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 개편으로 과천 관가가 어수선하다. 지식경제부 출범을 앞두고 변화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부처 안팎을 짓누르는 형상이다. 변화는 기대에 앞서 불안을 불러오게 마련인가 보다.

 

이런 가운데 올해 공채로 공직에 입문한 산자부 7급 주무관 15명이 지난 25일까지 전국 각지의 LNG생산

기지와 석유비축기지, 원자력발전소 등 주요 산업시설을 둘러보고 돌아왔다.

 

인솔은 최종기 산자부 노동조합 위원장 등 선배들이 직접 맡았다. "한 나라의 산업정책을 다루면서 현장 한 번 다녀오지 않고 업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후배사랑'이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는 현장으로 이들을 내몬 것이다.

 

미래 지식경제부의 실무를 이끌 막둥이 주무관들은 어떤 생각을 품고 사무실로 돌아왔을까.

 

앞서 이 나라의 에너지ㆍ자원정책을 도맡아 온 이들의 선배, 상관들은 지난 10여년간 칸막이로 분리된 사무실 책상을 떠날 새 없이 바쁘고 고단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보고서가 책상 한쪽 구석에 쌓이고 수족처럼 딸린 유관기관 챙기기에도 눈코 뜰 새 없었다.

 

여기에 참여정부 공무원의 지상과제인 '혁신업무'까지 마무리하다 보면 퇴근시간이 3~4시간 늦춰지는 것은 예사였다.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을까. 현 정부의 몸집은 켜졌고 규제는 늘었다. 규제라는 그물코와 적자생존의 법칙에 입각한 신자유주의에 시장을 맡겨두면 될 일이라고 믿었던 모양이다.

 

과연 이들의 생각처럼 우리 시장주체들은 살림살이는 나아졌는가.

 

더 큰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밤낮 없이 바쁜 이들의 일과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느냐 하는

점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는 상투적 답안으로 두루뭉술 넘어가지 말고 스스로에게 되물어 볼 일이다.

 

국민, 또는 기업이 바라고 원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정부의 본분이다. 공직은 자신의 명예나 입신을 위한

자리가 아님은 두말 할 나위 없다.

 

곧 탄생할 지식경제부는 '친기업, 친시장'을 기치로 내건 이명박 정부의 수족이다. 그나마 새 부처의 주역이 될 산자부 직원들은 가장 친기업적이란 전통을 이어오고 있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일주일에 이틀, 그것도 안되면 최소 하루 정도는 현장을 누비는 공무원들이 많아질수록 질 높은 친시장 정책이 양산될 것이다. 산하기관이나 협회ㆍ단체가 올린 보고서를 맹신하면 탁상공론의 함정에 빠진다. 현장은, 시장은 보고서와 천양지차다.

 

울산시 택시행정팀의 한 공무원은 업계와 운수 종사자의 고충을 직접 파악하기 위해 이달부터 직접 핸들을 잡는다고 한다. 이 나라의 안살림을 챙길 신입 주무관들에게 선배로서 무언가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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