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건강ㆍ안전 최우선…국내 19기 계속 가동에 영향 미칠 듯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10년 계속운전에 따른 주민 보상 문제를 놓고 협의해 온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이 지난 21일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연료장전과 설비 테스트를 마친 뒤 새해 1월8일(잠정) 재가동에 들어가게 됐다.

지난 6월 설계 수명(30년) 만료로 가동을 중단한 지 7개월만에 재가동하는 것이다.

한수원은 “과학기술부의 계속운전 허가로 재가동을 위한 법적요건을 갖췄으나 지역주민의 반대정서를 감안, 최근 수차례에 걸쳐 주민대표를 만나 설득해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주민대책위는 고리1호기 계속 가동과 고리3ㆍ4호기 출력증강에 동의하고 한수원은 주민들이 제안한 고리원전 주변 지역 개발과 주민복지사업 가운데 1년 이내에 추진할 수 있는 14개 사업에 대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또 한수원은 신규원전 건설시 지급되는 별도 지원금에 준해 가산금(약50억원)을 일시에 지원하고,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에 따라 가동발전소에 지급되는 지원금(약 440억원)을 10년간 지원한다.

앞서 과기부는 18개월동안 100여명의 전문가 자료검사와 현장검증, 실증실험 등을 거쳐 10년 동안 가동해도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11일 한수원에 고리1호기 계속 가동 운영허가를 통보했지만 고리원전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재가동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주민들은 ‘꿈의 암치료기’로 불리는 중입자가속기 유치 등 40개 요구안을 내세우며 한수원 주변에서 농성을 벌여왔다.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지난 30년 동안 지역주민들의 이해와 협조로 원자력사업이 발전해 왔으며 이번에 10년의 계속운전을 하게 돼 대단히 기쁘다”고 말했다.


◆ 원전 계속운전 선례 남겨
이번 고리원전 1호기 재가동은 원자력발전소 계속운전의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계속운전은 설계수명에 도달한 원전에 대해 원자력법에서 규정한 기술기준에 따라 안전성을 평가해 만족한 경우 설계수명 기간 만료일 이후에도 운전을 계속할 수 있다.

설계수명이란 원전설계시 설정한 기간으로 원전의 안전성과 성능기준을 만족하면서 운전이 가능한 최소한의 시간을 말한다.

고리원전 1호기의 경우 이러한 법적요건을 다 갖추고도 주민과의 의견충돌로 가동에 난항을 거듭했다.

고리원전 계속운전은 그만큼 원자력시설 주변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도모가 최우선이며, 이들의 동의를 이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보여준 사례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국내 원전의 효시인 고리1호기의 계속 가동은 사업자와 지역 주민간의 원만한 합의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이번 계속운전 사례는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다른 19기 원전의 계속 가동에 선례가 될 전망이다.


◆ 계속운전 발표에서 협상타결까지
사실 사업자인 한수원과 고리원전 주변지역 주민대표는 과학기술부가 고리1호기를 앞으로 10년간 계속 가동해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심사결과를 발표하기 전부터 협상을 시작해 지금까지 5차례에 걸친 마라톤협상을 진행했다.

‘고리1호기 수명연장 반대 기장군민 대책위원회’는 꿈의 암치료기인 ‘중입자가속기’ 유치 등 지역개발 관련 40개 요구사항을 한수원측에 제시했다.

고리1호기를 10년간 계속 가동할 경우 예상되는 수익이 1300억원 정도인데 비해 주민들의 요구는 이를 훨씬 초과해 협상의 어려움을 겪었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첨예하게 대립하자 대책위는 정부가 나설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수원은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장기적인 과제로 분리해 본격적인 협상을 시도한 끝에 마침내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한수원과 주민간 합의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주민대표는 고리1호기 계속가동과 고리3.4호기 출력증강에 동의하고 한수원은 주민들이 제안한 고리원전 주변 지역 개발과 주민복지사업 가운데 1년 이내에 추진할 수 있는 14개 사업에 대해 협력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간 신경전으로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한수원과 대책위가 생각보다 빨리 계속 가동에 합의한 것은 명분 싸움보다는 실리를 찾으려는 양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수원의 적극적인 협상은 결국 주민들의 실력행사로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을 막은 최대의 공로로 기록됐다.

한수원 관계자는 "전문가들에 의해 고리1호기의 안전성이 입증됐기 때문에 법적인 절차는 모두 끝났다"면서 "주민들과의 합의는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지역사회의 이해와 지지를 바탕으로 재가동하겠다는 방침
아래 성실한 대화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주민대책위도 고리1호기를 볼모로 무리한 지역개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여론을 의식해 당장 얻어낼 수 있는 것을 우선 받아내되 법적인 문제가 있는 요구사항은 장기적인 과제로 넘기기로 하는 등 협상을 탄력적으로 움직여 이번 타결을 이끌어냈다.


◆ 고리원전 재가동 일지
1971년 11월15일 고리1호기 본공사 착공
1977년 6월19일 원자로 최초임계 도달(발전소에서 핵물질이 연쇄반응을 일으킨 시점)
1978년 4월29일 상업운전 시작
1988년 1월15일 10년차 대규모 계획예방정비
1998년 6월19일 20년차 대규모 계획예방정비
1999년 9월5일 한 주기 무고장안전운전 3주기 연속 달성
2004년 7월1일 발전량 1000억KWh 달성
2006년 6월8일 계속운전 주민설명회 무산
2007년 1월22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1차 현장점검
2007년 2월7일 지역주민 1호기 연장 반대 탄원서 제출
2007년 6월9일 가동 전면 중단
2007년 6월18일 30년 설계수명 만료
2007년 12월6일 정부 10년간 계속운전 가동 결론
2007년 12월21일 주민들 계속연장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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