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력ㆍ조류ㆍ온도차ㆍ염도차 발전 '집중해부'

태양광 발전은 태양전지를 깔아놓을 넓은 땅이 있어야 한다. 풍력발전은 어떤가. 일정속도 이상의 바람이 불어줘야 블레이드(날개)가 회전한다. 특히 풍력은 지역 수용성이 떨어져 민원이 많다. 국토가 좁은 우리 현실에선 확장에 한계가 있다.

 

이제 눈을 돌릴 곳은 바다다. 우리나라에 있는 바다 에너지를 모두 합치면 원자력발전 14기와 맞먹는다는 통계가 있다. 우리 국토를 3면으로 둘러싼 바다를 잘 이용하면 고갈 염려가 없는 무공해 에너지를 마음껏 건져올릴 수 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는 해양에너지는 조력발전이다. 하루 두 차례씩 일어나는 밀물과 썰물을 이용,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달의 인력이 발전 원료라 공해도 없다.

 

수자원공사(K-water)가 254MW급 시화조력발전소를 짓고 있고 서부발전도 지난해부터 서산 가로림만

발전소(480MW) 건설에 착수했다. 중부발전은 원자력발전소 1기와 맞먹는 812MW급 석모도발전소 건설을 추진중이다.

 

이 밖에 한국수력원자력의 인천만 발전소 건설이 확정되면 우리나라의 조력발전 예비용량은 무려 2260MW에 이를 전망이다.

 

물론 바다에 부존한 무공해 에너지는 조력발전이 다가 아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파랑이나 파도를 이용한 파력발전, 물의 흐름을 이용한 조류발전, 해면과 심해의 온도차를 이용한 해양온도차 발전, 바닷물과 강물의 염도 차이를 이용한 염도차 발전 등이 있다.

 

우리가 아직 건지지 못한 4개의 신(新)에너지를 낚아올릴 방법을 독자와 함께 알아본다.

 

 

◆ 출렁이는 파도가 에너지다 '파력발전' = 성난 바다는 사납다. 집채만한 파도가 종종 육지를 위협하기도 한다. 바다는 또 수면의 높이가 일정치 않다. 출렁거릴 때마다 다른 위치에너지를 갖는다. 파력발전은 바로 이 같은 바다의 성질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해양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에 부존한 파력에너지는 무려 2TW(테라와트)다. 이중 국내에 널린 파랑에너지는 약 650MW로 추산된다. 일부 국가가 시험용 상업운전에 돌입해 조력발전에 이어 머지않아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계절에 따라 변화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평균 0.5~2m사이의 파도가 쉬지 않고 일렁인다. 부표처럼 생긴 발전기를 수면에 띄운 뒤 이를 육지와 케이블로 연결하면 작은 발전소 하나가 완성된다. 발전소 1개당 발전량은 적지만 이를 수백개 모아놓는다고 보면 무시 못할 양이다.

 

파력발전은 모두 4개 방식으로 상용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해저에 고정시킨 부체(floating body)를 수면에 띄어 놓고 파랑에 따라 높낮이가 달라질 때 발생하는 위치에너지를 이용한 가동물체형이 일반적이다. 부체를 뱀장어처럼 이어 놓은 연결부체형도 개발돼 있다.

 

 

가동물체형이 파랑에너지를 직접 흡수하는 방식이라면 진동수주형은 피스톤 모양으로 폐쇄된 공기쳄버를 수면에 고정시켜 파도의 높이가 달라질 때 들고 나는 공기로 발전기를 돌리는 방식이다. 파랑에너지가 1차적으로 공기의 유동에너지로 변환되고, 유동에너지는 다시 터빈을 돌리는 회전에너지가 되는 식이다.

 

방파제를 타고넘는 파도 운동을 이용한 방식은 월파형으로 불린다. 밀려오는 파도가 경사를 타고 올라 일정 높이의 저수조에 담기도록 한 뒤, 댐처럼 수위차를 이용해 발전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이 밖에 바다 한 가운데 콘크리트 구조물을 세워 밀려드는 파도를 파이프로 통과시키면서 발전하는 셋업형도 파력발전의 한 형태로 연구되고 있다.

 

 

일찍이 우리나라는 이 같은 파력발전의 잠재력을 보고 해양연구원을 주축으로 10여년째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2001년에 60kW급 진동수주형 '주전A호'를 울산시 앞바다에 띄었다가 태풍에 잃어버린 아픈 경험이 있다. 지금은 500kW급 설비가 완성단계다.

 

지금까지 개발된 파력발전은 부존량 대비 발전 용량이 적다는 단점이 있다. 섬이나 선박 등 제한된 전력 수요를 충당하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다. 대량발전 기술을 개발하면 조력발전의 뒤를 이을 바다에너지로 부상할 기대주다.

