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공급 늘어도 판매량은 감소 / 기온변화 폭 줄어든 것도 한몫

겨울철을 앞두고 도시가스업계가 벌써부터 날씨예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0년 이래 세 번째로 따뜻했다는 지난 겨울의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가스업계가 말하는 '악몽'이란 지구온난화로 인한 판매량 감소를 뜻한다.

 

기후변화가 업계의 매출 지형까지 바꿔놓는 시대다.

 

21일 주요 도시가스사 영업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력사용량을 최고치로 끌어올렸던 지난 여름의 기온분포는 업계 사이에 불길한 전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름철 기온이 오른 만큼 겨울철 기온도 오르고, 냉방기간이 늘어난 만큼 난방기간은 줄어드는 게 온난화의 공식인 탓이다.

 

신규 공급지역이 크게 늘었음에도 판매량이 줄어든 지난 겨울이 대표적 예다. 예년 평균기온보다 1.5 ~ 2℃가 높았던 지난해 12월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1%가량 줄어든 1396만톤을 기록했다.

 

집단에너지사업자가 공급하는 열판매량도 영향을 받아 2000년을 정점으로 하향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 겨울 판매량 역시 예년수준이거나 소폭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도시가스사 관계자는 "공급지역이 늘면 판매량도 늘어야 정상인데 실제 판매량 집계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결정적 요인은 온난화 현상으로 외부 평균기온이 올라 난방수요가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기온차가 크지 않은 '밋밋한 겨울'이 판매량 감소에 일조하고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려 오고 있다. 겨울철 난방수요는 평균기온보다 한파의 주기나 패턴에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면 기온이 뚝 떨어진 채 유지된 며칠보다, 따뜻했다가 춥기를 반복하는 며칠에 수용가에서 더 많은 난방을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도시가스사 관계자는 "기온변화가 판매량에 끼치는 영향이 가장 크지만, 매일의 기온이 어떤 패턴으로 진행되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면서 "기타변수는 제쳐두고라도 삼한사온(三寒四溫)이던 우리나라 겨울 날씨가 특징을 잃어버린 것이 전체 난방수요 감소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난방사용량이 줄고 기간까지 짧아짐에 따라 에너지시장은 갈수록 냉방사업 위주로 각광받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관수 지역난방기술(주) 전무이사는 "예전에는 냉ㆍ난방 기간을 8대 4(난방 8개월, 냉방 4개월) 비율로 봤지만, 지금은 온난화로 인해 7대 5로 구분한다"면서 "온난화 때문에 갈수록 냉방 비지니스가 뜰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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