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 비교우위 논쟁 확대 … 지역난방은 '발끈'

지역난방을 효율신화가 개별난방에 맹추격당하고 있다.

 

한 경제학자가 에너지관리공단이 내는 정보지에 지역난방의 효율성 문제를 걸고 넘어진 것이 논란의 단초다. 똑같은 에너지를 투입한 것으로 계산했을 때, 일부지역에서 개별난방이 지역난방보다 더 많은 열을 생산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열병합발전소를 이용한 난방이 개별보일러를 이용한 난방보다 효율 측면에서 항상 비교우위에 있다는 에너지계의 통념을 뒤엎는 것이어서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나아가 지난 20년간 '열병합발전+지역난방'을 장려해 온 정부 정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지역난방업계는 잘못된 초기 데이터를 입력해 만든 얼토당토 않은 주장이라며 발끈하거나, 애초부터 비교대상이 안 된다며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앙난방의 사회적 편익과 안전, 주거환경 개선효과는 무시된 결과라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지역난방은 무조건 효율이 높다? = 공동주택의 난방방식은 크게 세가지다. 개별난방과 중앙난방, 집단에너지 등의 지역난방이 있다. 이중 개별난방은 도시가스를 끌어와 각 세대가 가스보일러를 설치하는 방식을 말한다.

 

반면 중앙난방은 중앙기계실에 대형보일러를 설치해 일정 규모이상의 다세대가 공동 열원을 사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현재 가장 보급이 활발한 지역난방은 열병합발전소에서 만든 온수를 대단위 구역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번 논란에서 비교대상이 된 것은 열병합발전소(CHP)를 이용한 지역난방과 최신형 콘덴싱 보일러를 이용한 개별난방이다.

 

박희천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5월 <에너지관리>誌의 기고에서 "연간 난방에 소요되는 지역난방 비용을 100이라고 가정할 때, 개별난방은 93.7이 소요되므로 소비자 입장에서도 개별난방이 더 경제적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일한 에너지를 투입한 일산, 부천, 안양 등의 열병합발전소와 서인천 복합화력발전소에(CCPP)에 컨덴싱 개별보일러를 가동하는 경우를 비교, 후자 쪽이 더 많은 열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지역 32평형 아파트를 기준으로 하면 지역난방이 연간 79만원, 개별난방이 연간 74만원 소요된다는 비교자료도 제시했다.

 

박 교수는 "가스복합발전과 가정용 콘덴싱보일러 효율이 획기적으로 향상돼 과거처럼 지역난방 방식이 개별난방에 비해 효율이 높다고 할 수 없다"면서 "정부가 지역난방 우선정책을 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콘덴싱 보일러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의 한 관계자도 "수증기로 날아가는 잠열을 회수하는 방식의 콘덴싱 기술은 최대 98% 수준까지 효율을 끌어올렸다"면서 "중앙(지역)난방이 항상 효율이 높다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억측이다"고 주장했다.

 

◆ 지역난방 "비교 기준 불합리" = 이같은 주장에 대해 지역난방업계는 박 교수가 근거로 한 기준이 공정하지 못해 결과 또한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반박에 나서고 있다.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열배관 손실과 개별보일러 효율이 과다 계상됐다는 것이다.

 

한건택 지역난방공사 전략경영실장에 따르면 박 교수는 비교실험에서 콘덴싱 가스보일러 효율을 95%로 산정했다. 그러나 에관공에서 측정한 효율은 최대 87%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 밖에도 지역난방 시스템의 열배관손실을 10%로 계산했지만, 실적자료에 의하면 실제 손실률은 약 4.5% 정도다"고 주장했다.

 

개별난방이라면 버려야 할 쓰레기소각장 폐열을 지역난방이 쓴다는 점도 간과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유영근 한난 사업본부장은 "지금 활용되고 있는 소각장 폐열을 비롯, 향후 각종 친환경 연료가 지역난방에 사용돼 언젠가 투입 에너지량이 격감하게 될 것"이라며 "공정한 자료에 근거하지 않은 박 교수의 주장은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제작시기가 오래된 열병합발전소와 최근 개발된 개별보일러 특성을 무시한 채 비교한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집적된 기술이 극대화되고 있는 열병합발전 기술을 대입하면 결과도 달라지고 경쟁도 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주거환경과 사회적 편익도 지역난방업계가 주장하는 비교우위 요소 중 하나다.

 

박수환 SH공사집단에너지사업단장은 "보일러나 가스를 사용하는 기기가 많이 사용될수록 일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해 편두통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청정연료를 사용하면서 환경오염 물질을 30%이상 저감시킬 수 있는 것도 집단에너지여서 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

 

◆ 효율논쟁 의미 있다 = 이처럼 효율 우위에 대한 양측의 공방이 팽팽하지만 양측이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개별보일러의 효율향상이다. 과거와 달리 집단에너지 효율에 비견될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물론 "개별난방이 발전하는 속도 이상 지역난방 기술도 진보했다"는 주장도 있다.

 

열밀도를 충족하지 못하는 지역난방시스템은 개별난방보다 못한 효율이 나올수 있다는 점도 그 결과만으로 의미가 있다는 견해다. 그간의 통념처럼 집단에너지가 여러 측면에서 비교우위의 효율을 나타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건에 따라 개별난방이 나은 곳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최근 5년간 개별보일러 사고로 9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효율만큼이나 개별보일러의 안전 측면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있게 들려오고 있다. 

 

논란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양측의 이번 공방이 '중앙난방이 무조건 비교우위가 아니다', 또는 '개별난방이 비교우위가 될 수 있다'는 화두를 에너지계에 던져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집단에너지 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금이야 말로 열밀도나 최대열부하 등의 전제조건이 충족되고 있는지 집단에너지 쪽이 스스로 챙겨야 할 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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