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명 이상복 기자
- 입력 2008.01.2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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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 개방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차단기능형 LPG 용기용 밸브(이하 차단형밸브)에서 설계ㆍ제작 결함으로 추정되는 가스 유출사고가 최초로 발생, 업계와 당국이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내구성이나 가스기밀 등 밸브 기본 기능상의 치명적 결함이 이번 사고의 잠정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향후 유사한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7일 일선 충전업계와 복수의 LPG용기용 밸브제조사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전남 J충전소에서 최근 보급된 차단형 밸브에 가스를 주입하는 도중 갑자기 스핀들(회전축 ; 사진 A)이 이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충전작업을 벌이고 있던 A충전원이 뿜어져 나오는 가스에 의해 손에 동상을 입고 다량의 가스가 일시에 분출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행히 충전원의 신속한 조치로 추가 누출이 차단됐으나 하마터면 대형 인명사고나 폭발사고가 발생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사고의 원인이 된 차단형밸브를 납품한 D사의 고위 관계자는 "제작 결함이 아니다. 정상 출하 제품에 우연히 완성품이 아닌 제품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포함돼 보급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제작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기기결함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전해들은 충전업계와 밸브전문가들의 해석은 다르다. 이들은 무리한 의무보급 일정과 제품 완성도 미흡에 따른 '예고된 인재'로 보는 해석이 강하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기능에 맞게 설계하려면 기존 밸브보다 얇고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설계상 제품의 내구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단형 밸브를 제조ㆍ판매한 업체 당사자가 제품의 결함가능성을 시인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이와 유사한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일로 볼 때 차단형밸브를 3년 이상 사용하다 보면 여러가지 내구성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면서 "업계 전반의 보급 실태와 충전업계의 사용기를 수렴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투뉴스>는 이번 사고의 심각성을 감안, 밸브전문가와 함께 최근 보급된 차단형밸브를 절개<사진>해 구조적 결함의 가능성을 짚어봤다.
그 결과 충전업계의 지적처럼 내구성 측면에서 구조적 취약성이 발견돼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우선 이번 사고의 1차적 원인은 스핀들 이탈을 막기 위해 11자 방향으로 밸브상부를 가로지르는 2개의 핀 결속 지점(사진 B)이 지목되고 있다.
기존 밸브는 이 부분을 O링 형태로 감싸 충전시 높은 압력을 견디도록 설계돼 있다.
반면 차단형밸브는 충전시 일시에 높은 압력이 가해질 경우 변형이 올 수 있는 황동소재 핀으로 이탈을 막는 데 그치고 있다. 스핀들 완전개방시 마모나 변형에 취약한 구조다.
이 같은 구조는 가스기밀 측면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핀 결속지점에서 미량의 가스가 새고 있다는 충전업계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밸브업계 한 관계자는 "수밀시험(충전완료된 용기를 물 속에 넣어 누출여부를 확인하는 작업) 중에 물방울이 발견됐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며 "사실이라면 가스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위험천만한 결함"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차단형밸브를 설계ㆍ보급한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해당 업체로부터 아직 사고내용을 보고 받은 바 없다"면서 "지난해 3월 시범 보급시 일부제품에서 비슷한 결함이 발견돼 이후 검사항목을 강화했고, 현재는 그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제조사를 통해 생산, 보급되고 있는 차단형밸브는 30만개에 육박하고 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