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밤 국보 1호인 숭례문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한 노인이 토지보상금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방화로 600여년간 우리의 자존심을 지켜주던 국보 1호는 완전히 소실돼 전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다.

숭례문이 불길로 휩싸여 전소되는 것을 밤새 뜬눈으로 지켜본 국민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현장에 나와 있던 시민들도 발을 동동 구르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 시민은 "선조들께 죄송하고 후손에게 면목없다"고 말해 모든 사람들을 더욱 가슴 아프게 했다.

일부 시민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모든 인사들을 가려내 엄중 문책해야 한다”며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국보 1호를 불타버리게 만든 일은 정말 허탈하고 안타깝다.

화재가 일어났을 때 빠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당국에 엄중한 책임을 묻고 담당자를 반드시 문책해야 한다는 것도 지극히 옳은 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불감증’에 대한 인식의 제고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2001년부터 5년 동안 3951명의 감전사고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대부분 안전불감증에서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안전불감증의 중요성은 일상생활 곳곳에 적용되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예고된 인재’라는 치욕스런 말이 나오는 것도 바로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 6월29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2003년 2월18일 대구지하철 참사. 대형 참사의 뒤에는 어김없이 안전불감증이 자리잡고 있다. 사고 발생 때마다 당국과 시민, 언론 등이 사후 처리와 대책 마련에 목소리를 높이지만 '약발'은 오래가지 않는다.  

이번에는 국보 1호 숭례문이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숱한 외침과 6ㆍ25 때도 보전돼 610년간 민족의 굳건함을 의연하게 지켜주던 국보1호,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우리는 지켜내지 못했다.

이번 참사의 비통함이 오죽했으면 '대한민국은 죽었습니다'라는 글이 인터넷 포털에 올라왔을까.

소방당국과 문화재청이 초기 숭례문 화재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안이하게 대응한 것도 문제다. 그러나 소방당국과 문화재청, 중구청, 그리고 경비업체가 서로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더욱 꼴불견이다.

이번 사건이 인재로 밝혀진 만큼 국민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불감증’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방심의 틈바구니를 사고는 늘 우리 곁에서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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