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도 신재생에너지도 부족한 나라

어릴 적부터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왔다.

공책과 연필 아껴쓰라는 말부터 자동차 운행 자제하라는 캠페인까지, 에너지자원이 없는 나라의 설움을 코 흘리던 시절부터 겪어야만 했다.

고부랑 글씨가 복잡하게(?) 써진 국기를 보면 "사우디아라비아!"라고 외칠 정도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세계 최대 산유국 이름을 외울 정도였다.

 

현재, 세계적으로 석유가 수십 년이면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또 지구가 오염되므로 깨끗한 에너지를 사용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석유를 대신하면서도 공기를 더럽히지 않는 에너지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실제로 검은 굴뚝 연기로 대변되던 공장의 모습이 깨끗한 청정공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예컨대 석탄 발전이 원자력 발전으로 변하는 게 그렇다.

 

한 때 우리 농촌 마을의 각 지붕엔 태양열판이 올려졌다. 물론 지금도 진행 중이다. 태양열을 이용해 물을 데워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석유를 사용하지 않아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고 공기를 오염시키지 않으니, 이처럼 좋은 에너지원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언제부턴가 태양열판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비가 오거나 흐리면 태양열 이용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한다. 무엇보다 태양열판에 고장이 나도 A/S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태양열판 공사를 했던 영세한 업체들이 중도에 부도나거나 없어진 까닭이다.

 

그럼에도 태양광, 풍력 등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가 시선을 끌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형조건이 태양에너지나 풍력 등을 이용하는 데 좋은 조건이 아니라고 한다.

바람도 발전을 일으킬 만큼 많이 불지 않는데다 햇빛도 충분치 않다고 한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가 석유 없는 에너지를 개발하고자 하지만 그조차 힘들다는 얘기다.

 

석유도 없고 신재생에너지원도 충분치 않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보급보다는 기술개발에 역점을 두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 까닭이다.

보급한다며 막대한 돈을 들여 투자한 후 얻는 에너지가 적다면 효율성이 떨어진다.

차라리 그 돈을 핵심기술에 투자하면 어떨까.

예컨대, 태양광 발전소의 핵심부품인 태양광판(모듈) 핵심소재를 개발해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하자. 그 핵심부품이나 기술을 외국으로 수출한다면 어떨까.

그 돈으로 에너지를 사오는 편이 바람직하진 않을까.

 

석탄액화기술을 축적한다고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미 이 기술을 1950년대 개발했고 현재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 이를 따라잡긴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국내 기술이 어느 정도 반열이 올라 있는 부분으로 승부를 겨뤄야한다. 예컨대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반도체를 이용한 핵심기술을 개발해 세계적인 기술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펴는 것도 좋지만, 그 돈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경제적인 일도 없을 것이다.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향후 세계는 에너지전쟁을 벌인다고 한다. 아니 이미 전쟁이 시작됐다. 일본과 중국이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분주하다. 또 미국과 캐나다는 물론 유럽과 남미의 여러 나라가 에너지정책에 국운을 걸고 있다. 이 전쟁에서 패하지 않기 위해선 막대한 에너지원을 확보하거나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어떤 방향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여러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그것도 꾸물거려선 안 된다. 장기적 혜안을 갖고 신속하게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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