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제품 수입 편법으로 출혈경쟁 불사…경영악화 '이중고'

바이오디젤의 원재료인 대두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원재료 가격을 정유사 납품가에 반영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완제품 수준의 바이오디젤을 수입해 공급한 업체가 최근 언론에 공개되면서 바이오디젤 업체의 출혈 경쟁이 도마 위에 올랐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두유 가격 폭등과 물량 부족으로 바이오디젤 생산업체들이 적자 규모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유사 입찰시 가격을 높게 내 입찰에 실패할 경우 공장 가동까지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출혈경쟁을 하고 있다.

 

또 일부 업체는 반제품이나 완제품을 수입해 간단한 공정을 거친 후 정유사에 공급하는 편법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A업체의 경우 지난 1월 500톤 정도의 제품을 수입한 뒤 공정을 거쳐 정유사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완제품을 편법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이 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원가를 절감하고, 동시에 외화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찾은 것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품질로 가격을 맞춰 제때 정유사에 공급한다는데 문제가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이 업체의 한 간부는 저렴한 대두유나 '반제품'을 찾아 지구 몇 바퀴를 돌고 있다고 한다. 관계자는 이번 문제가 불거진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수지를 맞추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업체는 수입품을 완제품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산업자원부에 시료 분석을 요청한 상태다.

 

이에 대해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A업체가 수입한 제품의 성분에 바이오디젤이 70~80% 섞여있다면 실상 바이오디젤 역할을 할 수 없어 수입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며 "그러나 아직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판단하기 는 이르다"며 "시료 검사 후 전문가들과 함께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소기업들도 정식적인 코드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바이오디젤 반제품을 수입할 가능성도 있어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익성 악화 해결방법 없나

 

이번 일은 바이오디젤 업체가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한 바이오디젤 업체 관계자는 "이런 방법들은 소규모로 예전부터 있어 왔다"며 "중소기업들이 적자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바이오디젤 혼합비율을 낮추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유사가 대두유 가격 상승에 따른 납품 가격 연동제를 제대로 실시해 주길 바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몇 정유사들이 15~20%씩 변동을 해주겠다고 했으나 3개월마다 조정돼 실상 큰 도움이 안되고 있다"며 "석유를 수입하는 정유사들이 가격 연동의 필요성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면서 바이오디젤 업계의 어려움을 반영해 주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할 뿐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자동차 제조사, 정유사, 산자부 등으로 구성된 품질워킹그룹이 모여 바이오디젤 가격을 현실적으로 맞출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바이오디젤 가격은 정부가 나서서 조정하기 힘든 부분이다"며 "정유사와 생산업체가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 터놓고 얘기해 봐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분위기 조성이 안된다"고 말했다.

 

정유사와 자리가 마련되더라도 바이오디젤 업체측이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는 것이다. 다음 입찰에서 피해를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관계자는 "대우유 가격 폭등을 잘 알고 있는 정유사에서 바이오디젤 가격을 맞춰주지 않을까 기대해 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