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케이블은 지중(地中)으로 전기를 운반하는 전력용 케이블의 일종이다. 구리(銅)를 도체로 쓰는 기존의 상전도(常電導)케이블에 비해 몇 가지 중요한 장점이 있어 세계적으로 개발과 적용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진화중인 전선의 최전방에 있는 초전도케이블 시스템 기술을 개괄하고, 현재 한전 전력연구원에서 수행 중인 초전도케이블 시스템을 소개한다. 


지난 100년 이상 전기기술이 발전해 오면서 전기가 생산되는 장소와 전기를 사용하는 장소는 서로 다른 곳에 위치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즉,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나 전동기 등은 수백㎞ 이상 떨어져 있는 원자력, 화력 혹은 수력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에 의해 작동될 수 있다.

전기의 생산 장소와 사용 장소가 분리 될 수 있는 것은 송전(送電)과 배전(配電)이 있어서 전기를 운반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기는 철탑이나 전주에 설치한 전선(가공전선:架空電線), 땅속에 설치한 지중전선(지중케이블)을 통해 운반됨으로써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초전도케이블은 지중으로 전기를 운반하는 전력용 케이블의 일종으로서 구리(銅)를 도체로 쓰는 기존의 상전도케이블에 비해 몇 가지 중요한 장점이 있다.


◆ 전선이 진화한다!
전선은 더 이상 절연 피복재로만 감싼 구리선의 시대를 거부하고 있다.

이제 초고압·광통신 케이블 등 한층 강력해진 소재와 기능으로 무장해 첨단 디지털사회의 중추신경망으로 자리잡고 있는 전선의 변신이 놀랍다.

이들은 네트워크 세상 속에서 각종 전선(케이블)이 땅과 바다·건물을 넘나들며 과거 전봇대와 변전소 송전탑에 드리워진 전선의 향수를 잊게 만들고 있다.

최근 10억분의 1 크기를 뜻하는 나노기술(NT)로 전선의 친환경성을 크게 높인 차세대 전선이 등장했다.

이 전선은 전선 피복소재에 나노입자 크기의 무기물을 고르게 분사한 것으로 기존 제품보다 불에 타지 않는 성질(난연성)이 더욱 강화됐다.

대개 고난연 전선의 조건은 섭씨 816℃에서 20분간 케이블을 태웠을 때 2.5m 높이의 시료에까지 열이 전도되거나 타지 않아야 한다. 

땅속에 묻혀 145∼400㎸ 이상의 고압전력을 보내는 초고압 케이블은 송전 용량의 대형화, 전력 공급의 안정성 제고, 전력망의 지중화 요구 등을 충족하며 사용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전력 송출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력 손실도 크게 줄일 수 있는 초전도 케이블까지 등장했다.

초전도케이블은 영하 196℃ 이하의 극저온에서 전기 저항이 제로(0)가 되는 ‘초전도 현상’을 이용해 전력 손실을 극소화한 것으로 동급 일반 전력선에 비해 크기도 작고 5∼10배의 송전효과를 낼 수 있어 급증하는 전력 수요 대응과 도심 노후 선로 대체를 위한 최적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2010년 전체 송·배전 전력선의 30%, 2020년엔 80% 이상을 초전도 케이블이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전선산업은 단순히 안정성·내구성·기능성 등에 초점을 맞춘 제품에서 친환경성·고난연·초고압·대용량 등 시장의 특화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제품으로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 초전도케이블의 연구과제
초전도케이블은 초전도체에서 생기는 전기적 및 자기적 손실, 액체 냉매가 순환할 때 점성 때문에 생기는 손실, 저온 절연 방식의 경우 유전체 손실 등 몇 종류의 손실 에너지를 외부로 배출하기 위해 냉각시스템이 필요하다.

냉각장치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이나 유지보수 작업의 필요성은(그것이 기존케이블과의 경쟁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가 되지 않는 한) 초전도케이블의 확대 적용에 심각한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냉각시스템 자체의 유지보수 작업이 필요할 때에도 초전도케이블시스템을 정상 작동하게 하려면 냉각용량에 충분한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냉각장치 보수기간 동안에는 케이블의 운전이 곤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파이프형 저온용기가 파괴되는 전기 절연체 사고가 발생하는 때, 혹은 저온용기 외부의 기계적 사고로부터 케이블이나 단말장치가 손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날 경우 현재까지는 경제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수리 방법이 없다는 것도 초전도케이블이 갖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유형의 사고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케이블 온도를 상온으로 올리는 과정, 수리(혹은 교체) 과정, 손상된 부분의 연결(전기적 절연체, 초전도 선재, 저온용기 등)과정, 저온 배관을 열적으로 절연하는 진공의 재확립 과정, 전체 시스템의 저온 상태 재확립 과정 등의 여러 과정을 필요로 한다. 

현재로서는 초전도케이블 사용에 필요한 투자비가 기존의 케이블 투자비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도 문제다. 

