘라 말했다.

 

입장이 난처하기는 산자부도 마찬가지다.

 

산자부 신재생에너지팀의 한 관계자는 "(경북도) 실무선에서 '산자부가 좀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요청이 있었지만 행정자치부에서 무상이전 불가판정을 받은 물건을 한전이 사들이는 것도 명분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중간에서 입장이 난처하지만 울릉군 부하가 3000kW로 늘어난 만큼 활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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