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난방공사, 타당성 내부검토…논란 우려로 '쉬쉬'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폐열로 대규모 집단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본지 취재결과로 확인

됐다. 증기터빈을 돌린 뒤 버려지는 폐열이나 온배수를 이용하면 원전 1기당 1만가구 이상에 난방과 온수를 쓰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내용은 현재 일부기관의 내부검증을 통해 실효성이 확인됐으며 또 하나의 미래 집단에너지 공급형태로 조심스럽게 타당성 검토가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찍이 상용화에 성공한 해외 일부원전은 현지 주민들의 높은 호응을 받으며 정상 가동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향후 안전성 논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본격적인 검토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활용가치는 충분하지만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일부 사회적 반감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초고유가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한 지혜와 이해가 모아져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기저발전을 떠받고 있는 원전은 가장 많은 폐열이 나오는 장소다. 원전의 특성상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발생된 증기는 터빈을 돌린 뒤 바닷물로 식혀져 온배수 형태로 방출되고 있다.

 

한수원에 의하면 울진 1,2호기는 시간당 각각 약 20만톤의 온배수를 배출한다. 이어 영광원전이 18만톤, 지금은 멈춰있는 고리 1호기와 월성원전이 각각 14만톤 가량이다. 초당 수백톤, 시간당 수십만톤의 '온수'가 그대로 버려지는 셈이다.

 

이 열원을 집단에너지 공급에 사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며 안전성에도 문제가 되지 않은다는 것이 이번에 본지가 전문가들에 확인한 잠정 결론이다. 특히 해외 원전에서 이를 활용하고 있는 선례가 있어 우리도 본격적인 기술검토와 타당성 검증을 추진해 볼 만하다는 견해다.

 

한수원 원전설계실의 한 관계자는 "국내 원전의 경우 원자로와 냉각 공간이 완전 분리돼 있어 만일의 사고에도 방사능이 누출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냉각용 열원을 활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며 열량으로 따진다면 어마어마한 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냉각수 온도차가 작게는 2~3도에서 최대 8~9도 가까이 난다. 온도로는 미미하지만 열원으로는 상당한 에너지임에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최근까지 내부 검토작업을 벌인 것으로 확인된 지역난방공사 역시 원전을 이용한 집단에너지 공급의 실효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난은 본 사업 추진을 위한 검증이라기보다 다양한 열원을 활용하는 차원에서 검토된 사안임을 재차 강조했다.

 

내용공개 자체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한난 특수사업처 관계자는 "버려지는 열원을 활용하는 것은 국익 차원에서 큰 도움이며 원전 폐열은 기술적으로나 안전으로나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술검토는 열원활용 가능성에 한해 진행된 것이다. 자칫 논란거리가 될 수 있어 상당히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한난과 함께 기술검토에 참여한 한 집단에너지 전문가는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로 "원전 부근에 계획된 대규모 연구단지나 주택단지에 열원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사료된다. 이는 스위스와 비슷한 규모(1만세대 이상) 정도다"면서 "다만 온도가 크게 높지 않아 스팀터빈 공정에서 별도로 온도를 높이는 배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전의 입지가 해안ㆍ산악지대라 열 수송관 건설은 쉽지 않을 것이다"며 "다만 공급원가가 들지 않아 가격경쟁력이 매우 높고 에너지 활용측면에서 분명 좋은 방안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스위스 베즈나우(Bexnau) 원전은 발전과정에서 발생한 폐열을 인근 레퓨나 지역난방시스템에 공급하고 있다. 이렇게 건져낸 열에너지가 한 해 약 1억3200만kWh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역난방보다 싼값으로 에너지를 공급받는 1만5000세대의 호응이 매우 좋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영근 지역난방공사 사업본부장은 "관점을 달리할 때 우리 주변에는 활용할 가치가 있는 에너지가 매우 많다"며 "선입견으로만 이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에너지와 환경이 수레바퀴의 양축처럼 균형을 맞춰나가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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