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신년특집> 세계 원전 ‘황금시장’ 부상
<2008 신년특집> 세계 원전 ‘황금시장’ 부상
  • 권석림
  • 승인 2008.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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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25년간 200기 원전 건설…30년만의 르네상스

세계 원전(原電)시장은 ‘제2의 원전 르네상스’로 불릴 정도로 건설 호황을 맞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429기. 현재 35기의 원전이 건설 중이고 47기의 건설이 계획돼 있다.

향후 25년 이내에 전 세계적으로 약 200기의 원전이 건설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원전설비 전체 용량은 2006년 387GW에서 2020년 446GW로 약 15% 확대될 전망이다.

원전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거의 없고 고유가 시대에 가장 적합한 에너지로 주목받으며 세계 각국에서 원전건설 추가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관련업계는 이를 두고 '제2의 원전 르네상스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미국은 30년 만에 원자력발전소 신설 제한을 풀고, 고유가와 환경 보호 영향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관심이 늘어나면서 원전시장이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

최대 시장은 미국으로 향후 15년간 약 30기의 원전을 짓는다. 한 기당 건설비용이 18억8000~37억6000달러임을 감안하면 1조1280억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30여년간 원전 신설을 동결했으나 2005년 원전 건설을 지원하는 에너지 법안을 가결, 원전을 늘리기로 정책을 전환했다. 이미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에 2기의 신규원전을 61억2000만달러(약 6조원)에 발주했다.

일본도 2030년 에너지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30% 수준에서 4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에너지난을 겪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개도국도 원전의 황금시장이다. 중국은 2020년까지 1000MW급 원전 30기 이상을 건설할 계획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전력생산 점유율이 4%밖에 되지 않아 향후 100기 이상을 건설하지 않으면 중국의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미국, 중국, 인도 등지에서 2030년까지 발주될 새 원전이 150기 2조3900만달러(약 240조원)어치에 달할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

일본의 원자력발전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세계 3대 진영이 격돌하고 있는 원전 건설시장에 일본 기업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다. 일본의 히타치와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 일본의 도시바와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프랑스의 아레바와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이 서로 손을 잡고 경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전 수주를 둘러싸고 세계 3대 원전 강국인 미국, 일본, 프랑스 메이커 간 합종연횡으로 업계 재편이 일어나고 있으며, 정부 간 대형 빅딜(거래)도 예상된다고 닛케이비즈니스는 보도한 바 있다.

원전 시장이 급팽창하자 주요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 회사들은 30여 년간 원전을 건설한 노하우가 없어 일본 회사와 제휴하고 있다.

도시바는 지난해 2월 미 웨스팅하우스(WH)를 인수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작년 7월 미국에 원자력 사업을 담당할 현지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10월 프랑스 최대 원자력 메이커 아레바와 사업 제휴를 맺었다. 히타치도 올해 5월 미 GE와 원자력 사업 합작사를 설립했다.

이에 따라 원전업계는 도시바-웨스팅하우스, 아레바-미쓰비시중공업, GE-히타치 등 3대 세력으로 재편됐다.

일본 기업들은 미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에 원자력 담당 주재원을 두지 않았던 미쓰비시중공업은 최근 1년 사이에 워싱턴을 중심으로 50명의 주재원을 파견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지난 3월 미 텍사스전력이 발주한 원전을 수주했다. 도시바는 지난해 2월 인수한 웨스팅하우스에 40여명의 인력을 보냈다.

한국 관련 업계도 해외 원전시장을 노리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를 중국에 패키지로 수출할 정도로 기술은 국제 수준에 올라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30년 원전 노-하우(Know-how)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우리기술의 국제표준 반영을 위한 ‘원자력 국제표준화’ 사업을 지난해 본격 가동했다.