 

◆ 물길을 바람개비를 넣다 '조류발전' = 조류발전은 우리나라에서 상용화 문턱까지 갔다가 좌초된 케이스다. 지난해 11월초 전남 해남군 울돌목에서는 시험 설치될 예정이었던 조류발전기가 강한 조류에 떠밀려 진도대교에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공사중인 바지선이 평균 초속 5.5m의 급류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이 사고로 700톤 무게의 발전설비가 크게 파손돼 수리에 들어간 상태다. 당초 지난해 말까지 1MW급 발전소를 준공될 예정이었으나 다리를 관할하고 있는 건설교통부가 안전을 이유로 이전을 요구해 완공시기를 예정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처럼 조류발전은 빠른 유속과 싸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 빠른 급류가 형성되는 지역으로 발전지역이 제한된다. 조력발전이 수력발전이라면 조류발전은 터빈을 돌리는 풍력발전과 유사한 면이 있다.

 

대신 조류발전은 물 속 흐름을 이용하기 때문에 조력발전처럼 거대한 댐 시설이 불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명랑해전의 장소 울돌목에 50~100MW, 진도군 장죽수도와 맹골수도에 각각 100~200MW, 200~300MW의 조류자원을 부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 곳 모두 동서발전이 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조철희 인하대 교수는 "조력발전은 건설과 개발에 많은 비용이 들고 해양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그러나 조류를 이용한 조류발전은 연속적이고 예측가능한 에너지원으로 환경 위해가 없어 상대적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류발전은 발전방식에 따라 크게 풍력발전처럼 구조물을 수직으로 세워놓고 프로펠러를 수평축으로 놓은 수평형과, 구조물이 수평축으로 건설된 뒤 프로펠러가 수직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수직형으로 나뉜다. 

 

수평형은 한 방향으로 흐르는 조류에 적합하고, 수직축은 조수 방향이 일정치 않은 장소에 유리하다. 다만 수평형은 대부분 발전기가 물 속에 위치해 유지보수가 어렵고 프로펠러에 이물질이 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대로 수직형은 수면 위에 발전기가 있어 대형 구조물이 필요하고 선박운행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원통형 구조물 속에 프로펠러를 설치하는 퍼널형과 두 개의 프로펠러를 단 노출형, 해저면에 고정시킨 착저형 등이 세계 각국에서 활발한 시험연구에 들어가 있다.

 

 

◆ 따뜻하고 차가운 차이를 이용한 '온도차 발전' = 다소 생소한 해양 온도차 발전은 원할 경우 전기와 염분이 제거된 담수(淡水)를 동시에 얻을 수 있어 개발가치가 높은 편이다.

 

온도차 발전은 말 그대로 수심에 따라 온도가 달라지는 바닷물의 온도차를 이용한다. 해수면은 20~30℃를 유지하지만 수심 500~1000m 깊이로 들어가면 4~5℃의 항온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원리는 온도가 높은 표층수로 암모니아나 프레온처럼 끓는 점이 낮은 매체를 증발시킨 후 심층의 냉각수로 응축시켜 그 압력차로 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방식이다. 만약 담수를 얻고자 한다면 프레온 대신 바닷물을 써야 한다.

 

온도차 발전은 열대지방에서 일부 상용화가 진행된 상태다. 상아 해안으로 유명한 서아프리카 아비잔에서는 30℃ 가량의 표층수를 -25기압으로 감압해 증기를 발생시킨 뒤 여기서 7MW의 전력과 1만4000톤의 담수를 얻고 있다. 이 발전소는 프랑스 민관합작 회사인 해양에너지 개발공단에 의해 건설됐다.

 

이 밖에 프랑스가 남태평양 타히티 섬에 5MW급 온도차 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이며 영국이 10MW급 해상 발전소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등 온도차 발전의 상용화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동해안에서 심층수가 본격 개발되고 있고 온대성 쿠로시오 난류가 이 일대와 남해안을 지나 비교적 적합한 조건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계절적 편차가 심해 개발착수까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소금물에도 힘이 있다 '염도차 발전'= 아직 정확한 부존량이 확인되지 않은 에너지원도 있다. 바로 염도차 발전이다. 염도차 발전은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서 일어나는 삼투압 작용을 이용한다. 농도가 낮은 강물이 농도가 높은 바닷물로 빨려 들어가는 힘을 전력으로 바꾸는 것이다.

 

삼투압이 얼마나 큰 압력을 내겠느냐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강물과 바닷물은 약 24기압 정도의 압력차가 존재한다. 이는 물이 200m 높이에서 떨어지는 힘과 맞먹는다. 두 종류의 물이 만나는 지점에 웬만한 수력발전소 수차를 돌릴 만한 에너지가 존재하는 셈이다.

 

정확한 집계는 나와있지 않지만 바다와 만나는 세계 주요 강 하구에는 무려 260만MW의 염도차 에너지가 부존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 아마존강이 50만MW, 중국 양쯔강이 5만2000MW의 에너지를 내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해수와 담수 사이의 물리적 삼투압을 이용한 방식과 역전기분해를 통한 화학적 방식이 동시에 연구되고 있으나 두 방식 모두 높은 비용을 요구해 아직까지는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염도차 발전이 상용화된다면 강하구마다 염도차 발전소가 들어서 더 이상 화석에너지가 불필요해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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