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본부, 서울시 등에 재활용 방안 제의

30년도 넘은 폐송유관을 재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주한미군의 기름 누출사고로 물의를 빚어왔던 송유관이라는 점이다. 서울시는 폐송유관을 통해 청정공기나 생활용수를 도심에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국방부와 육군본부가 지난해 폐쇄된 한국종단송유관(TKP)을 이용해 도심에 청정공기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방안을 최근 서울시에 제의했으며, 이를 시가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확인됐다.

합의하에 서울시가 이를 사용키로 결정할 경우, 기름 누출사고로 물의를 빚어왔던 폐송유관이 제3의 용도로 부활하는 최초의 사례다.

 

30일 국방부와 육군본부,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TKP는 배유작업(기름을 빼내는 공정)과 세척작업이 완료돼 오는 9월 해당 지자체에 정식 폐쇄공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군은 내년까지 매설된 송유관을 원칙적으로 철거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육군본부는 해당 지자체가 용수공급, 송풍용, 통신관로 등으로 TKP를 사용할 의향이 있는 경우 자원재활용과 예산절약차원서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어서, 지자체와의 협의결과에 따라 폐송유관이 재사용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TKP는 주한미군이 유류 압송을 목적으로 1971년 의정부에서 포항까지 452Km 구간에 매설한 송유관이다. 1992년 국방부가 소유권을 이양받아 지난해 10월까지 송유관공사가 위탁 관리해 왔다.

 

최근 국방부와 육군본부는 TKP 철거사업에 대한 자문회의를 열어 폐송유관의 재활용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학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에 육본이 서울시 산하 연구기관에 청정공기를 압송하는 용도 등으로 TKP가 사용될 수 있음을 제의했고, 현재 관계 전문가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자리에서 국방부 군제군수협력팀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지만 협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육군본부는 철거를 원칙으로 했으나 모 대학의 용역결과 토양오염 우려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자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재활용 의견이 나온 걸로 안다”면서 “철거사업이 국방부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보고받아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사업추진 당사자인 육군본부는 본격적인 협의 이전 발생할 수 있는 반발이나 오해를 이유로 “시의적으로 공식입장을 밝힐 입장이 못 된다”고 당혹해 하고 있다. 육군본부는 특히 폐쇄이전 수차례 기름 누출사고가 발생한 TPK의 부정적 이미지를 감안해 이에 대한 재활용 논의 자체가 뜻하지 않은 반발을 사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육군본부 TKP 사업단의 핵심 관계자는 “지자체에 여러 가지 방안을 제의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검토가 진행 중인 현 단계에서 불확실한 사실이 공개되는 일을 사업에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시의적으로 적절치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육군본부는 이 사업을 면밀한 검토한 후 본지에 별도의 설명할 시간을 달라는 제의를 해왔다. 이 관계자는 “상부에서 사업 협의 이전에 외부에 알려져 오해를 사지 않았으면 하는 분위기”라면서 “자원재활용이란 좋은 취지로 사업을 추진하는데 여론에 잘못 알려지는 일이 없기를 희망하고,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시간을 향후 약속한다”며 서둘러 말을 맺었다.

 

한편 육군본부의 TKP 재활용 제의에 대해 서울시도 시정자문 산하기관의 관로전문가가 본격적인 타당성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로부터 제의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진 모 선임연구원은 “폐송유관을 철거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어 이를 이용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실현가능성은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부 측이 관거상태가 깨끗하다고 했으나 아직 정확한 검증은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우리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려고 하지만 실제 사용가능성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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