세계 원전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원자력 강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키 위함이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2011년까지 5년 동안 34억원 규모로 ‘원자력 국제표준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원자력산업의 이러한 수출산업화를 지원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원자력 산업계가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개발과 함께 개발된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채택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원자력 국제표준화’ 사업은 전기협회가 주관이 돼 계측제어분야는 원자력연구원, 안전분야는 원자력안전기술원, 핵연료 분야는 원자력연료㈜ 등 각 분야별 원자력 전문기관이 모두 참여했다.


◆ 세계 원전업계 최근 동향
2006년
-1월 미국, 선진 에너지 개발계획 발표
-2월 일본 도시바, 미 웨스팅하우스 인수
-10월, 미쓰비씨중공업, 프랑스 아레바와 원자력 부문 제휴
-11월 히타치, 미 GE와 원자력 사업 제휴 확대


2007년
-3월 미 텍사스전력, 원전 건설에 미쓰비시 중공업 선정
-4월 도시바, 카자흐스탄 카자롬프롬과 원자력 사업 제휴
-5월 히타치, GE와 원자력 사업 합작사 설립
-9월 캐나다, 브루스(Bruce)A 원전 설비개선 추진
-10월 인도·브라질·남아공이 원자력 협력 논의
-11월 WEC 로마대회에서 온난화대책이 주요 테마


◆ 원자력의 경제성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요즘 원자력발전 이외에 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원자력 발전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원전은 태양광과 풍력 등 대체에너지를 실용화하는 단계까지는 에너지 자립과 환경문제를 해결해 주는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에너지라는 점도 장점이다.

유연탄 사용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0분의 1에 불과하며, 친환경에너지로 각광받는 태양광 발전에 비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분의 1에 불과하다. 수치상으로만 봐도 원자력발전은 최고의 친환경상품인 것이다.

이를 생산하는 한수원 역시 친환경 기업을 지향하며 전 사업소가 한국생산성본부로부터 환경경영시스템 국제표준규격인 ISO 14001 인증을 획득했다.

원자력발전의 경제성도 원전 르네상스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은 지난 30년간 저렴한 요금과 높은 품질의 전기를 공급,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디딤돌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원전은 전력 1㎾를 생산하는 데 약 39원 정도가 들지만 석유는 115원, 액화천연가스(LNG)는 132원이 든다.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물가는 199.5% 상승한 반면 전기요금은 고작 3.3% 오르는 데 그쳤다.

이렇게 전기요금이 저렴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원자력발전이 전력 평균단가를 크게 낮췄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원자력 발전량을 화석연료로 대체할 경우 유연탄은 5313톤(1조 9742억원), 중유는 2억1694배럴(7조 1746억원), LNG는 2319만톤(10조 693억원)에 해당되는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는 것과 맞먹는다.


◆ 원전 르네상스의 핵심은 ‘수출’
지금 지구촌 곳곳에는 소리 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원전 르네상스 시대에 앞서 원전 수출의 깃발을 꽂기 위한 각국의 치열한 다툼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원전의 최초 '턴키베이스 수출'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은 '엔지니어링 산업의 꽃'이라 불린다. 원전 건설은 고부가가치 기술집약적 사업으로 그 파급효과 또한 매우 크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 1기를 짓기 위해서는 원전 건설업체는 물론이고 설계, 기자재, 시공업체를 비롯해 주요 납품업체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원전이 그만큼 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보통 원자력발전소 1기를 수출해 얻게 되는 매출은 2조원대에 이르고, 사후 기술지원 및 각종 기자재 공급 등을 감안하면 원전 플랜트 수출은 국부창출을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인 것이다.

사실 냉정하게 평가해서 우리나라는 원전 수출에 대한 기대는 컸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우선 그간 시장 수요가 폭발적이지 않았다는 것도 이유일 것이다.

향후 전망은 밝지만 그동안은 부진했다.

2000년대 들어 전 세계 신규 원전 건설은 22기에 그쳤다. 그나마 사전에 계약자를 지정해 놓은 수의계약이 대부분이었다.

공개 입찰에 부친 곳은 최근 두산중공업이 따낸 중국 1기에 불과했다.

