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참여 늦을수록 불리…적극 진출방안 마련해야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고 파는 세계 탄소시장이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301억달러로 급성장한 시장규모는 오는 2010년 1500억달러로 5배 가량 팽창할 전망이다.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규제가 임박하면서 탄소시장이 빅뱅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시장도 본격적인 태동기를 맞고 있다. 올해 안에 탄소시장이 국내로 도입되고, 2000억원 규모의 탄소펀드가 조만간 조성될 예정이다. 여기에 금융, 프로젝트 등의 수익창출형 비즈니스 모델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흐름을 관망하고만 있는 국내 산업계다. 온실가스 감축체제가 산업계에 가져올 엄청난 충격파를 실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재훈 산업자원부 차관은 "거꾸로 가는 산업혁명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거꾸로 가는 산업혁명 맞을 수도=우리나라가 2013년 이후 감축의무를 지게 될 경우 소요되는 온실가스 감축 비용은 연간 49억달러(한화 4조5800억원)로 추산되고 있다. 의무감축분 전량을 사들인다는 전제 아래 나온 금액이다. 국민 한 사람이 10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미 EU의 주요기업 절반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비용으로 보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특히 에너지다소비 기업의 경우 막대한 감축비용을 지불하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에너지다소비 산업구조인데다, 효율까지 높아 감축이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 체중이 100kg인 비만환자가 10kg을 감량하는 것과, 60kg인 정상인이 10kg을 줄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발 앞서 탄소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바꿀 것을 주문하고 있다.

 

김현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은 "탄소시장내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프로젝트도 비용 대비 수익성이 큰 것부터 소진될 가능성이 커 참여가 늦어질수록 불리하다"면서 "감축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탄소시장의 노하우를 학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움트는 국내 탄소시장=산자부는 지난 8월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 신국가전략'을 통해 연말까지 국내 배출권을 거래하는 탄소시장을 개설키로 했다. 정부는 배출권 공급을 위해 2005년 에너지관리공단에 등록소를 개설, 50여건의 감축사업을 관리해 왔다. 이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약 2053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등록소에 오른 모든 감축실적이 국제시장에서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매매가 가능한 실적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나머지 분량을 정부가 톤당 5000원에 사들인 뒤 신재생에너지공급협약 실적을 달성 못한 공기업에 판매한다는 것이 정부의 탄소시장 활성화 방안이다.

 

탄소펀드 출시도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운용 주체로 나서 은행, 보험 등 기관 투자가들을 중심으로 사모펀드 형식으로 조성될 예정이며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향상, 연료전환 등 온실가스 저감사업 분야를 투자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재훈 차관은 "미국 주도로 기후변화협약이 흘러가면 탄소시장이 사라질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가능하지만, 이대로 지켜만 보고 있으면 다른 나라에 상당히 뒤처진다"며"위기라고 생각하기보다 기회로 보고 관련 산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