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기술 확보…매년 500억원 수입대체 및 수출 효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핵연료피복관이 처음으로 가동 중인 상용 원전에 장전돼 최종 성능 검증을 받는다.

원자력 기술자립 과정에서 난공불락으로 남아 있던 핵연료피복관 국산화의 마지막 단계로, 해외기술 종속을 벗고 원천기술을 확보하려는 10년 노력이 이룬 개가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노심재료개발랩 정용환 박사팀은 8일 자체 개발한 고성능 지르코늄 합금 ‘하나(HANATM) 피복관’으로 제조한 시범 연료봉 30개를 영광 원전 1호기에 장전, 이달 중순부터 2012년까지 약 5년간 1단계 상용로 연소시험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국내 상용 원전에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핵연료피복관이 장전된 것은 1977년 고리 1호기 가동으로 우리나라가 원자력 발전을 시작한 지 30년만에 처음이다.


핵연료피복관은 우라늄 핵연료를 감싸고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나오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1차적인 방호벽이자, 핵분열 연쇄반응으로 발생하는 열을 냉각수에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핵심적인 부품이다.

원자력발전소의 연료인 핵연료 부품 가운데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산화가 완성되지 않은 유일한 부품으로, 국내 원전 20기에 소요되는 핵연료피복관 수입 비용만 연간 300억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정용환 박사팀은 체계적이고 치밀한 합금 연구를 통해 기존에 개발된 피복관 재료와 차별화되고 독자소유권을 갖는 신합금 조성을 찾아냄으로써 10~15년의 격차를 극복하고 선진국과 대등한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하나 피복관’과 관련, 국내와 미국ㆍ일본ㆍ유럽ㆍ중국 등에 30여 건의 특허를 등록함으로써 해외 기술 종속에서 탈피하고 향후 핵연료피복관을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국내 유일의 핵연료 제조회사인 한전원자력연료가 건설중인 핵연료피복관 제조공장이 2008년 완공되면 본격 상용 공급체계를 갖추게 돼 연간 500억원의 수입대체 및 수출 효과가 기대된다.       
 
정용환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노심재료개발랩장은 “핵연료피복관은 원자력발전소의 핵심적인 부품이지만 원천기술이 없다는 이유로 외국 업체들이 터무니없이 값을 부르는 대로 줘야 했다”며 “하나 피복관 개발을 통해 확보된 신합금 설계 및 제조기술은 내식성과 고강도가 요구되는 분야의 구조재료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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