세계 메이저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개발계획 등 각종 정보를 습득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남아공 사업에 실패한 것도 정보력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루마니아와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남아공, 모로코 등을 대상으로 한국형 원전 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는 한국형 원전을 플랜트 형태로 수출하기 위해 핵심인사들을 대상으로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2016년까지 원전 2기를 가동할 예정인 인도네시아 정부와도 긴밀한 협력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루마니아의 경우에는 사업비가 총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체르나보다 3, 4호기 건설사업 입찰에 참여하고 있고, 모로코에서도 원전 건설 입찰의향서를 제출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현재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그동안 쌓은 원전 건설, 운영 등의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드넓은 세계시장으로 나서야 할 때”라며 “국민들의 원전에 대한 지지와 관심은 해외 진출에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 세계 최고
원자력발전의 최우선은 바로 ‘안전’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가장 깨끗하고 경제적인 에너지이지만,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원자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자력에 대한 안전 의식은 절대적이다.

기후변화협약이 발효되고 고유가가 지속됨에 따라 많은 나라가 원자력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안전’에 대한 인식도 커지고 있다.

또한 원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 역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원자력 산업 성장의 밑바탕에는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철학과 실천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원전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국의 원전건설과 운영수준은 세계 일류수준이다. 반도체에 비유하자면 지난해 사회 이슈화된 삼성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국형 표준원전의 기술자립도는 95% 이상이며, 특히 종합사업관리ㆍ원전연료 제조ㆍ시공기술의 자립도는 100%에 달한다. 또 원전의 이용률은 92.3%로, 세계평균 79.5%를 훨씬 웃돌고 있다. 원전이용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고장이나 사고 없이 안전하게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원자력 발전에 쓰이는 우라늄의 농도는 2~5%로 낮아 폭발이 불가능하다. 이것은 순도 90%이상의 알코올에는 불이 붙지만 농도가 낮은 맥주는 절대 불이 붙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국가 원자력안전규제 기관인 과학기술부는 체계적으로 안전규제의 전문성을 강화해 나가기 위해 1980년대에 원자력안전센터를 설치했다.

1990년대엔 원자력안전센터를 확대해 원자력안전규제전문기관으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을 설립했다.

2005년 우리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주관하는 원자력안전협약 제 3차 검토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원자력안전 기술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06년엔 원자력안전 선진국 클럽인 국제원자력안전규제자협의회(INRA)에 정식으로 가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부는 안전제도를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현장중심의 안전관리활동을 강화하는 등 원자력 안전성 제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종합적인 원자력방호ㆍ방재체계를 구축해 원자력재난에 대비한 방재능력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양명승)이 OECD/NEA 국제 공동연구 주관기관에 최초 선정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원자력 발전 사상 최악의 사고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스리마일아일랜드(TMI) 사고 같은 원전사고의 정확한 현상 규명을 위한 국제 공동연구를 국내 연구진이 주도적으로 수행하게 된 것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 국제 공동연구의 주관 수행기관에 국내 연구진이 선정됨으로써 국내 원자력 기술의 세계적 수준을 인정받은 것이다.

지난해 10월~2011년 9월까지 4년간 260만 유로(약 34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될 이번 공동연구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프랑스 CEA가 주관 수행기관, 미국 일본 독일 캐나다 핀란드 스웨덴 슬로베니아 등 7개국이 참여국으로 총 9개국이 참가한다.  

그동안 원자력 선진국 주도로 이뤄져 온 OECD/NEA 국제 공동연구 프로그램에 우리나라가 비용을 분담하며 참여한 경우는 있었지만, 주관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직접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국제 공동연구 주관 수행기관 선정은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수준을 세계에서 인정받고, 원자력 안전 연구의 주도국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원전 필요성에 대한 국민 인식은 미국, 일본보다 높으나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에서는 낮아 공감대 확보가 더욱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는 “원전 안전성의 신뢰도에 대한 공감대를 개선하기 위해 국민 인식 제고가 필요하며 원전 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려면 이슈 공론화 후 정책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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