◆ 국내외의 초전도케이블 개발 현황
현재 개발되고 있는 고압 혹은 특고압 초전도케이블은 일반적으로 50~300 MVA의 용량을 가지며, 작은 공간으로 많은 전력을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대부분의 초전도케이블은 도시 지역의 노후된 기존 지중케이블 교체용으로 활용할 예정이다(미국, 일본).

일본의 스미토모ㆍ동경전력 및 후루카와는 저온절연 방식의 초전도케이블을 개발했는데, 하나의 관로에 3상이 함께 들어가는 구조고 전자계 유도에 의한 영향이 대폭 줄어든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케이블 포설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저온절연과 상온절연 방식 모두가 개발돼 시험 중에 있다.  

실험실 수준에서 고온 초전도케이블 연구개발이 시작된 것은 1990년대 초다.

2001년 이래 산업 현장에서 시험이 시작됐고 최초로 실제 전력계통에서 시험한 초전도케이블은 덴마크의 NKT사가 제조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수년 전에 전기연구원과 LS전선이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시작해 지금은 실용화에 근접한 초전도케이블을 제조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두 기관이 공동 개발한 22.9 KV급 초전도케이블은 고창전력시험센터에 설치돼 있다.

한전 전력연구원은 전력회사의 입장에서 초전도케이블의 적용기술과 운용기술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한전의 초전도케이블 연구
한전은 이미 구축한 초전도케이블 시험장을 활용해 3상 22.9 kV 50 MVA 100 m급 초전도 케이블의 장기 신뢰성 시험을 수행하면서 운전조건을 확립하고, 그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실계통 적용에 필요한 초전도케이블 시스템 운전 및 유지보수 절차서, 초전도케이블 한전 표준규격 시안 등을 마련했다.

이와 병행해 초전도케이블 성능 시험 및 평가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국내외에서 제작한 초전도케이블시스템에 대한 ‘인증시험’ 수행기관이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전력회사인 한전이 전력용 케이블을 사용하는 이유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고객에게 운반하는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기를 경제적이고 편리하게 운반할 수 있어서 전력공급 원가가 줄어들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전기요금도 저렴하게 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전력회사로서는 값싸고 품질 좋은 전력용 케이블을 구매, 설치해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전은 이같은 시각에 초점을 맞춰 초전도케이블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초전도케이블 시스템 자체를 설계하거나 제조하는 데 관계되는 연구는 국내외의 연구소, 케이블 메이커 등에서 활발히 추진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전력회사인 한전은 그 성과를 활용하는 의미에서 국내외의 연구소, 케이블 메이커 등이 연구해 생산한 초전도케이블을 전력계통 현장에 설치해 그 성능을 평가하거나 효율적으로 운전하는 기술을 축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한전은 2006년 고창전력시험센터에 100m 길이의 초전도케이블 설치를 완료해 특성 평가를 하고 있으며, 초전도케이블의 최대 장점인 대용량 특성은 이미 확인했다.

저손실 특성, 장기 신뢰성 등에 대한 실증시험도 계속하고 있다.

또한 전력계통 기술자나 송배전 기술자는 초전도케이블 운전에 필수적인 냉각 시스템에 대한 지식이나 운전경험이 거의 없는 실정이므로 그 부분에 대한 실험과 경험 축적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판단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 한전 전력연구원 전략기술연구소 초전도그룹 초전도케이블팀
한전 전력연구원 전략기술연구소의 초전도그룹 소속 초전도케이블팀은 저손실 대용량 초전도케이블을 한전의 송전선로나 배전선로에 적용함으로써 전력공급 원가를 대폭 저감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연구진은 모두 3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황시돌 책임연구원, 손송호 선임연구원, 임지현 일반연구원이 그들이다.

초전도케이블 시스템 연구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이 필요하지만 특히 기계공학, 재료공학, 전기공학 등에 대한 지식과 경험은 과제 수행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초전도케이블팀의 연구진은 각각 그 한 분야씩을 맡아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임지현 일반연구원은 초전도케이블 운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분야인 냉각기술을 책임지고 있으며, 냉각시스템 구성과 운용을 비롯한 초전도케이블시스템의 냉각효율 향상에 온힘을 쏟고 있다.

재료공학을 전공한 손송호 선임연구원은 전력케이블용 초전도 재료의 경년변화 등 초전도케이블의 재료공학적 특성을 연구함과 아울러 초전도케이블 시스템의 도입, 설치, 운전, 성능평가 등 모든 면에서 해박한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쌓음으로써 명실공히 연구과제의 주담당자로서 소임과 역할을 다하고 있다.

전기공학을 전공한 황시돌 책임연구원은 초전도케이블 연구에 관한 과제 책임자로서 초전도케이블의 전기적인 효율 향상을 중심으로 시스템 전체의 신뢰성 및 경제성 향상을 위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초전도케이블 사용자로서의 리더십을 최대한 발휘해 한국전력공사가 국내 초전도케이블 연구의 구심점으로 자리잡게 되기까지 커다란 공헌을 해왔다.

이들의 초전도케이블 연구에 대한 열정은 머지않아 내실 있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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