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반드시 해부해 봐야 한다"

영국에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총리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원자력의 여인' 안느 로베르종(48)이 있다.

 

그는 원자력 공기업 아레바(Areva)의 최고경영자로 프랑스 전력의 70%를 책임지고 있다. 더욱이 전체 전력 공급의 절반 이상이 아레바의 원자력발전으로 이뤄지고 있어 회사의 영향력은 클 수밖에 없다.

 

물리학을 전공한 로베르종 CEO는 1999년 핵연료처리공사(COGEMA)의 CEO로 근무하면서 2001년 코제마와 프라마톰 원자력발전회사를 합병시켰다. 아레바를 탄생시키기 위한 전초전이었다.

 

2001년부터 아레바 회장겸 CEO로서 그는 지난해 매출을 약 15조원, 순이익 9000억원을 내는 거대 기업으로 키웠다.

 

로베르종 CEO는 인수, 합병, 제휴를 통해 아레바의 덩치를 더 키우고 있다.

 

우라늄 채광회사인 우라민을 인수ㆍ합병해 우라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지난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엔지니어링 능력을 갖춘 것이 대표적이다.

 

미쓰비시와는 합작회사 'ATMEA'를 설립해 양사가 향후 개발할 새로운 원자로, 마케팅, 인허가 및 판매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로베르종 CEO는 현재 원자력을 앞세운 해외 시장 진출로 숨가쁘다.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원자력 외교를 펼친 결과 42조원에 달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아레바는 1600MW급 원자로 2기를 중국에 설치할 계획이다.

 

로베르종 CEO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계약이 원자력 업계 사상 최대의 계약"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세계를 누비고 있는 로베르종 CEO에게 유명한 일화가 있다.

 

첫 취업 면접때 면접관이 "여자가 있어야 할 곳은 집"라고 그에게 말했다. 몇 달 후 그는 그 상사에게 생각이 바뀌었는지 물었으나 상사는 "자네는 여자가 아니야"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남동생과 평등하게, 자유로운 가정 분위기에서 자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실패를 책임지고 잘못을 분석하는 사소한 습관이 그를 프랑스 재계의 대표적인 여걸로 만들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한편 로베르종 CEO에게도 고민이 생겼다. 사르코지가 대통령이 에너지 공기업 개혁을 추진하면서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것.

 

사르코지 대통령은 아레바를 엔지니어링 원전 건설 부문과 우라늄 채굴, 재처리 부문 등 2개로 분할할 것을 시사하고 있으나 로베르종은 확고한 반대를 표명, 그의 행로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안느 로베르종은=

프랑스 명문 국립대학인 에콜 데 민(프랑스의 종합 이과대학)과 에꼴 노르말 쉬뻬리에르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그는 1983년 철강산업계에서 처음으로 커리어를 쌓은 후 프랑스 최대 철강회사 위지노르로 자리를 옮겼다.

 

1984년 그는 프랑스 원자력위원회의 화학산업에서 안전 연구를 주도했다. 1985년부터 1988년까지 파리와 인근지역 지하시설을 관리, 감독한 후 1988년 광산위원회 차관으로 임명됐다.

 

1990년 그는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의 국제경제 고문으로, 1991년 차관으로 일했다. 동시에 G7 섬밋 준비기간 동안 대통령의 셰르파(정상회담 준비를 전담하는 예비교섭관)로 일했다.

 

1995년 라자드 프레르 & 씨의 파트너로, 뉴욕 지사에서 몇 개월을 지냈다.

 

1997년 3월 그녀는 알까뗄 텔레콤에 부회장으로 임명됐다. 이 기간 그는 그룹의 해외 에너지와 원자력 분야 진출에 대해 책임을 맡았다.

 

1999년 6월부터 리오넬 조스팽 총리 시절 그는 아레바가 설립될 당시 그룹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로 취임했다. 2001년부터는 최고경영자직만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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