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가 된 국보 1호를 놓고 책임공방에 온나라가 시끄럽다. 늘 그러했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느라 호들갑 떠는 모양새가 씁쓸하기 짝이 없다. 한 개인의 사회적 불만이 우발적 방화로 이어지면 이처럼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192명이 출근길 지하철에서 유명을 달리한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역시 정신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은 한 방화범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서 비롯되지 않았던가.

 

이같은 방화사건은 주로 개인의 사회불만, 가정불화, 신변비관, 정신이상 등에서 불씨를 키운다. 소방방재청의 집계에 따르면 방화로 인한 화재는 2002년 2778건에서 2003년 3219건, 2005년 3326건, 2006년 3413건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선진국일수록, 개인-개인간, 개인-사회간 갈등 양상이 복잡해질수록 예기치 못한 방화가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영국은 대형화재의 절반 가량이 방화사고며 오스트리아는 전체 화재의 30~40%가 방화로 인한 사고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역시 화재 10건중 1건(10.3%)은 방화가 원인이며, 전기에 이어 화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미 불타버린 숭례문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테러나 화재에 취약한 우리의 에너지 시설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석유ㆍ가스기지, 정유시설, 발전소, 송유관 등의 에너지 시설은 사고 발생시 엄청난 인적ㆍ물적 피해를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국가 기간망을 단숨에 마비시켜 에너지 안보에 치명적 결과를 불러온다.

 

최돈묵 경원대 소방방재공학과 교수는 "옥외 비축기지 등의 에너지 시설은 국가 시설이란 상징적 의미가 강해 문화재처럼 사회 불만을 표출시키는 타킷으로 여겨지기 쉽다"면서 "이에 대한 정부기관의 효율적 예방대책과 대응 시나리오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화 원인이 되고 있는 사회적 소외자들에 대한 심리적 치료교육과 관리기관에 대한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며 "두 대책이 동시에 진행돼야 증가일로에 있는 인위적 화재사고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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