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00달러 시대가 드디어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2일 기준 서부텍사스 중질유는 99.62달러를 기록하며 최고가를 경신하는가 하면, 장중 한때 100달러를 넘어서며 유가 100달러 시대 진입했다. 이튿날에도 장중 시세는 100달러를 넘어서는 기염을 연거푸 토해냈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져 나온 유가 100달러 시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유가의 가파른 상승세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유가 100달러 충격을 뒤로 하고 하나둘 고유가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대한 대안 등을 내놓으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2월부터 적용하기로 한 난방용 에너지 세금 인하 대책이 올 1월부터 적용됨에 따라 서민층의 시름을 덜어 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등유, 액화석유가스(LPG) 프로판, 도시가스 등에 1일부터 3월 30일까지 탄력세율을 적용해 특별소비세를 30%나 내렸지만, 실제 판매가격은 1월 1일을 기해 10% 이상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라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가스 수입업체측은 “국제가격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했기 때문에 오른 것”이라며 “그나마 세금이 인하됐으니 이정도 수준에서 그쳤지 아니었으면 더 크게 올랐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LPG프로판 가스뿐 아니라 차량용 부탄가스 판매가격과 등유도 마찬가지다.


서울지역 LPG 충전소의 경우 지난해 10월 ℓ당 771.34원에서 11월 804.43원까지 오른데 이어 올해에는 특소세가 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960원대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또 등유도 지난 1일부터 ℓ당 23원의 판매부과금을 폐지하고, 특소세ㆍ교육세ㆍ부가세 등을 인하해 ℓ당 115원의 인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고됐지만, 실제 주유소 판매가격은 지난주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조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일련의 현상과 유가의 고공행진에 대한 대안으로 새로운 정권인 이명박 정부, 정치권에서 유류세 10% 인하 방침을 세우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 등 21명은 ‘유류세 일괄 인하 법안’을 발의, 휘발유, 경유, 등유 등에 붙는 세금을 일괄적으로 10% 인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대통합민주신당에서도 지난해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되는 유류세를 20% 인하하는 내용의 교통 에너지 환경세법 개정안과 특별소비세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 같은 차기 정부와 정치인들의 의지는 현 정부의 유류세 인하 반대 의지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띠고 있어, 아직 현실에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희망을 가져보게 된다.


하지만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섬에 따라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유류세 인하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또한 크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난방용 등유 등에 대한 한시적 유류세 인하가 국제 가격 상승분에 따른 소비자가 인상으로 물거품이 된 가운데, 국민이 믿을거라곤 일부 정치인들과 새로운 정권의 유류세 인하에 대한 강력한 의지뿐이다.


새로운 정부와 새롭게 구성될 정치세력들은 유가 100달러 시대에 살고 있는 서민들을 외면하고서는 결코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길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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