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는 정부 감시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정부든, 자본이든 권력과 결탁하는

순간 시민운동의 순수성은 빛이 바랜다.

 

아무리 먹고 살기 어렵다 해도 '권력의 단맛'에 한 번 길들여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정부나 기업이 보지 못한 부분을 끄집어내 일침을 가하는 데 거칠 것이 없어야 시민단체의 참모습이다.

 

그러기에 시민운동은 공(功)에 비해 외롭고 고독한 것이 정상이다. 권력의 대척점에 서 있다보면 종종 외

곬수로 몰리고 알아주는 이는 드문데다 배고프기 마련이다. 그게 공익 추구를 자임한 시민운동의 숙명일게다.

 

소위 진보정권 집권 10년. 정권 창출에 기여한 시민단체는 권력이란 막강한 화력을 얻었을지언정 그에 걸맞는 시민사회의 신뢰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오히려 영향력 키우기에 급급하다보니 본분을 잊고 시민사회에 배신감을 안겨주는 일이 잦았다. 권력과

의 거리조정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시민운동이 공천을 위한 중간과정으로 비춰졌다면 더 할말이 없잖은가.

 

지난해 모 연구소와 대학이 실시한 '한국종합사회조사'에서 시민단체는 '신뢰하는 사회기관'에서 6위를

차지했다. 불과 3년전까지 1위를 고수했던 그들이었다. 시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시민운동은 소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 뻔하다. 스스로 병폐를 진단하고 환부를 도려내지 않으면 안 된다.

 

선뜻 꺼내기에 거북해 애둘렀지만 이제 에너지시민운동을 잠깐 언급하고자 한다. 핵발전과 화석연료 전

환을 기치로 내건 이들의 영향력과 활동은 참여정부 들어 크게 확대된 게 사실이다. 국가 에너지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발언권을 행사하고 정부나 공기업과 매년 공동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에너지라는 중대사안을 놓고 시민단체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은 분명 반길 일이다. 그러나 밝음 이면엔 어두움이 병존하기 마련인가보다. 5년이란 관록에 따라 이들 시민단체는 매년 10억원대의 정부 지원을 받는 곳이 됐다. 정부 용역이나 정책과제를 수행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살림살이가 나아진 만큼 정부 견제 기능도 충실해졌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기자는 정부가 주최한 공청회나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단체 인사가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꺼

내 의아했던 경험이 여러 번 있다. 충분한 교감을 나눌 기회가 늘어나면서 사전에 의견차를 좁혔을 테지만 시민단체의 날선 비판을 기대했던 터여서 늘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한 토론회에 참석한 모 시민단체 대표가 다음 일정을 이유로 발언순서를 앞당긴 뒤 각계의 의견을 들을 새도 없이 황급히 자리를 떠나는 모습도 목격됐다. 정부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는 일보다 더 시급한 일이 무엇이었을까.

 

물론 대다수의 시민단체는 여전히 외롭고 배고프고 고달프다. 오롯이 제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

의 순수한 열정이 지구온난화를 늦추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또한 시민사회는 앞으로 더 많은 미션을 그들의 어깨에 지울 것이 분명하다.

 

선언적 공익사업보다 구체화된 목적성 사업, 지속가능한 에너지체제를 구축할 시민운동이 절실한 때다. 말보다 실천이 앞서는 시민운동을 위해 미력하나마 에너지언론도 언제든 힘을 보탤 준비가 돼 있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