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기자님 집 앞에 어마어마한 발전소가 들어선다 해도 그렇게 냉정하게 쓰셨겠습니까?"

 

파주열병합발전소 예정부지가 주택가와 지나치게 가깝다며 지역난방공사를 상대로 공사중지 소송을 낸 한 독자께서 이른 아침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전한 말씀이다.

 

파주 열병합발전소 관련 기사(제28호 4면)는 한난이 적법 절차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고도 반년 넘게 착공을 못하고 있는 속사정을 다룬 내용인데, 막상 '만약 당신 집이라면?'하고 물어오는 독자께는 딱히 드릴 말씀이 없었다.

 

님비(Nimby)현상으로 필수 기반시설인 에너지시설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방폐장이나 소각장처럼 막연한 환경위해 시설들이 타킷이었는데 최근에는 LPG충전소나 열병합발전소, 심지어 무공해 에너지라는 풍력발전단지와 태양광발전소까지 님비의 대상에 포함되는 추세다.

 

꼭 필요한 시설이라도 내집 앞은 싫다는 이들의 주장을 님비로만 몰아 세우는 것은 정당할까? 나부터 되물어야 할 부분이다. 기왕이면 발전소보다 탁 트인 시야를 채운 자연풍광이 나을 것이고, 아무리 안전한 시설이라도 가까운 것보다 멀리 있는 게 마음이 편한 법이다.

 

실제로 이들 시설이 들어서면 주변 주택가의 집값이 떨어지거나 타 지역보다 상승률이 더디다는 얘기도 있다. 주민은 알지 못했던 대규모 시설이 들어선다는데 가만히 있는 주민이 있다면 오히려 이상할 일이다.

 

특히 이들의 재산가치가 하락하는 직접적 손해는 어떻게 보상받고, 사람에 따라 가치비중은 높게 두는 경관이나 심미적 측면의 가치손실은 누구에게 하소연할 것인가. 공공시설이니 운 나쁘게 시설이 입주한 지역의 주민이 참으라는 것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당신이면 참겠는가'란 말이 나올 법하다.

 

풍력이나 태양광처럼 신재생에너지 시설도 마찬가지다. 이들 시설은 최근 들어 규모면에서 대형화되고 있다. 그러나 풍력발전의 경우 항상 예정부지 주민이나 일부 환경단체의 반발을 샀고, 일부 지자체는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부문이 없다며 태양광발전소 허가를 꺼리고 있다.

 

이들 시설이 무공해 에너지원이며, 화석에너지를 서둘러 대체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쯤은 초등학생들도 잘 안다. 그런데 왜 이들은 한 겨울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걸까. 전문가들은 대화와 인센티브 부족을 지적한다. 

 

김태호 에너지나눔과평화 사무처장은 "아무리 공공성이 높은 시설이라도 주변지역에 대한 혜택을 약속하고 철저한 대화를 거친 뒤에 입주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폐기물이나 거대 산업이 입지하면서 발생한 문제들이 그대로 지속가능 에너지 체제에 전이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정부나 사업자가 주도하는 방식은 시설자체에 대한 기본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님비현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시민사회와 언론이 중심이 돼 에너지시설에 대한 가치를 환기시키고 이해 집단간의 토론문화를 활성화해서 이들 시설의 수용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직접적으로 주민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도 선진국에서 확대되고 있다. 

 

독일의 풍력발전 사업자들은 지역주민들에게 발전소 부지에 작물을 재배해 여기서 얻은 소득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리싸이클링(자원재활용)이 일반화된 일본은 소각장이나 하수처리장을 웬만한 공원보다 훌륭하게 꾸며놓고 지역주민에 이를 개방하고 있다.

 

공공시설이니 반대시위는 법대로 하겠다는 우리도 주민수용성을 높여 말 그대로 '윈-윈'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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