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휘발유값이 리터당 1600원을 돌파했다. 2014년 12월 말 1620.9원을 기록한 이후 3년 6개월여 만이다. 슬금슬금, 야금야금 올랐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 3년 새 200원 가량 뛰었다. 실제 2015년 국내 평균가격은 리터당 1510.4원, 2016년은 1402.6원, 지난해는 1491.3원을 각각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안정화 단계로 접어 들었기에 당분간 이 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고공행진 하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최근 대책을 내놨다. 새롭거나 획기적인 방안은 아니다. 기존 알뜰주유소를 활성화시키고 가격정보를 더 공개하겠단다. 

그간 알뜰주유소는 어느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MB의 "기름값이 묘하다" 이 한마디에 2012년 탄생한 그야말로 '미운오리새끼'다. 

이전 정부의 정책 산물인데다 태생이 다른 탓에 주위 경쟁자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 왜 어미가 다르냐, 왜 불필요한 경쟁을 유도하냐며 원성의 대상이 됐다. 이렇게 업계는 알뜰과 비알뜰로 양분돼 수년간 소모적인 치킨게임을 지속했다.  

그렇다고 국민들이 이런 처지의 알뜰을 특별히 예뻐한 것도 아니다. 대부분 부지가 싼 지방에 주유소가 몰려 있다보니 이용자수가 제한적이었고 먼거리를 돌아 찾는 이들도 드물었다. 찝찝하다는 편견도 많았다. 

어미가 이 미운오리새끼를 잘 돌본 것도 아니었다. 저유가 시대로 들어서자 일반주유소와 가격차가 거의 나지 않았다. 결국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할 것이란 온갖 소문이 나돌았다.

그 사이 미운오리새끼는 7살이 됐다.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해 주유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어떻게 손쓰기엔 상당히 커버렸다.

사실 미운오리새끼가 이렇게 된 것은 오롯이 어미의 탓이다. 시쳇말로 여건이 안 돼 키우기 힘들었다면 차라리 낳지 말았어야 했다. 이도 저도 아닌 태도에 미운오리새끼도, 주변의 백조들도 마음의 상처만 입었다.

이제와 어미가 미운 오리새끼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통시장이란 호수에 직접 뛰어든 정부가 무슨 말을 할까 주변을 서성거리는 오리와 백조들이 많다.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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