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반대 미국 "2009년까지 계획 내놓겠다" 뒷걸음질/정부, 재원ㆍ산업계 대책 마련 등 발빠른 움직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제 13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포스트 2012 기후변화 협상의 기본방향과 일정을 담은 '발리 로드맵'이 채택됐다.

 

이로써 오는 2012년 이후부터 선진국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까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방안을 향후 2년간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로드맵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범지구적 파트너십 체재가 구축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선진국, 2009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량 합의키로

 

새롭게 채택된 발리 로드맵은 국가간 차별성을 인정했다. 각국의 사회적 경제적 상황에 따라 온실가스 저감의 책임과 능력을 다르게 정한 것이다.

 

중국과 인도가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를 감축할 때 각국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한다"는 문구를 넣을 것을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드맵은 개발도상국의 능력 형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선진국의 기술과 재정 지원이 요구됐다.   

 

아울러 기후변화에 따른 부작용에 민감한 개발도상국의 상황을 고려해 행동 강령을 수행한 데 따른 인센티브와 관련 프로젝트,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2013년부터 개도국이 자국의 우림을 태우거나 벌채를 하지 않아 더 흡수한 이산화탄소량을 판매하는 시스템이 대표적인 인센티브다.  

 

아울러 탄소배출권을 거래할 때 2%씩 따로 떼어내 마련한 '적응 기금'을 개도국의 기후변화 피해 극복과 적응사업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개도국은 행동 강령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취약성을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정량적인 목표는 설정되지 않았다.

 

선진국의 경우 2009년까지 감축 수단과 감축 목표, 기간을 합의하기로 했다. 각국의 실정을 고려해 선진국간 교토의정서에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로드맵은 명시했다.

 

당초 유럽연합(EU)는 주요 선진국들이 온실가스를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40% 감축한다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를 반대하고 2009년까지 구체적인 목표를 내놓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리 로드맵은 회의 내내 주요 쟁점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난항을 거듭했다. 회의를 하루 연장하면서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강력한 협상타결 촉구로 극적으로 타결됐다.

우리나라의 대응방안…탄소세, 배출권 거래시장 도입, 산림 확대

 

우리나라가 발리 로드맵의 '선진국'에 속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논의가 국내외적으로 본격화될 것은 분명하다. 정부는 향후 2년간의 협상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포석으로 '기후변화 대책법'을 2009년 제정하기로 했다.

 

기후변화 대응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교통에너지환경세의 환경친화적 기능을 강화하거나 '탄소세(가칭)'로 전환하는 등 다각적인 세제운용 방안을 검토한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정부는 산업계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수립, 이행하도록 지원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2년까지 2005년 대비 3.2%(약 180만탄소톤) 줄이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17일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기후변화대책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기후변화 4차 종합대책'을 심의, 확정했다.


정부는 2008년 중 구체적인 수치가 담길 국가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해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우선 이 종합대책에서 부문별 에너지 수요를 중점 관리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로 했다.

 

온실가스 다량 배출업체에 자발적 감축계획 이행을 부과하고, 에너지 절약 투자를 지원해 2012년까지 산업계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180만톤을 줄이기로 했다.

 

또 대규모 주거 및 산업단지에는 열병합발전을 통한 환경친화적 에너지원을 30개 사업장에 추가 공급해 25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기로 했다.

 

자동차 온실가스는 2012년까지 60만톤을 줄이고 자동차와 항공기 등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06년 2.3%에서 2011년 5%, 2030년 9%로 점차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바이오디젤의 혼합비율도 올해 0.5%에서 2012년에는 3%까지 늘리며, 천연가스도 2012년까지 3336만톤 규모로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원자력은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에너지원으로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 효과적이라고 판단, 국가전략 차원에서 원전 비중 확대를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 열리는 제3차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중장기 원자력비중에 대한 국가목표'를 설정할 때 이 같은 내용을 심의하고 의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공공기관의 자발적 협약(VA) 참여를 점진적으로 의무화해 2010년까지 공공기관의 연간 에너지소비량 증가를 동결할 방침이다.

 

청정연료를 사용하는 친환경자동차 보급도 늘리기로 했다. 오는 2012년까지 하이브리드자동차 7920대를 비롯해 연료전지자동차 1750대, 천연가스 버스 및 청소차를 각각 1만3080와 1122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2010년부터는 대기전력 저감기준(1W) 미달제품에 대한 경고표시도 의무화된다.

 

정부는 이번 발리 로드맵이 명시한 '산림전용' 감축 부문을 대응하기 위해 산림 확보 계획도 세웠다.  

 

정부는 2012년까지 110만9000ha 숲가꾸기, 2163ha 유휴토지 조림,1125ha 도시숲과 200ha 학교숲 조성으로 이산화탄소흡수량을 1700만톤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친환경농업 생산기반을 조성하고 폐기물 매립장의 메탄가스를 자원화해 2012년까지 각각 90만톤의 아산화질소와 230만톤의 메탄가스를 줄일 계획이다.

 

이밖에 탄소배출권 거래 전문회사 설립을 지원하는 한편 자발적 배출권 거래시장을 출범하고 배출권 거래제도를 도입해 탄소시장을 활성화시킨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발리 로드맵 주요 내용<부분>

 

1. 기후변화협약에 적응하기 위한 행동 강령

1) 기후 변화에 따른 부작용 효과에 민감한 개발도상국, 도서 국가, 일부 선진국 등의 시급하고 절박한 니즈를 고려해 모든 국가의 취약성을 낮추고 기후 복원력이 있는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 행동 강령의 수행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 특정 프로젝트와 프로그램 마련, 분야별 국가적 계획의 통합적 행동 강령 마련,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하는 능력 형성 및 대응 전략 구비, 재정적인 지원 평가, 행동 강령의 우선순위 설정, 취약성 평가 등을 포함한 다각적인 행동 강령의 신속한 수행을 지원하는 국제적인 협력 체제를 구축한다.
2) 위험 관리 및 위험 억제 전략을 수립한다.
3) 개발도상국에서 기후변화 영향과 관련된 손실과 피해를 강조하는 수단과 재해 억제 전략을 구축한다.
4) 복원성을 구축하기 위한 경제 정책(Economic diversification)을 마련한다.

 

2. 완화 및 적응 기술 개발 및 이전에 대한 강화된 행동 강령
1) 환경친화적인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촉진하기 위하여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술 개발 및 이전을 증진한다.
2) 접근 가능한 환경친화적인 기술의 개발, 확산 및 이전을 가속시킨다.
3)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 현재의 개발, 연구 등이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3. 완화, 적응 및 기술 협력에 대한 행동 강령을 지원하는 재정 자원 및 투자에 대한 강화된 행동 강령
1) 적절하고, 예측 가능하며 지속가능한 재정 자원과 재정 및 기술 지원, 새롭고 부가적인 자원의 준비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한다.
2) 국가적 완화 전략 및 적응 행동 강령을 위하여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하는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3) 기후 변화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하는 혁신적인 자금 지원을 통해 적응 비용을 충당한다.
4) 지속가능한 개발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적응 행동 강령의 수행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5) 공공 및 개별 분야 지원과 투자의 유동성을 확보한다.
6) 개발도상국의 재정적 지원을 결정하기 위한 적응 비용의 평가에서 능력 형성을 위한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도모한다.

 

<자료=과학기술정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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