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무수했던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처분시설이 오는 9일 첫삽을 뜨고 본격적인 건설에 들어간다. 10여년동안 논란을 거듭해온 끝에 2005년 방폐장 부지가 경주로 확정된뒤 2년만에 착공식을 갖게 된 것이다. 장기간 해결되지 않았던 방폐장 문제에 한 획을 긋는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지대하다.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라는 이름으로 건설될 방폐장은 비교적 방사성물질이 적은 중저준위 폐기물을 모아서 처리하는 시설이다. 경주시는 방폐장을 유치하면서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을 전담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끌어들이는 등 지역발전을 위한 밑거름을 확보한 셈이다.

 

세계에서 6번째 원자력대국인 우리나라인 만큼 중저준위 폐기물 시설을 건립하는데도 그동안 축적해온 기술을 최대한 투입함으로써 안전하고 쾌적한 방폐장이 건설될 것으로 우리는 믿는다. 아울러 이번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착공을 계기로 보다 근본적인 원자력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즉 원자력발전소에서 우라늄을 사용하고 남은 핵연료 관리문제를 언제까지나 미뤄둘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서 다시 원전에서 연료로 사용할지, 아니면 폐기물로 간주하여 직접 영구 처분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이 없는 상태이다. 물론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는 국내 뿐아니라 국외 상황으로 미루어서도 매우 예민한 사항이다.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다시 연료로 사용하면 위험성이 높은 폐기물 저장시설을 따로 대규모로 마련할 필요가 없는 이점이 있는 반면 핵확산을 방지하는 미국의 강력한 입장과 배치되지 않을 수 없다. 바꾸어 말하면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사용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절대적인 협의와 사실상 용인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셰게적으로 원전 최대강국인 프랑스를 비롯한 영국 일본 러시아 등은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 정책을 펴고 있고 원전 비중을 줄이는데 앞장서온 독일과 스웨덴 등은 직접 처분정책을 갖고 있다. 특이한 것은 일본이 오랫동안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용후 핵연료를 원전에서 임시로 저장하고 있으나 2016년이면 이마저 포화상태에 이르러 그때까지 저장시설이 확보되지 않으면 발전을 중단해야 할 최악의 사태까지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고준위 폐기물 저장시설은 건설기간만도 7~8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우리도 고준위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책을 빨리 마련하지 않을수 없다. 정부 당국은 물론이고 전문가, 나아가서는 국민까지 나서 사용후 핵연료 처리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할 시급한 이유이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