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7.18% 폭등 주가 5만원에 마감

현대건설의 인수전을 앞두고 채권단 대표 산업은행이 제기한 '구(舊)사주 논란'이 현대건설 주가에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해서 매각할 때 원 주인이 부도낸 회사를 도로 가져가겠다고 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김창록 산은 총재의 발언이 시장에 전해진 다음날인 29일 현대건설은 근래보기 드문 7.18%의 폭등세를 보이며 5만원에 마감했다.

현대건설의 이날 상승률은 지난 2월 이후 6개월만에 최대이며 종가가 5만원선에 도달한 것은 5월19일 이후 처음이다.

증권가에서는 김 총재의 발언이 문제의 '구사주'인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에 일정 정도 '장애물'이 될 가능성은 있지만 이보다는 그간 현대그룹-현대중공업간  2파전 정도로 여겨져온 현대건설 인수전에 불을 붙이면서 다양한 인수희망자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 5월 6만원대를 정점으로 하락 반전한 뒤 횡보세를 거듭해오다 갑자기 나타난 이날의 주가 강세도 이런 기대감을 담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미래에셋증권 변성진 애널리스트는 "최대한 높은 매각가를 원하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인수전을 2파전으로 끌고가는 것보다 다양한 후보를 참여시켜 매각가도 높이고 사전에 (현대그룹의 인수시 발생할) 문제를 공론화함으로써 매각 이후의 잡음도 줄이기를 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그룹이 우선협상 대상자에서 제외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쳐 대우건설  인수에 실패한 여러 업체들의 인수전 참여에 힘을 실어주고 동시에 현대그룹이  '정통성'을 내세워 인수를 당연시하는 것을 차단하면서 현대그룹 역시 인수가 경쟁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화증권 전현식 애널리스트도 김 총재의 발언에 대해 "경쟁을 유발해 높은  가격에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고 규정하면서 대우건설 매각시 6개의  컨소시엄이 경합을 벌이는 과정에서 최초 3조원 정도였던 인수 예상가가 6조원을 넘는 수준까지 폭등한 사례를 상기시켰다.

증시 분석가들은 현대건설이 풍부한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하반기부터 뚜렷한 실적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김 총재의 발언이 현대건설 인수전의  기폭제로  작용,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 증권은 현대건설이 하반기 인수 합병 일정이 잡혀있는 초대형 건설사임에도 그간 주가가 횡보를 해 매력도가 높고 '구사주'  논란은 현대건설의 주가를 한 단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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