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철 에너지자원기술기획평가원장/최정예 고품격 조직으로 공정성ㆍ전문성 담보/청정에너지 기술개발… 화석연료 패러다임 극복

 "한 나라의 에너지 정책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에너지 정책에 가장 '코어(Core 핵심)'가 돼야 하는 게 에너지기술입니다. 기술이야말로 '정책의 '키(key)' 입니다. 미래는 에너지 기술에 달려 있습니다." 

신성철 초대 에너지자원기술기획평가원장은 지난 18일 <이투뉴스>와 가진 첫 인터뷰에서 "에너지자원기술기획평가원(이하 에기평)의 궁극적 좌표는 어디냐"라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원장직 공모 때부터 기자와 연락이 닿아 지난 9월 3년의 임기를 시작한 이후 몇 차례나 '날을 잡자'는 인터뷰 요청을 받았지만, 그때마다 "지금은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며 '퇴짜'를 놨던 그였다. 

그는 "에기평 발족에 필요한 제반 규정과 행정, 그리고 인력 확보를 위해 매우 빠듯한 시간을 보냈다"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큰 고민은 에기평에 거는 기대에 걸맞는 '품격 높은 기획'과 '엄정한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 품격높은 기획과 엄정한 평가 '고민' = 에기평 출범에 따라 우리나라 에너지R&D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매년 30% 가까이 늘어나 한해 5000억원 가까운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에너지R&D 사업이 상시 기획 체제를 갖추게 된 것. 

특히 개별과제가 정책을 결정하는 기존 바텀업(Bottom up) 방식을 기획이 연구과제를 결정하는 톱다운(Top down) 방식으로 전환했다는 의미도 추가된다.   

외형적으론 에너지관리공단 전력연구원 신재생에너지센터의 연구기획ㆍ평가 기능이 에기평으로 창구를 일원화했고, 내용면에서도 원별로 제각각이던 연구과제가 에너지믹스(원별배분)를 고려한 연구개념으로 통합됐다. 

신성철 원장은 "정부가 에너지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해 예산을 늘리면서 우리나라 에너지R&D 예산집행 규모가 세계 5~6위 수준에 도달했다"며 "양적인 성장 뿐 아니라 질적인 향상을 도모해야 하는 단계에서 이 '질적성장'을 에기평이 떠 맡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산업기술 개발이 100m 단거리 경주라면 에너지기술 개발은 마라톤과 같다"면서 "이제는 야산을 오르는 전략이 아니라 에베레스트나 K2를 등정하는 전략으로 기술개발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에너지기술의 질적 성장 도모 = 신 원장은 기존 R&D사업 평가과정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들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예를 든 부분은 평가과정의 공정성 확보 여부다.

그는 "그간의 평가는 공정성을 높인다고 내용도 모르는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평가하는 식이었다"며 "평가위원을 객관성이 확보된 해당분야 최고전문가 위주로 위촉하고, 평가회의에서 오간 모든 내용을 회의록으로 남겨 누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 공개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정착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 원장은 "회의록이 공개되면 투명성이 확보되고 전략을 보강하는 기회도 되며 특히 연도별 연구성과를 비교할 수 있어 연속성을 갖는 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위원들에게 그에 상응한 위상과 인센티브를 부여해 국가에너지 기술 향상에 기여한다는 생각을 갖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 원장은 "앞으로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해 에기평의 국제적 위상을 확립하고, 미래 에너지 기술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에기평에 남겨진 과제"라고 언급했다.   

◆ 평가회의 내용 모두 공개 = 신 원장은 에기평의 골격을 만들면서 산업자원부로부터 "원장보다 나은 사람을 뽑아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3개월만에 15명의 박사급 인재와 5명의 석사급 인력을 충원했고, 이들에게 "일당백(一當百), 소수 최정예 고품격 조직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고 했다.

신성철 에기평 원장은 "고유가와 자원 고갈, 기후변화를 뛰어넘는 방법은 에너지 기술밖에 답이 없다"며 "청정에너지 기술을 개발해 화석연료 중심의 기존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는 자원을 얼마나 확보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면서 "청정 에너지 기술을 중요한 미래 먹거리 상품으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정책의 중심에 기술정책이 자리잡고, 에기평이 이를 중추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날이 조만간 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에기평의 비전은 바로 여기에 있다"라고 역설했다.

에너지R&D의 집행효율과 투명성이 높아진 것은 고무적이나 연구과정에 간섭이 늘어나 효율이 되레 떨어지고 '선택과 집중'이라는 운영의 묘는 유연성이 떨어지지 않겠냐는 질문을 던져봤다. 그는 항상 유념하고 있는 '세 가지 원칙(Three fundamental rule)'이 있다며 이를 소개했다. 

"학자에게 가장 이상적인 연구개발이란 다음과 같은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첫째는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찾는 일입니다. 둘째로 이 전문가가 필요로 하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그의 연구에 대해 가타부타 간섭을 최소화하는 일입니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